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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 박병철 요진건설 이사
코끼리와 벼룩

발행 2016년 05월 0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월요마당

코끼리와 벼룩


최근 패션기업 본부장 한 명과 개발이 한창인 지역을 지날 때 ‘길어도 너무 길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눈에 보아도 수백 미터로 느껴지는 규모의 복합쇼핑몰이었다.
국내 유통에서 복합 쇼핑몰의 영향력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목적형 방문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의 새로운 테넌트들은 과거 전통적인 백화점, 아울렛의 상품과 서비스와는 다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검토 중인데, 패션과 뷰티 중심의 구성에서 외식과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복합 쇼핑몰의 진화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가두 상권의 변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홍대 상권이 상수동, 연남동으로 확대되고 압구정 로데오 상권에서 가로수길로, 이제는 성수동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면 복합쇼핑몰의 대형화와는 상반된 모습이 발견된다.
창의적으로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은 자본이 몰려들고 부동산 시세가 올라가는 지역을 피해 각자 ‘피난처’를 만드는 모습이다. 스스로의 매력을 상품화한 디자이너와 쉐프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모여서 만들어 가는 그들만의 문화가 각각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수년전에 비해서 월등히 크다.
찰스 핸디는 그의 책 ‘코끼리와 벼룩’에서 대기업과 프리랜서를 코끼리와 벼룩에 비유했다. 사회 변화와 고용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처음 읽고 대규모 시스템 또는 대기업 체제를 벗어나 작지만 더 본질적이고 독립적인 선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소비자 변화를 매년 분석할 때마다 사실로 확인되는 느낌이다.
코끼리가 줄어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벼룩이 증가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음악과 패션산업의 ‘인디(Indi)’라고 불리우는 벼룩들이 여러 영역에서 이제 강력한 주체가 되어 시장 일부를 리드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과 발상은 무엇이 다른가? 데님으로 본인의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는 한 디자이너는 ‘반드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미 중견 컬렉션에 들어서기 시작한 디자이너도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버텨서 나의 디자인을 알리리라’라고 한다.
그들은 본인의 생각을 상품으로 만든다. 반면 대기업은 소비자를 겨냥해 상품을 기획하고 ‘내 것’이 아닌 것을 판매한다. 그러나 벼룩에 비유할 수 있는 독립군 디자이너들은 다르다. 지금은 마치 90년대처럼 Bottom-up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하위문화를 주도하는 디자이너들이 제도권을 리드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을 도울 시스템이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경영을 돕는 공유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성과를 만들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본의 가와쿠보 레이가 후배 디자이너를 돕고 마케팅 세일즈 전문 기업들이 디자이너들의 사업을 돕는 미국의 사례들을 보며 국내는 독립군 벼룩들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누군가 도와 핵심 역량화하기에 아직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연남동과 성수동 그리고 전국 각처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벼룩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 박병철 요진건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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