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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소희 트렌드 레터(22)
‘충분하다’와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의 차이

발행 2016년 05월 20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소희 트렌드 레터(22)

‘충분하다’와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의 차이


안녕하세요? 말콤브릿지 김소희입니다.
이제 드디어 날씨가 좀 화창해지네요.
저는 패션계에 몸담고 있지만, 제가 생산하는 상품은 사실 옷이 아니죠.
저는 트렌드를 분석해서 책을 만들고, 또 강의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저의 상품이라면 책 혹은 강의가 되겠죠.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저의 강의는 인기가 좀 있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제 강의를 판매하는 에이전시들과 늘 가격문제로 충돌이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가격을 좀 더 낮추자는 것이죠. 그러면 더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강의 전체가 가진 포커스 들을 아주 세밀히 배열하길 좋아하고 중국에서 강의할 때는 통역을 미리 고용해 만족스러울 때까지 연습을 하지요.
이 과정이 매우 혹독한 것이어서, 저는 중국에서 일명 ‘중점대’라 불리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만 고용합니다.
이런 비용들을 저로선 줄일 방법이 없는데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줄이고 싶지가 않은 거겠죠. 그렇다고 제 에이전시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 친구들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 요즘 먹히는 방식이니까요.
패션 브랜드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죠. ‘가격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의 범사회적인 것이 되어가는 요즘, 고가 브랜드들은 점차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인양품’의 설립자 세이지츠츠미의 철학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경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무인양품의 철학은 이러하죠. “우리는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제품 보다는 ‘이것이면 충분하다’라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무인양품의 철학을 접했을 때 이 철학이 너무 멋져서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여러분은 어떤 옷을 하고 싶으세요?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옷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옷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먼저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지 않거든요. 의외로 많은 브랜드들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의 옷을 만들면서 ‘이것이 아니면 안 되는’ 옷 인양 가격을 책정합니다. 그리고는 왜 그런 가격을 책정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이 정도 배수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남는 게 없거든요’ 라고.
오 마이 갓. 어디에도 소비자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소비자는 우리에게 빚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 사정이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들은 그저 합당한 소비를 할 뿐 이니까요.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이런 겁니다. 우선‘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옷을 하고 싶다면 판매량이 적어도 수익이 나는 사업구조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많은 이들은‘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제품보다는‘이것이면 충분하다’는 제품에 소비할 것이니까요.
반대로 충분한 판매량을 확보하고 싶다면, 제품의 디자인 레벨을 ‘이것이면 충분하다’로 되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에서 ‘우리 브랜드는 창의성이 떨어져’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면 이것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길을 갈 거냐구요? 저는 외람되게도‘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를 택했답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모순 없는 유통구조를 찾기로 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강의 중에, 좀 비싸더라도 들으면 짜릿한 강의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일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질문 자체가 옳지 않아요. 정해진 것은 없으니, 제가 이 길이 맞는 길이 되도록 잘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제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적어도 큰 선택 하나를 하고 시작하는 하반기였으면 좋겠네요.
당신의 브랜드가 갈 길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브랜드인지, 아니면‘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브랜드인지 말이죠. 좋은 하루 되십시오!

/말콤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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