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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100년 전 여성의 바지는 ‘불법’, 100년 후 치마 입는 남자들

발행 2022년 09월 22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패션 100년사의 혁명 젠더리스트렌드

남성성, 여성성 개념은 개인에 대한 억압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패션, 뷰티, 주얼리 등 모든 영역에서 그 흐름이 거세어지는 중이다.

 

젠더리스의 흐름은 시대에 맞춰 변화를 거듭해 왔다. 젠더리스 스타일의 출현 배경에는 1, 2차 세계 대전의 영향, 페미니즘의 발전, 산업혁명의 촉진 등 사회적인 변화 구조가 따른다.

 

가브리엘 샤넬의 ‘코코 샤넬’은 가장 먼저 여성성을 파괴한 플래퍼 룩을 선보였다. 타자화된 여성이 몸을 옥죄는 S라인을 거부하고 가슴선이 도드라지지 않은 단선적인 실루엣과 남성의 전유물이던 팬츠, 슈트를 제안, 사회적 규범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인식을 고취시켰다.

 

1960년대부터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남녀평등의 요구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브 생 로랑은 여성 패션에 바지 정장을 처음으로 도입한 디자이너로 ‘여성에게 자유를 가져다준 패션혁명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6년 디자인한 흡연복은 세련된 양복 상의와 선이 깔끔한 바지로 이뤄졌다.

 

이처럼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패션은 여성해방운동 역사에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여성이 자유롭게 바지를 입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다.

 

19세기와 20세기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이 불법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사문화했지만 법률로 남아 있던 파리 여성 바지 착용 금지 규정을 1800년 제정 이후 213년 만인 2013년에야 공식 폐지했다.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성 역할에 대한 반향과 사회적인 흐름이 소비문화로 이어지면서 젠더리스 패션은 볼륨이 커지기 시작했다.

 

젠더리스 패션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복을 입거나, 남성이 여성복을 입는 개념이 아니다. 개인의 취향과 편의를 억압하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대한 반기다.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개인에게는 억압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오늘날의 쇼핑 주체인 MZ세대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성을 구분하는 것 자체를 낡은 구시대 유물이라 여긴다. 오로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옷을 선택한다.

 

다양성, 취향,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 젠더리스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드래곤이 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핑크빛 슈트에 진주목걸이를 차고 출현한 이정재의 스타일 역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여성 클래식 주얼리로 인식되던 진주목걸이는 남성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이 주 고객층이던 주얼리 시장에는 남성 고객의 비중이 급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남성 연예인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목걸이 스타일링을 한 남성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해외 패션위크에서는 여성의 전유물인 치마나 힐을 착용한 남성 셀러브리티도 종종 눈에 띈다. 바지와 슈트가 이제 남녀 모두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처럼, 활용될 수 있는 바이다.

 

 


 

'톰 포드 뷰티' 앰버서더 배우 공유,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 '라카'

 

누구나 예뻐질 권리, 화장하는 남자들

 

2020년 남성 뷰티 시장 1조4천억

색조 화장 카테고리도 확장 중

 

젠더리스 트렌드의 수혜를 패션보다 앞서 만끽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뷰티 시장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보호하기 위해 화장하는 남성들이 증가하며, 뷰티 업계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피부톤을 보정하는 BB크림, CC크림, 쿠션 팩트를 비롯해 아이브로우 펜슬, 남성용 눈썹칼 등도 인기다. 요즘에는 색조 화장을 하는 남자 아이돌의 영향으로, 아이섀도우, 립스틱 등으로 카테고리가 크게 확장됐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3년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18년 약 1조 2,000억 원대로 지속 성장, 2020년에는 1조 4,000억 원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남녀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까지 등장했다. ‘라카(Laka)’는 메이크업에 대한 오랜 관성을 깬다는 목표를 갖고 런칭, 남성용과 여성용 등 이분법적 사고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제품을 남성, 여성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4대 컬렉션 런웨이는 지금 ‘젠더 파괴’ 중

 

남성복의 급진적 진화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 4대 패션위크 역시 젠더리스 경향이 점차 짙게 반영되고 있다.

 

하이엔드 남성복을 대표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런웨이 무대에서는 진화한 남성복을 입은 여성 모델들이 남성 모델들과 함께 자주 등장한다.

 

‘알렉산더맥퀸’과 ‘에트로’, ‘발렌시아가’의 올 추동, 내년 춘하 컬렉션은 젠더 파괴의 절정을 보여준다. 여성복에만 적용되던 패턴과 실루엣, 디테일은 물론이고 여성복의 아이템 자체를 가져와 변형하는 실험이 적극 시도되고 있다.

 

하이엔드의 이같은 실험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셀러브리티의 착장과 만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며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중적인 패션 시장으로 흘러들어 지난 100년의 패션사에 획기적이고도 혁신적인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젠더리스 트렌드에 더 급진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은 남성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패션은 여성 해방이라는 사회적 화두와 함께 지난 100년간 이미 투쟁의 역사를 써내려 왔지만, 상대적으로 남성 패션은 그들의 삶만큼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슈트를 입는 여성은 자연스럽지만, 치마를 입는 남성은 몹시도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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