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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박선희기자
판매사원 근로자 인정은 낡은 구조 해체의 시작이다

발행 2017년 03월 23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판매사원 근로자 인정은
낡은 구조 해체의 시작이다



90년대 유통업계에는 “롯데 본점에는 돌을 갖다 놔도 팔린다”는 말이 있었다.
79년 문을 연 소공동 롯데 본점의 연간 매출은 93년 5397억원이던 것이 99년, 불과 6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말 그대로, 본점 입점이 곧 브랜드 흥행을 담보하던 시절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백화점은 계속 꽃길을 걸었다. 신입 기자 시절 백화점이 문을 닫을 시간에 그 앞을 지난 적이 있었다. 앞 대로변에 고급 해외산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비상 깜박이를 켜고 서 있었는데, 잠시 후 화려한 복장의 백화점 판매사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와 차량에 오르는 것이었다.
당시 롯데 본점 고급 여성복 매장의 한 달 평균 매출은 2억 원 내외였다. 중간 관리 매니저가 받는 수수료와 지불 비용을 계산해 보면 그들의 월평균 수입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다. 족히 1~2천만 원을 넘어선다.
오랜 경력의 패션 업체 임원들은 “본사 임원이나 디자이너보다 매니저들이 돈을 더 많이 벌었다. 생각해보면 산업 부흥기에 가장 크게 돈을 번 사람들은 판매 사원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들의 고배당(?)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판매 매니저가 단골손님을 이끌고 다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매니저가 매장이나 브랜드를 옮기면 고객들이 그대로 따라갔다. 지금 같으면 턱도 없는 소리다.
격세지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싶다.
2017년 봄, 판매사원들이 일반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처우를 요구하고 나서자, 패션 업체들은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매출이 잘 나올 땐 파는 만큼 많이 가져가 놓고, 매출이 안 나오니 월수입과 근로시간, 휴가 등이 보장되는 정규직 대우를 요구한다며 판매사원들을 비난한다. 본지가 기사를 낸 이후 요구가 늘고 있다며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식의 원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한 패션업체 판매사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린 게 ‘화근’인 양 하지만, 판결문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상식을 말하고 있다. 그 요지는 “계약의 형태는 중요치 않고 실제 근로의 방식이나 업무량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라는 얘기다.
중간관리제의 문제점은 이미 불거질 대로 불거진 상태였다. 매출이 낮은 매장의 매니저를 구하지 못해, 본사가 일정 매출에 대한 수수료를 보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고, 절대 매출이 낮은 점포는 이제 한 두 곳이 아니다.
백화점의 직원도, 패션 업체 본사의 직원도 아니면서, 백화점과 본사의 이중 관리를 받는 이상한 방식의 판매 사원 운영 체계는 애초에 편법에 가까운 것이었다.
10여 년 전 일본 출장길에서 기자는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백화점에 사람이 너무 없는데다, 매장에 판매사원도 듬성듬성 있었다. 사람이 매장에 들어서면 서너명의 판매사원들이 90도로 인사하며 맞이하는 당시 국내 백화점과 너무도 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눈 감고 방치해 온 문제들이 이 뿐만은 아닐 것이다. 브랜드 리뉴얼만 리뉴얼이 아니다. 낡은 구조의 해체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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