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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세계 8위의 명품 시장 한국, 해외 기업들은 ‘꼼수’ 경영을 멈춰라

발행 2021년 06월 11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최근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의 실적이 줄줄이 공개됐다. 코로나 사태에 면세점이 사실상 휴업 상태였음에도 불구 역대급 신장세를 보였다. 샤넬, 루이비통 등의 지난해 매출은 1조가 넘었다. 이는 삼성,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형사의 전사 매출 보 다 높은 수치다. 또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한 해 거둬들인 영업 이익은 각각 1,300억~1,500억에 달했고, 해외 본사로 송금하는 이익금 즉 배당금만 수백억대다.


사실 올해 처음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의 실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작년 11월 외부감사법 개정안 시행으로 유한회사의 실적 공시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신외부감사법(이하 신외감법)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 법인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했다.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회사로 등록, 간섭과 감시를 피해왔지만 법 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재무제표를 오픈하게 됐다. 


이에 신외감법의 허점을 노리는 해외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구찌코리아는 얼마 전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바꾸었고, 아디다스코리아도 일찍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이외 수조원 대의 매각을 앞두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라이선스 로열티로 수천억 매출을 올리고 있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도 모두 유한책임회사로 갈아탔다. 


2012년 신설된 유한책임회사는 감사 조직이 없고, 재무상태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유한책임회사는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기업 형태로 사원들이 대표를 선정하고, 감사 조직 없이 자유롭게 의사 결정할 수 있다. 외부 감사를 피하기 위해 유한책임회사로 간판을 바꿔 다는 해외 기업은 날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기업들이 기업 형태를 바꾸면서까지 깜깜이 전략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늉만 하는 기부와 연이은 가격 인상, 엄청난 배당금 문제에 대해 비난받지 않고, 수익금을 챙길 요량인 셈이다. 


외국계 회사의 무대응, 무응답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됐다. 영업 비밀, 기업 비밀을 앞세워 정부 기관, 매체 등에 비협조적이다. 심지어 자사 매출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격분하며 백화점에 철수한다는 으름장을 놓은 적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한자리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백화점은 매출을 공개한 직원을 내치기까지 한다. 


해외 기업 상당수는 국내 법인조차 세우지 않는 경우도 많다. 브 랜드 매니저 한 두 명을 상주시키고 매장, 홍보 대행사만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D2C 시대에 참신한 조직 구조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감시를 받지 않고 수익금을 챙기려는 꼼수이기도 하다. 


고용에 대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일례로 수년 전 주류 직진출 법인은 노조 설립에 찬성한 전 직원을 퇴출했고, 한 주얼리 기업은 국내는 물론 각 지사의 마케팅 조직을 통째 날렸다. 지사장 교체를 연례 행사로 여기는 외국계 기업도 있다. 1년 사이 외국계 기업들의 조직 슬림화 속도는 무척 빨라졌고 퇴직자 수도 월등히 많다. 그럼에도 공론화된 적이 없다. 


공개하지 않을 특권을 갖는다는 것은 부정행위에 대한 소극적 ‘허가’를 받아낸 것이다. 한국이 세계 명품 소비 시장 8위에 올라 선 이후에도 이들의 태도와 영업 방식은 변한 게 없다. 최소한 이 나라에서 얼마 벌고, 얼마 기부하고, 몇 명을 고용하고 있는지 정도는 말해야 하는 게 예의다. 


한국 시장이 아시아의 허브라 입으로만 떠들 게 아니라, 진정한 신뢰 관계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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