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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슈트, 이제 유니폼을 벗어나 ‘패션’으로 깨어나라

발행 2016년 06월 28일

종합취재 , appnews@apparelnews.co.kr

2015년은 로버트 저메키스( Robert Lee Zemeckis) 감독의 영화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시리즈가 개봉된 지 3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개봉 3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열렸고 10월 21일에는 영화가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시리즈 1편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내용이었고 2편은 미래로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미래의 날짜가 바로 2015년 10월 21일 오후 4시 29분이죠.89년에 만들어진 ‘백 투 더 퓨처’ 2편에는 30여년 후의 미래가 나옵니다. 하늘을 나는 보드나 커다란 디스플레이 등 그 당시 상상한 많은 것 중 일부는 이미 실현되었고 여전히 상상으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 시대에 바라본 미래의 패션도 일부나마 등장합니다. 저절로 끈을 조여 주는 운동화나 물에 젖으면 탈수가 되는 기능성 옷, 한 번의 조작으로 맞춤옷이 되는 기술 등입니다. 최근 패션계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IT와 패션의 만남을 당시 그들도 상상했던 것이지요.


세계적인 경기불황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는 곳이 바로 오늘 한국시장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가 패션, 그 중에서도 남성복입니다.


백화점 남성복군의 주요 7대 브랜드(갤럭시/로가디스/빨질레리/닥스/캠브리지맴버스/바쏘/킨록앤더슨)는 통상 백화점에서 어덜트 군으로 분류됩니다. 그 어덜트 정장군의 올해 매출을 보면 그다지 경기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 비해 역신장 했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대표 상품인 슈트 역시 매출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지어는 최근의 캐주얼화 무드를 얘기하면서 이제 더 이상 슈트로 대변되는 남성복의 미래는 없다고도 얘기합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매년 일정한 시기에 시청역/삼성동/여의도 일대에서 출근복 착장 조사를 합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을 계기로 출근 착장은 정장 중심에서 캐주얼로 역전되었고 2014년에는 무려 출근 인구 중의 70% 정도가 캐주얼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5년 봄에는 슈트를 착용한 출근복이 다시 40% 선으로 회복되었고 올해는 40%선이 유지되고 있다고 이보고서는 말합니다. 즉 업체들의 예상과 달리 아직도 40% 정도는 출근 시 슈트를 착용하며 그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도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여전히 슈트를 필요로 하는 TPO(시간·장소·상황) 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대로라면 슈트의 역할이 일본의 예에서 보여지 듯 출근 시 입는 유니폼으로서의 역할밖에 못하는 날이 곧 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점점 구매가 가능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750년, 아주 먼 미래에 한국 인구는 제로가 되어 국가가 사라지게 된다고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좀 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해 볼까요.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10년에 5천만 명을 조금 상회하는 숫자였으나 2020년에는 4천9백만 명이 되고 2050년에는 4천2백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동인구는 2050년에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2천2백만 명이 된다고 합니다.


노동인구가 비 노동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이 이토록 늘게 되면 패션 소비가 가장 먼저 줄 것이고 그 중에서도 남성복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남성복은, 그리고 슈트는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최근 젊은 남성들 사이에 맞춤이 점점 대세로 퍼져 나가자 많은 업체들이 그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점점 개인화되는 사회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편화된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 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유니폼으로서의 슈트가 아닌 개개인의 기호에 맞춘 맞춤복은 하이퍼 커스터마이제이션(HYPER CUSOMIZATION)이라는 트렌드에 정확하게 부합됩니다.


2015년 10월 삼성물산 ‘란스미어’는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대형 래브라도 모형이 버틀러처럼 입구를 지키는 이 매장은 이탈리아의 클래식한 남성복을 편집해 진정한 클래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니폼으로서의 남성 슈트가 아닌 개개인의 기호를 중시한 클래식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신세계의 일렉트로마트와 제휴해 함께 매장을 연 ‘알란스(ALAN’S)’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비 슈트로 대표되는 한국 남성복 시장에서 슈트의 클래식 착장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브랜드와 숍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006년 피어스 브로스넌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시작한 삼성물산 ‘갤럭시’의 광고캠페인에는 이런 카피가 나옵니다. “변화는 좋지만 원칙은 지키세요”


많은 남성복 회사들이 지금 팔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유니폼을 양산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외부환경과 맞물려 점점 더 시장을 수렁 속에 밀어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니폼으로서의 남성복이 아닌 개개인의 기호에 따른 맞춤 시장과 가치를 표현하는 클래식 신사복의 수요는 결코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패션을 창조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장을 마주했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이 조금 덜 심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소비자들에게 옷 입는 원칙을 지키라고 하기 이전에 기업 스스로 패션을 창조하는 원칙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큼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곧 다가올 인구 절벽, 매일 바뀌는 트렌드, 도무지 좋아질 것 같지 않은 경기. 주위를 둘러보면 뭐 하나 좋을 것 없는 상황이지만 단기간의 실적을 위한 유니폼 양산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할 때인 듯 합니다.


매일 하얀 옷에 하얀 운동화의 유니폼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아일랜드’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복제 인간이 바깥세상으로 탈출했을 때 가장 먼저 보여지는 것은 다양한 의상들입니다.


‘패션에 쉼표를 찍다’라는 책을 쓴 김정희 삼성물산 부장은 이를 가리켜 ‘패션은 자유의 필수조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길은 이제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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