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불황보다 무서운 ‘세대 단절’을 극복하라
사람 키우지 않은 패션 업계 ‘인력 구멍’

발행 2016년 09월 22일

이아람기자 , lar@apparelnews.co.kr

패션 업체 K사에 근무하는 디자이너 A씨는 최근 이직을 고민 중이다. 매일 야근이 반복되는 업무량도 문제지만 상사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곧잘 만들어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것이었다. 평소 온라인 비즈니스에 관심이 깊었던 C씨는 관련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이유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C씨는 창업을 결심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패션 업계는 현재 심각한 세대 갈등을 겪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은 그 어떤 산업보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단절 현상이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이유는 대형사들마저도 공채를 포기하고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의 유입이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사라지면서 인력 구조의 선순환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 마디로‘고인 물’이 되어버렸다.


최근 창업 1세대의 뒤를 이을 2세 혹은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조직 문화에 있어서는 기성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데 패션 업계가 이렇게 정체된 사이, 세상도 소비자도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급변했다.


패션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소비자를 리드하는 일도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며 칼자루는 완벽하게 ‘고객’에게로 넘어갔다.


젊은 세대가 기존의 운영 방식으로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LF 손광익 상무는 “과거에는 선배나 상사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문화였다면 이젠 젊은 세대들이 독창적 능력을 어떻게 펼치게 해 줄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상명하복 식의 문화보다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젊은 경영자들이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고무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세정을 들 수 있다.


박순호 회장의 딸인 박이라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사업의 포맷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제조 사업의 틀을 벗어나 리테일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온라인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정은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더훅’을 준비하면서 지난 몇 년간 젊은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않고 있다.


젊은 감각을 지닌 결정권자가 없었다면, 젊은 DNA의 사람을 뽑고 그들이 기량을 발휘할 판을 제공하는 일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언제나 경영자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미덕은 ‘기회의 창출’이다.


최근 스위스 직진출 법인인 마무트코리아는 ‘아디다스’ 출신으로 최근까지 로레알에서 근무한 김성은 씨를 지사장에 선임했다.


김성은 지사장은 74년생으로 한국 나이 43세다. 또 파타고니아코리아도 40대 중반의 최우혁 부장을 지사장에 발령했고 우성아이비가 올 초 런칭한 해양 스포츠 브랜드 ‘미스트랄’의 사업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택훈 부장은 42세에 불과하다.


이같이 젊은 피를 적극 기용하기 시작했지만, 패션업계는 근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서장과 사업부장 등 30대 중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중견 인력은 찾기가 어려울 정도고 대리, 과장급 등 실질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상시 채용공고에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을 키우지 않고 경력자 채용에만 안주해 온 결과다.


문제는 무엇보다 젊은 인재들이 패션업체에 근무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타 산업에 비해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이 팽배해 끼와 재능을 갖춘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돈도 조직도 없는 1인 창업자들에게 판로와 홍보 채널을 제공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이다.


케이투코리아 지철종 전무는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우수한 인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기업이 스스로 전문 인력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세대 단절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패션 업계는 무신사나 힙합퍼, 29CM, W컨셉, 스타일쉐어, 서울스토어 등 매거진과 커머스의 결합, SNS와 커머스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들이 맹활약중이다. 그 시작은 대부분 취직보다 창업을 선택한 젊은 세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과거에 안주하며 젊은 세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이, 그들이 거대한 경쟁 상대가 되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의 아이디어 ‘기업’이 되다

세원아토스의 ‘사내 벤처 프로젝트’

 

ERP전문기업 세원아토스는 직원들과 상생하는 조직 문화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높은 행복지수가 곧 고객사의 만족에 직결된다는 철학을 가진 이 업체는 수준 높은 복지제도 덕분에 장기 근속 직원이 대부분이다.


종합 정기검진, 체력 단련, 치과진료 지원 등 건강관리부터 생일, 휴가에 이르기까지 18가지 복지 혜택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세원의 가장 큰 강점은 젊은 층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점이다.


이 회사 이현주 대표는 능력 있는 직원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내 벤처 프로젝트을 몹시 아낀다. 경험과 실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청년 사업가의 인큐베이팅을 사내에서 직접 시작한 것이다.


계열사인 세원ECS는 2014년 사내 벤처 프로젝트를 통해 채택된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법인이다. 온라인 비즈니스 환경에 맞춘 ERP시스템을 개발해, 계열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기존 세원ERP에 카페24, 사방넷 등 쇼핑몰 및 오픈마켓 관리 시스템을 연계한 몰 ERP를 개발해 쇼핑몰 이용이 용이하도록 한 것이 강점이다.


온라인 쇼핑몰용 ERP는 세원ATOS의 패션 ERP 모듈에서 백화점 및 대리점 등에서 판매하는 형태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내용을 특화 시켜 주문, 배송, 판매처리, 통계분석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원이 경쟁력있는 비즈니스 아이템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검토해서 승인이 떨어진다. 사업계획을 제시한 직원 명의로 새 회사가 설립되고, 지분은 세원 49%, 직원 51%로 나누게 된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