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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레거시 유통의 최대 경쟁자, 중고시장

발행 2021년 09월 06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2015년 나는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한 ‘2025~2035년 한국패션 미래의 방향’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어쩌면 2035년 이후에는 패션이 사라지고 옷만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세상을 하나로 통합한, 현대판 종교와도 같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때문이다. 그는 패션을 싫어하는 것 같다. 매일 다른 패션으로 남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만 입는다고 한다. 어쩌면 그의 모습이 패션은 사라지고 생활 도구와 같은 ‘옷’만 남아버린 미래의 모습 같다”고 했다.

 

유엔이 만든 한 미래 보고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오프라인 소매업이 사라질 것이라 고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45년을 기점으로 세상의 대혼란을 예측하며 그 이유를 상세히 적어 놓았다.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패션 사업을 해 온 내가 예측한 시점은 2035년이다. 미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만든 수입 쿼터 제도가 지난 2010년 사라졌고, 유럽과 기타 국가들이 체결한 무관세 협정은, 국가 경제 보호보다 각 기업의 이윤추구와 공장을 나눠 쓰자는 선진국들의 합의로 보여졌다. 아마도 2035년쯤이면 전 세계의 모든 보호무역 관세가 철폐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유통은 어떻게 될까. 유통의 꽃은 백화점이다. 특히 한국은 백화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부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 살고, 비슷한 외모를 가진 단일민족이기 때문이다. 그 중 내가 가장 유효하다고 믿는 이유는 단일 민족이라는 데 있다. 외모가 비슷하다 보니, 타인과의 비교를 중시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그 결과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공간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한 심리 구조와 백화점의 방향이 일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식 백화점으로 변모해온 게 아닌가 싶다.

 

한국 유통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된다. 선진국 유통은 크게 쇼핑몰, 아울렛몰, 그리고 리사이클 유통이다. 그 중 나는 전통 유통의 가장 큰 경쟁자는 리싸이클 유통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리사이클 오프라인은 미국의 세이버, 일본의 오프하우스, 한국은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미국, 일본은 기부자에게 쿠폰을 줌으로서 기부자가 곧 구매자로 연결이 되는 구조이며 아름다운 가게는 기부만을 하기에 구매자와 일치하는 비율이 낮다.

 

한국의 대표 리사이클 온라인으로는 당근마켓(1400만명), 중고나라(1200만명‧추정), 번개장터(500만명)가 있다. 나는 이곳들을 이용하면서 사업방식의 장단점을 발견했다.

 

새로운 것들을 찾지만 의류 구매가 가장 많다는 것은 백화점과 비슷하다. 그들의 단점은 사진으로만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서로 최소비용만을 지불하기 때문에 구매자는 환불이나, 교환없이 물건을 수용해야 한다.

 

가장 큰 장점은 동네 근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직거래여서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직접 물건을 사보고, 팔아보니 투자 시간 대비 재고 소진이 크지 않다는 것이 셀러들의 문제였다.

 

만약 한국 유통이 미국과 일본처럼 이 시장에 직접 투자를 한다면 대형화가 가능할 것 같다. 단, 기부만을 한다면 리사이클 비즈니스는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기부만 할 경우 기부자들의 동기부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가면 지칠 수도 있다.

 

리세일을 통해 물건의 사용 연한을 늘리고, 그만큼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면, 기부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는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빨리 다가온다. 그것이 유통이든, 제조든 성공하는 미래는 휴머니즘과 기술이 만날 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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