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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공동체에 대한 ‘철학과 책임’ 지속가능성의 핵심 조건이 되다

발행 2019년 01월 08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글로벌 패션 한때 노동착취·환경오염 주범 뭇매
물질 범람의 시대, 정신적 만족 쫓는 소비자 증가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10년 전 나이키 파키스탄 공장에서 어린 아이가 1,650번의 바느질로 완성한 축구공 하나를 만드는 대가로 우리 돈 100~150원을 받는다는 게 공개되자 세계인들은 공분했다.


당시 나이키의 569개 해외 공장 네 곳 중 한 곳은 작업 도중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행위도 금지되어 있었다. 남아시아 공장 중 절반 이상이 주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했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곳이 25%에 달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나이키의 매출은 당시 37% 급감했고, 1,600여명이 해고됐다.


반대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 더바디샵은 “기업의 마음이 올바르면 이익은 날 것이다”라는 이념으로 환경은 물론 가정폭력 방지 기금, 에이즈 인식 변화 운동에 적극 동참한데 이어 더바디샵 인권상까지 제정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와 매출을 모두 확보했다.


경제학이 명시하고 있는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다. 기업이 이윤을 맨 앞의 목표에 두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가능한지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사는 소비자들은 ‘물질’이 주는 만족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의 가치와 정신적 만족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공동체가 가진 문제는 외면한 채 이윤을 쫓는 기업들은 상품 평준화 시대에 종종 퇴출위기에 놓이게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지속가능성을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 조건이 되었다.


기업이 가진 철학과 메시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핵심 병기’인 셈이다.

미닝아웃 ‘개념소비’의 확산


최근 2년 사이 국내에서도 사회적 패션 기업의 양적 성장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미닝아웃(Meaning Out) 확산 영향이 크다. 미닝아웃은 소비 행위를 통해 윤리적 가치와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이다. 일종의 개념 소비 시장이 본격 형성된 셈이다. 소비자의 75% 이상이 구매를 통한 기부 경험이 있을 정도다.


기업으로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수 조항이 될 전망이다. 사회적 책임의 개념도 단편적인 환경 이슈에서 벗어나 빈곤, 불평등, 실업, 아동, 여성 등 각종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과정까지 아우르고 있다. 기존 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멈춰 있는 반면 윤리적, CSR 시장이 증가한데는 여러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인증 강화도 한 몫하고 있다. 동물윤리를 위한 RDS, 환경, 건강, 안전을 심사하는 블루사인, 탄소성적표지제, 공정무역, 아동 노동 착취 근절 인증 등 다양해졌다.


더불어 2016년 8월 사회적경제 기본 법안이 발의돼 지원책들도 강화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고용부·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지정), 예비 사회적 기업(지자체 지정) 등이 한 예이다.


유통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연 80조원대 이상으로 넘어서면서 기회의 장이 됐다. 소셜 미디어는 한편으로는 진정성을 알리는 소통 창구가 됐다. 유의미한 명분을 내세우며 늘고 있는 플리마켓,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회, 제도권 유통사들조차 이들을 위한 판매 공간을 늘리고 있다.

국내 사회적 기업은 정부가 주도


최근 정부 주도의 사회적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 기업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10월말 기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은 2,353개소며, 현재 2,030개소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사회적기업육성법 인증 요건에 따라 인증을 받게 된다. 세제혜택, 경영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진흥원은 최근 예비사회적기업 육성 사업까지 실행 중이다.


지속가능 애견 패션 사업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중 하나가 바로 라온스다. 이 회사 최은영 대표는 “라온스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교육도 같이 진행한다. 애견 패션 ‘독씨’와 반려동물을 위한 패션 리빙 ‘앨비스독’을 전개 중”이라며, “일종 사회적 기업 활동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예비사회적기업으로는 ‘캠프리본’도 있다.

 

유니폼, 군복, 특수 작업복 등을 취급하는 회사로, 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입지를 다진 기업 중 하나다.


패션과 관련이 있는 의류, 재활용품 업사이클링 기업인 쓰임업,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 유한회사 다일, 대지를 위한 바느질, 커피 자루와 커피 찌꺼기 등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기업 하이사이클 등이다. 과거 박원순 서울 시장이 300억대로 키운 ‘아름다운가게’, 장애인 모자생산업체 ‘동천모자’ 등도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패션 기업들은 정부 주도형 프로젝트에 연관되기 보다 개념소비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속가능한 윤리적패션허브 매장인 SEF 내 입점 브랜드 40여개가 이에 해당한다. 1년이 갓 지난 사업이지만 입점 신청 브랜드가 크게 늘었다. 인큐베이팅을 넘어 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도 상당수다. 재활용 잡화 ‘제리백’, 옥수수 섬유 ‘콘삭스’, 데님 재활용브랜드 ‘이스트인디고’ 등이 대표적. 이들은 안정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되면서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적 성공 거두려면 네트워크 강화돼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브랜드도 있다.


위안부 이슈를 담은 ‘마리몬드’, 아동인권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디자인에 투영한 ‘샤빛’ 등을 들 수 있다.


공익단체, 기업을 잇는 최초의 기부 온라인 플랫폼인 ‘밸류크리에이터’도 올 초 출범할 예정이다. 이 밸류크리에이터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스마트폰 터치 니트 장갑으로 잘 알려진 바스탄 등이 코워크 한 프로젝트다.


브랜드업체, 디자이너, SNS 마케터 등이 해당 사이트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이 구매함과 동시에 기부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에는 NGO프로젝트 페이지,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판매자, NGO, 플랫폼에 동시 결제하는 자동결제시스템으로 투명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로 자리잡은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우용호 사회공헌센터 소장은 “정부, 시민단체, 기업 등 다양한 분야 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英 기부 플랫폼 ‘저스트기빙’ 기부액 4조원

 

공정 무역의 철학으로 무장한 ‘에버레인’

 

해외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이 수십 년 전에 정립됐다. 영국의 경우 사회적기업 수가 무려 5만5천개에 달해 우리보다 약 20배가 많다.


‘탐스’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런칭됐다.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2006년 여름 아르헨티나 여행 중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기부 브랜드를 만들었다. ‘탐스’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한 켤레는 아이들에게 기부된다. 그 취지가 알려지자 처음에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SNS를 통해 ‘탐스’ 슈즈를 신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기부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졌다. 커피 제품 구매 시 깨끗한 정수 시설 설비 구축에 일부가 기부된다. 현재 6개국 33만5천개의 정수시설이 만들어졌다. 또 안경, 가방 구매 시 안전한 출산 지원, 200만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신발, 의약품을 기부하고 엄마들에게 보건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밸류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를 실현한 영국의 기부 플랫폼 ‘저스트기빙(JustGiving)’은 2001년 설립,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소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2,400만 명의 사용자가 있으며, 노인, 아동청소년,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지원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총 13,000건, 35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원에 이르는 사업 프로젝트 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에버레인’도 유명하다. 2010년 마이클 플레이즈만과 제스 파머가 온라인 남성복 브랜드로 런칭했지만 이젠 혁신, 지속가능 기업의 대표주자가 됐다.


‘에버레인’ 판매 사이트에서는 전 제조 공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소위 영업비밀을 모두 공개한 것인데, 지난해 출시한 데님은 한 달 동안 대기자만 4만4천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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