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22년 03월 15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트렌비 |
MZ세대 명품 수요 흡수하며 고성장, 투자 유치
취약한 이익구조로 4대 플랫폼 모두 적자 기록
상품 콘텐츠 한계 뚜렷...레드오션 빨라질 수 있어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명품 플랫폼 업계가 성장과 정체 사이 갈림길에 놓여 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3대 명품 플랫폼들은 팬데믹 이후 MZ세대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거래액이 가파르게 상승, 동시에 투자 유치에도 잇달아 성공했다.
이들 3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각각 3천억 대로 전년 대비 20~50% 신장을, 투자 유치금액은 수백억 대에 달한다. 더불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도 3년 연속 성장, 올해도 전년 대비 4.6% 신장한 2조 원 규모가 예상된다.
이들의 등장 이후 명품 소비 문턱은 물론 고객 연령대도 낮아졌고, 백화점, 면세점 등 제도권 유통 위주에서 채널도 다각화됐다. 정 시즌 명품을 백화점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정품 인증 마케팅으로 신뢰도를 높여 해외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게 된 것이다. 명품 플랫폼의 객단가는 70~80만원으로 빠른 성장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선 빅4의 과열 경쟁이 문제다. 지난해 4대 플랫폼 사는 TV 광고비로 각각 80억 이상을 사용, 올해도 이 이상의 광고비를 쏟아부을 전망이다. 과도한 선점 경쟁으로 빅 모델을 앞세운 TV 광고와 무리한 마케팅 투자로 치킨 게임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경쟁사들 간에 진품 논란까지 이어졌다.
출처=발란 |
또 비즈니스 자생력보다 투자로 몸집을 불려온 불안한 비즈니스 구조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지난 한 해 머스트잇은 130억, 발란은 325억, 트렌비는 220억 원으로 이미 대규모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상당 금액을 수혈받은 만큼 추가 투자 유치를 담보할 수 없고, 일부는 투자 유치를 위한 무리한 퍼포먼스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취약한 이익구조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명품 플랫폼은 사입 방식을 베이스로, API를 연동해 운영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이익률이 일반 플랫폼 대비 2~3배 이상 낮다. 사실상 대부분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사업에 치중해 있어, 이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4대 플랫폼 중 '머스트잇'을 제외한 3개사는 모두 적자다.
제한된 콘텐츠로 성장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품은 베스트셀러 쏠림이 심하면서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쉽게 레드 오션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구하다, 리본즈 등 후발 플랫폼의 런칭도 활발하다. 또 CJ온스타일이 지난달 ‘애트니’를 런칭했고, 유럽 1위 명품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도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런칭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패션 전문몰과 무신사 등의 패션 플랫폼, ‘크림’ 등 리셀 플랫폼, 동대문 패션을 취급해 온 패션앱 등이 경쟁적으로 명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명품 스토어 SSG개런티 전문관을 신설했다. 이들은 명품 플랫폼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월등히 높아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끊이지 않는 진품 논란도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진품 검수 기능을 강화하고 심지어 보상책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직접 구매에 비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현실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