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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 지형을 바꾸는 기후 변화

‘기획 틀을 바꿔라’
임경량기자, lkr@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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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봄·가을, 고온다습한 여름
국내 업계는 소극적 반영에 그쳐
날씨 변화 따른 소비 패턴 대응 필요

 
근래 패션 시장에서 날씨는 ‘돈’이 되었다. 패션이 아무리 개성과 감성의 영역이라 해도 계절과 날씨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 국내 기후는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겨울은 더 길어지고 추워졌다.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예측이 어렵다는 데서 패션 업계의 고민은 시작된다.

적어도 6개월 전 상품 기획과 수요 예측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요즘 우리나라에 뚜렷한 사계절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체들은 날씨와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선진국 패션업계는 이미 기획 단계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제품과 기상의 관계를 분석한 다음 판매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이렇듯 날씨가 패션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날씨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일본의 패스트리테일은 2001년부터 달라진 날씨를 상품 기획 방향에 적용 하고 있다.

2001년 가을과 겨울 사이 절기가 유난히 길어질 것이라는 장기예보를 근거로 SPA ‘유니클로’의 폴라폴리스 원단 재킷을 대량 생산 했다. 이 재킷은 양털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다. 보름 동안 일본 내에서만 1,500만장이 팔려 일본 의류업계 사상 최단 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아직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영국의 패션 기업 막스&스펜서는 날씨 예측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 겨울 의류가 대량 재고로 쌓인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를 주주총회에서 해고했다.

국내 업계서도 경기지표에 따른 일방적인 사업 계획이 아닌 달라진 계절 절기를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광철 크레송 상무는 “날씨와 일부 아이템을 연결하는 단순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키기 때문에‘ 옷’에 대한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획자들은 이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기존의 고정된 계절별 상품 구색에서 각 계절상품의 비중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매장 내의 디스플레이에서 계절적 요소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내 패션 업계의 대응은 미미한 상태다.

여전히 일 년에 두 번, 예측 기획을 통한 상품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후 변화와 단기간 날씨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코오롱FnC 등 국내 패션 대형사는 장기 기상예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활용 범위는 아직 좁다.

코오롱 관계자는“ 상품 기획 사전 단계에 활용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지난주에 갑자기 특정 아이템 판매량이 전년 대비 너무 뛰었다하면 근거 분석 중 하나로 날씨 데이터를 추적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 및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 하고 있으나, 기후와 날씨라는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패션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봄과 가을에 있다.

봄과 가을의 평균기온은 실제로 평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이상기후와 일교차 때문에 소비자들은 봄과 가을을 실제보다 더 짧게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짧은 봄과 가을에 입을 패션 상품에 대한 구매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이르게 느껴지는 여름이나 겨울 상품의 세일기간에 해당 계절의 패션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구희경 지엔코 상무는 “여름이 9월 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데 유통업계는 6월 시즌오프 이후 곧장 여름 세일과 가을 정기 세일로 들어간다. 통상적인 업계의 상품 기획 일정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맞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작 소비자가 봄가을의 상품을 구매하는 시기에 세일을 실시함으로써 패션상품의 정상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낮은 판매율을 이유로 패션업체들은 소비자가 구매를 주저하는 봄과 가을에 소극적 상품 전략을 채택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줄여 구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패션의 경우 여름과 겨울 상품이 더 팔린다고 해서 봄과 가을 상품이 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그러므로 봄과 가을을 실제보다 짧게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쪽에 계절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진 신원 이사는“ 정확한 기후 예측이 이뤄진다면 소비자 심리에 따른 마케팅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정보 경쟁력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세분화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 수요 예측 모델을 만들어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애로우 ‘8시즌 MD’ “지금 필요한 것을 지금 판다”
 
간절기 소비자와 매장 간‘ 갭’에 주목
종전 6개 시즌에 초여름, 늦여름 추가


일본 유나이티드애로우그룹(이하 UA)은 지난 2007년부터 MD플랫폼에 대한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2015년부터 정가 판매율을 높이기위해 1년을 8개 시즌으로 쪼갠 ‘8시즌 MD’를 도입, 달라진 일기에 대응하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 겨울에서 봄 등 시즌 절기가 모호해지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계절감과 매장 진열 상품 사이 갭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지금 당장 입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소비자의 의식이 달라진 절기에 따른 변화다.

세일 기간에도 ‘싸서 산다’가 아닌 ‘필요한 것을 지켜보고 산다’는 소비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UA는 과거의 상품 MD방식으로는 이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해결위해 ‘8시즌 MD’를 도입한 것이다.

‘8시즌 MD’는 1년을 8개 시즌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시즌 기온에 대응할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다. 그 동안 1년 6개 시즌(봄, 여름, 우기(장마철), 초가을, 가을, 겨울)에 초여름, 늦여름을 추가했다.

세분화된 각 시즌에 맞는 상품과 품번 수를 파악해 필요 재고량을 분석 생산해 판매율을 높이고 있다.

UA는 이를 통해 재고 억제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8시즌 MD’를 첫 시행한 지난 2015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 때 여성용 니트 원단의 바지를 첫 개발해 히트를 치는 등의 성과로도 이어졌다는 게 이 회사의 말이다.

UA는 ‘8시즌 MD’를 지난 3월부터는 전사 모든 브랜드 사업에 적용 하면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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