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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기술과 감성의 결합이 필요하다

四季節은 패션 산업의 축복
박선희기자, sunh@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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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은 신이 주신 선물일까. 고통일까.
적어도 패션 산업을 놓고 보면 선물이기도, 고통이기도 한 측면이 존재한다.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옷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산업의 역동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옷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와 기후에 언제나 촉을 세우고 끊임없는 창조 행위를 해 나가야 하니, 피곤한 일인 동시에 다양한 수요의 시장이 순환된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다

 
국내 패션 업계 겨울 매출 쏠림 현상 심화
사라지는 봄, 가을, 긴 겨울 시즌 대응해야

 
가을은 트렌치 코트로 대표되는 ‘패션의 계절’이라 불려왔다. 사람들로서는 멋을 내기 좋은 계절이고, 패션 업체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아우터가 팔려 나가기 시작하는 성수기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을은 시쳇말로 패션 시장의 ‘보릿고개’같은 계절이 되어 버렸다. 봄도 마찬가지다. 여름, 겨울과 함께 뚜렷이 존재하는 계절이 아니라 여름과 겨울 사이 잠깐 거쳐 가는 간절기쯤으로 여겨지는 구간이 되어 버렸다.
 
2016년 기준 복종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패션 업체들은 연간 기준 절반이 넘는 매출을 겨울에 건져 올린다. 여성복의 경우는 최대 70%까지 이르는 경우가 다수다. 겨울 한 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 한 백화점이 간절기 판촉 행사로 기획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겨울 재고 행사는 이제 전 패션 업계에 ‘역시즌’라는 이름의 비수기 돌파 카드로 자리 잡았다.

겨울 상품을 봄, 여름, 가을 내내 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겨울에 버금가게 긴 여름 장사는 잘 하고 있을까. 여성복의 상황을 보면 적어도 제도권 여성복은 여름 시즌을 거의 포기한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합리화로 단품이 중심을 이루는 여름 시즌 구매 채널이 SPA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제도권 여성복은 단가를 맞출 수도 없고 무턱대고 유행을 따라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이 바뀌고 기후까지 바뀌는 마당에 패션 업계는 예나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이다. 2008년 SPA ‘자라’가 국내에 상륙했을 당시 업계의 ‘말’은 2017년 현재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내 업계는 지난 10년간 빠르게 진전되어 온 시장 환경, 기후 환경의 변화를 ‘방어’하는데 급급하며 떠밀려 왔다.

위기는 혁신을 주저하지 않는 이들에게 때때로 대단한 기회가 된다. 수요의 흐름에 따라가기보다 때로 혁신적인 기술과 마케팅이 수요를 끌어가기도 한다. 최근의 글로벌 의류 시장은 모든 예측이 허락되지 않는 환경을 돌파할 카드로 기술 혁신과 마케팅을 꺼내 들고 있다.

가장 손쉬운 예가 ‘유니클로’다.

전 세계서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발열 내의 ‘히트텍’은 전초전에 불과했고 계절별로 소재와 제조의 기술력을 앞세운 대표 상품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지난 여름에는 애슬레저 라인을, 가을에는 유럽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청바지 라인을, 오는 겨울에는 최고의 다운으로 최저의 가격에 판다는 패딩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다.

혹자들 중에는 ‘유니클로’가 실용적, 기술적 기능 외에 감성적인 부가가치를 무시하는 브랜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자체가 ‘유니클로’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겨울 시즌까지 일년 내내 이너 단품과 하의류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산 컨템포러리 ‘띠어리’는 국내 여성복 매출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미주와 유럽에서 수입되는 컨템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아우터가 ‘약하다’. 우리와는 정반대의 경향인 셈인데, 유행에 침몰되지 않고 뚜렷한 오리지널리티와 수요층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때 미국에서 사회 문제가 될 만큼 유행했던 애슬레워 웨어는 변덕스러운 기후 변화로 실내 스포츠 활동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애슬레어 웨어 자체는 소재와 패턴의 기능과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심미적인 기능이 더해지면서 몸매에 자신있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패션으로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역시 그러한 경향이 서서히 자리잡으며 스포츠 시장은 물론, SPA와 온라인을 통해 급성장중이다.

그렇다면 이제 패션은 이제 감성의 영역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은 더더욱 아니다. 감성과 기술을 결합한 혁신만이 사계절의 축복을 누리게 해 줄 것이다.
 
IT 기술 등에 업은 ‘오더메이드 패션’
 
예측 불가능 시대 돌파 카드 될까

한때 산업혁명의 결과로 세계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대량 생산 체제’가 이제 고민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적어도 공산품이 아닌 패션을 만드는 기업들에는 더더욱 그렇다.

6개월, 1년 전 예측을 통해 대량 생산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50%가 채 되지 않는 판매율에 재고 고민이 쌓여간다. 예측이 불가능해진 시대를,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의 방식으로 돌파하는 일은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온라인 패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사계절과 변화무쌍한 계절의 다이나믹함이 있다. 온라인 브랜드들은 오늘 사진을 올리고 오늘 사람들이 사는 것을 판다. 이것은 국내 소비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코드이고 해외에서 국내 온라인 브랜드를 주목하게 만든 배경”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더메이드’ 패션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대량 생산 체제 이전 모든 산업은 사실상 오더메이드였다. 물건을 만들어 놓고 팔아나가는 방식이 아닌, 판매하고 만드는 방식. 이는 재고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방식이지만 한 고객에게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의 비용이 적지 않다.

맞춤복 시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남성복 업계를 시작으로 ‘오더메이드’ 방식이 늘고 있는데,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법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바로 IT 기술과의 결합이다.

고객의 사이즈와 취향 정보를 온라인으로 취합하고, 주문을 받아 옷을 맞춰주는 서비스를 남성복 대형사들은 물론 중소 업체들이 앞다투어 시작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매우 구체적인 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오더메이드 산업은 진화를 거듭해 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맞춤복 뿐 아니라 일부 여성복, 캐주얼 업체들은 겨울 주력 상품을 여름, 가을에 미리 선보여 사전 예약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테스트하기도 한다. 이 역시 절대 다수에 제품을 노출할 수 있고 의견을 한 번에 수렴할 수 있는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갖추어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그것을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사람들의 몫이다.
 
2050년 겨울은 단 두 달, 여름은 다섯 달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아열대 기후 바뀌어
글로벌 업계는 친환경 섬유로 선제적 대응


국립 기상 과학원은 지난 5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의 기상 변화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 마디로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줄어든다. 2050년이면 지금 보다 여름은 19일이 늘고, 겨울은 27일이 준다.

겨울은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로 짧아지고, 봄은 상대적으로 10일이 증가하지만 여름이 5월 초순부터 10월 초까지로 늘어나는 것이다.

2090년이 되면 겨울은 가을보다도 짧아진다. 10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겨울을 1월과 2월 단 두 달로 끝난다.

아직 오래 남은 미래이긴 하지만, 겨울 장사로 1년을 버티는 전략은 폐기될 것이다.

이미 여름이 길어지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국내 패션 업계는 여름에 대한 뚜렷한 책이 없다. 계절의 변화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기획 방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글로벌 섬유 업계가 화학섬유 제품 ‘퇴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사후 대비가 아닌, 사전 대책을 채택한 셈이다.

기후가 인간의 삶을 바꾸고, 패션을 바꾸고 소재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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