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7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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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 장창식
당신의 회사는 꿈을 팔고 있습니까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한다. 하나는 대한민국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섬에 있는 나미나라공화국이다.
1944년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남이섬은 적자투성이의 그저 그런 섬 중 하나였지만, 강우현 대표가 2006년 3월 1일에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독립을 선포한 후 한해 200 만 명 이상이 찾는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나미나라공화국은 내각책임제로 운영되고, 각 부처 장관이 존재하며 국기와 화폐 또한 존재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위협(?)할만하다. 다음은 나미나라공화국의 독립선언문 중 일부이다. “우리는 나라를 세웁니다. 노래의 섬 남이섬에 동화 나라를 세웁니다. 同化되고 同和되어 童話를 쓰고 童畵를 그리며 動畵처럼 살아가는 동화세계를 남이섬에 만듭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섬이 있지만 이처럼 창의적이고 발칙한 상상의 섬이 또 있을까? 만약에 남이섬을 섬으로만 바라봤다면 결코 나미나라공화국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이섬은 강변 가요제나 겨울연가 등을 유치하고 장소를 대여해주는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웃음과 추억을 선사하는 상상의 동화 나라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일전에 이태리 명품 브랜드인 발렌티노의 한국 본부장을 만난 일이 있었다. 이 때 본부장에게 “발렌티노는 무엇을 팝니까?”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꿈을 팝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뭐지?’하는 당혹감이 들었지만 이내 왜 이 브랜드의 매출이 매년 신장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브랜드들은 현상유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꿈을 파는 브랜드는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과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갖고 싶은 니즈시장을 계속 창출 할 수 있다. 여기서 남이섬과 발렌티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남이섬과 발렌티노를 섬과 백을 파는 회사가 아닌 나미나라공화국과 꿈을 파는 회사로 보면 그 브랜드들이 갖는 가치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북해의 불타는 유정에 서 있는 심정이다.” 이 말은 노키아의 회장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의 스마트폰에 잠식당한 후 내뱉은 말이다. 업계 1위의 노키아가 휴대폰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도 실패한 뒤라 그 여파는 오랫동안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노키아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할 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등장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기 11년 전에 노키아 9000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출시했었다. 이 제품은 당시에 이메일과 팩스, 그리고 웹서핑까지 가능해 최초의 스마트폰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왜 노키아는 성공하지 못하고 훗날 몰락하는 아픔을 맛보게 되었을까. 물론 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애플처럼 감성을 담지 못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팔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시대가 급변하고 시장 예측이 불가능할 때일수록 몇 번을 강조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제품 이전에 컨셉과 감성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어놓으면 어떠한 변화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