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전문직 불법파견, 전문직을 전문적으로 보장하라

발행 2020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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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인력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52시간 상한제를 비롯하여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등이 노동계의 권익, 기업의 생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도 이러한 노동 광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떨어지다 보니 도급제도 등 비근로 형태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비록 법률적으로는 도급 형태이지만 사실상 근로계약 형태의 업무종사자들이 유독 많은 패션업계에서의 관련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말 시작된 이마트 ‘패션 전문직’ 직원들의 불법파견 관련 지위확인 소송은 패션업계 노동 분쟁 드라마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이마트민주노동조합의 불법파견 지위확인 소송의 전모는 이렇다.


SE(Sale Elder)로 불리는 패션전문직들은 개인사업자로서 2003년 9월 이마트 본사와 ‘상품 판매 위탁 계약’ 체결 후, 각자 판매 사원을 고용하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형태로 일해왔는데, 2013년 고용노동부가 이마트 내 상품 진열 도급사원 등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림에 따라 채용을 변경해야 할 사정이 발생하면서 SE에 대한 분쟁도 시작되었다. 


이마트는 SE가 고용한 직원을 포함해 도급사원 9,000여 명을 정규직 직접 고용 형태인 ‘전문직’으로 채용 변경함과 동시에 1,600여 명의 SE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패션 전문직’이라는 별도 직군으로 분류했지만 이들을 경력직이 아닌 신규 사원으로 채용했다. 판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SE의 권익이 침해당한 것이다. 


이에 노조는 ‘패션 전문직’ 직원이 이마트에서 일한 모든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발생한 퇴직금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즉, 2003년 당시 SE는 모든 판매 활동에 있어서 이마트의 허락·승인·지시를 받아왔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도급으로 보이는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SE가 고용했던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시 이마트에서 퇴직금을 받았는데, SE는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퇴직금을 받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실시와 함께 전문직에 대한 SE의 업무지휘권까지 박탈됨에 따라 SE들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 협상의 경우에서도 ‘전문직’은 전년 대비 11.3% 임금을 인상하였지만 ‘패션 전문직’은 3% 만 인상하였고, ‘전문직’이 성과급을 받을 때 ‘패션 전문직’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설정으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해 실질임금에서 임금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SE와 이마트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된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근무 경력 인정은 물론 퇴직금도 지급되어야 한다. 반면, 이마트 측은 2003년 당시 SE와 도급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이유로 SE에게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2013년 지위 변경이 발생한 이후에도 7년 동안 노조 측과 대립하며 퇴직금 등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패션계를 비롯한 대규모 노동집약적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비근로계약 형태의 노동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실질적인 형태가 근로계약 형태의 노동이라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든지 아니면, 도급 형태의 경우라도 종사 기간 인정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 일정한 권익을 제공하는 규정이나 시스템이 필요하다. 노동법의 형식적 테두리에 갇혀 노동자의 실질적인 이익이 침해되는 불상사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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