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출범 한 달 재래식 마인드부터 버려라

발행 2020년 06월 01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박해영 기자
박해영 기자

 

“#실검 1위하면 뭐하나 고객 떠나는 소리, #넷플렉스 클라쓰?, #롯데는 인터넷 못하게 해주세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로그인이 되어 버림.”


롯데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이 4월 28일 오픈한 이후 온라인에 떠다니는 조롱 섞인 댓글들이다. 롯데온(ON)이 출범한 지 꼭 한 달이 된 지금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는 마트, 닷컴, 엘롯데, 홈쇼핑, 롭스 등 7개 법인을 통합하고 롯데멤버스 3,900만 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평가로는, 초 개인화 실현 즉 ‘이커머스의 넷플렉스’가 되겠다는 공언은 잠시 접어 두어야 할 것 같다.

 

입점사들은 통합 이후 매출 급락과 불안정한 시스템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까지 롯데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상당수 책임자들이 사임했다. 문책성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본 게임이 시작도 되기 전에 조직까지 삐걱거리자 불안감은 가중되고 새로운 책임자들과 재논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더해졌다.

 

현재까지 평가는 롯데가 ‘너무 성급하고 무리한 출발’을 했다로 모아진다.


무리한 통합으로 구동에 어려움을 겪었고 오픈 초반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VIP 등급제 폐지, 장바구니 삭제 등으로 고객 이탈이 이어졌고,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상품 등록을 못해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 타 유통 플랫폼 대비 결제 시스템이 어렵고 C/S, 배송 등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은 잘 나왔을까. 입점사들은 롯데온으로 통합된 이후 최대 90%까지 매출이 하락했다. 한 채널로 합쳐지면서 기존 대비 최소 60%까지는 보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더 심각했다. 통합 이후 관리 인력과 관리비를 줄였다지만 그래도 믿기 힘든 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출과 손익이 계열사 중 가장 낮은 롯데닷컴이 총괄을 맡은 점도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계열사 간 협조가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인적 인프라가 부족해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인력을 긴급 투입했지만 이들이 적응력을 키울 시간조차 부여되지 않았다. 계열사 간 충분한 논의 없이 통합이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다. 통합 직전 하이마트는 전자 제품뿐 아니라 골프채 등 신규 카테고리 판매 전략을 준비 중이었다. 골프채 업체의 경우는 제품을 제작하던 중 통합되면서 사업이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과 입점사 중심이기보다 롯데 중심으로 판단했기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크다. 코로나 수혜를 너무 기대한 나머지 오픈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의견도 많다. 이것은 실로 ‘데자뷰’이다. 과거 롯데는 오프라인 신규 점포를 오픈할 때마다, 너무 무리해서, 너무 급하게라는 비판을 받았다. 완성도보다는 일단 밀어붙이는 산업화 시대의 마인드 때문이다. 또 통합을 결정하기까지 면밀하고 치밀하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전후좌우 상황을 볼 때 어쨌거나 상반기까지 안정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입점사들의 속은 더 아릴 것이다. 식품부터 패션까지 전업종을 가리지 않고 롯데온에 매달려 있다. 코로나 이후 믿을 곳은 이커머스인데 가장 핵심 채널인 롯데가 흔들리고 있으니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신세계의 SSG닷컴은 무려 7년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동안 무수한 오류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물며 롯데온은 7개 채널이 통합된 모델이다. 신중함의 강도가 서너배는 넘어야 했다. 인적 자원, 계열사 협업, 고객관리 등 자체 인프라에 대한 냉철한 판단에 앞서 실행 버튼을 눌러 버린 게 사단이 됐다. 국내 최대 유통사라는 다소 과한 자신감은 재래 유통 시절에나 통할 일이다. 정신을 번쩍 차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