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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5)
디자이너 콘텐츠의 미래 (1)

발행 2017년 05월 2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5)

디자이너 콘텐츠의 미래 (1)




온라인 브랜드, 인디 브랜드, 독립 브랜드, 자체 제작 브랜드. 요즘 가장 많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혼용하여 쓰이는 이름표들이다. 시장은 복잡 다변하고, 이에 적응하려는 젊은 패션 사업가들은 이 땅이 내 땅인지, 저 땅이 내 땅인지 돌아보지 않는다.





디자이너 브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뉴욕이나 파리에 진출하는 식으로 4대 컬렉션을 치르는 전통적 디자이너 브랜드의 과정을 따르는 뉴스들이 종종 들린다. 아무리 컨템포러리가 시장을 이끈다 해도 어딘지 모르게 난해하고, 나와는 동떨어진 세상 속 선망의 대상, 또 한편으로는 예민하며 자기 세계 구축만이 유일한 진실이라 믿는 폐쇄성으로,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로 불리기도 한다.
비즈니스 적 측면으로 보자면 이들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해왔다. 패션위크, 바이어, 패션 매거진 등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임이 가능한 전략적 경직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기능주의 고객이나, 생필품으로서의 매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는 시장 규모의 한계까지 있다.
분명한 것은 패션이 한 명의 맨 파워 만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기초 자본력이 필수다. 취업난 때문에 창업을 부추기기에는 부적합한 창업 아이템일 뿐더러, 왜 작은 바람에 힘없이 바스러질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비즈니스 모델을 읽는 한국의 투자은행과 사모펀드들이 전통적 디자이너 브랜드 생태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 브랜드, 인디 브랜드, 독립 브랜드, 자체 제작 브랜드. 요즘 가장 많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혼용하여 쓰이는 이름표들이다. 시장은 복잡 다변하고, 이에 적응하려는 젊은 패션 사업가들은 이 땅이 내 땅인지, 저 땅이 내 땅인지 돌아보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면 디자이너 브랜드다’라는 확장된 해석까지도 나온다. 시장규모의 측정도 난해하고, 매출 격차 뿐 아니라, 브랜드 모델에 따른 마진율부터 영업이익률도 가지각색이다.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있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브랜드의 이름도 있다. 그리고 주로 이 브랜드들은 소위 큰 돈을 버는 브랜드 들이다.
이들은 재고 전환 효율을 높이고, 낮은 마진과 큰 볼륨으로 중무장한다. R&D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오늘 내가 걷는 이 길 위의 옷들을 통해 ‘손’이 아닌 ‘말’로 만드는 새로운 롤의 브랜드다. 이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온라인 브랜드, 도메스틱 브랜드가 함께 공존하는 채널에서 ‘디자이너’가 누구인지는 가려진 채 판매된다. 이제는 디자이너가 브랜드가 아니라, 시스템이 곧 브랜드가 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디자이너는 스스로를 지워간다.
이 판도라의 상자 속에 생존의 목 넘김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꿈꿨던 디자이너의 롤을 위해 가랑이가 찢어질 때까지 버티거나, 변화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변화는 했으나 진화의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품질과 디자인을 포기하고, 생산자는 실력을 포기하고, 바이어는 선도하지 않고, 고객은 최선을 포기한다. 양자택일의 현실과 이러한 환경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환경, 경제, 노동자들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아무도 얼마나 다른지 묻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를 벌었느냐 물을 뿐이다.
문화적 맥락에서의 창작자 다양성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 줄 이 시대의 할아버지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10년 째 목도하고 있다.
요즘 부쩍, 디자이너 브랜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부적 토론이 활발해 졌다. 이는 단순히 그와 내가 다르다는 선을 그어 우월함을 증명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생존, 그리고 디자이너 역할론에 대한 재고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디자이너는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이다.
진정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디자이너는 하다못해, 소파와 냉장고를 던져줘도 그들의 미학을 풀어낸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결국 휴먼 브랜딩, 결국 사람 장사이다. 다만, 한국의 많은 수가 소파와 냉장고가 던져질 때까지 살아남아 있지 못한다. 그러게 왜 그렇게 버티느냐고 못질을 하거나, 의례적이고 현실성 없는 연민을 한다.
우리는 일단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저 옷이 돈이 되는가가 아니라, 이 사람의 콘텐츠가 얼마나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될 것인가. 다음 편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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