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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소희의 트렌드 레터(37)
CEO 리스크, ‘미투’ 시대의 복병

발행 2018년 03월 0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소희의 트렌드 레터(37)

CEO 리스크, ‘미투’ 시대의 복병













안녕하세요? 김소희입니다. 이제 날씨가 정말 봄으로 가고 있네요.
얼마 전 룰루레몬의 CEO가 사임한 일을 두고 미국 패션계가 시끄럽습니다. 처음엔 그냥 매출 부진으로 사임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문제가 많았고 직원들은 이를 참지 않고 언론에 폭로하기 시작했죠.
이전에 톰스(TOMS)의 CEO였던 로렌 팟데븐(Laurent Potdevin)은 룰루레몬에 들어올 때부터 말이 많았던 인물이기는 했어요. 그는 룰루레몬의 CEO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룰루레몬의 한 디자이너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죠.
물론 그 디자이너는 사임했지만, 사임한 뒤에도 소위 ‘외주 디자이너’ 형태로 회사를 들락거렸어요. 더구나 팟데븐의 출장에 동행하면서 회사 돈으로 퍼스트 클라스를 타고 오성급 호텔에 묵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죠.
둘이 불륜이었던 것도 아니고, 만약 회사가 가족을 동행하게끔 허락한 출장이었다면 그녀의 동행이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CEO였고, 이런 행동이 불러올 회사 내의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 못했다는 건 변명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직원들은 그녀의 눈치를 봐야했을 테고, 당연히 그 외주 프로젝트라는 건 성과위주로 굴러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테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건, 우리사회는 지금 관행이 깨지고 있는 태풍의 눈을 지나고 있다는 거에요. ‘과거엔 그래왔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최근 온 사회가 미투(Me-Too) 운동으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시인, 교수, 공무원 등 어찌 보면 가장 깨끗해야 할 사람들이 저지른 추악한 행동.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그게 관행’이었단 얘기를 되풀이합니다.
맞아요.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무심히 저지른 많은 기 행동들은 다 관행이었죠. 그 관행은 분명 불편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참고 용인했던 것들인데 더 이상은 그런 용인은 불가능할 겁니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이거에요. 정치인의 비리가 박근혜 사태 이후 관행이 될 수 있을까요. 많은 협회와 연맹들의 비정상 운영이 이번 빙상연맹의 팀추월 사태 이후에도 관행이 될 수 있을까요.
많은 것들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고, 그 속도는 가속화될 거에요. 지금 가장 바람직한 처신은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미래에 사라질 것이 분명한 것들을 먼저 없애는 거랍니다. 제가 패션기업들에게서 느끼는 불안감은 이런데서 나와요.
혹시 근로기준법을 관행적으로 무시하고 있지는 않나요. 혹시 거래처에게 아직도 가혹한 조건들을 내세우거나 인격적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혹시 비정상적인 거래처와 거래 중이진 않나요.
이런 위험은 폭탄이 되어 돌아오기 쉬워요. 야근 1~2시간쯤 관행이란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시키고 있는 기업이라면, 직원들이 단체로 소송을 걸었을 때 대처하기 어려울 거에요. 거래처에 관행이란 이유로 아직도 가혹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면, 이 또한 언제 SNS에서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힐지 모를 일이죠.
또 비정상적인 거래처와 거래 중이라면, 이 기업의 비리가 우리 브랜드의 비리로 오인되어 곤욕을 치를 수도 있어요.
명예직에 있는 많은 이들을 우리는 실은 존경하지 않아요. 대중의 심리는 매우 위험한 거에요. 대중들의 권위에 대한 읍소는 어느 날 갑자기 결국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되어 그에게 불명예를 안기죠. 이외수는 화천군의 초청으로 명예롭게 그 마을에 들어갔지만, 어느 날 “당신은 왜 여기 공짜로 살고 있죠?”란 의문 속에 이제 그 마을을 나와야 해요.
시대가 바뀐 겁니다. 지금은 명예나 권위를 ‘누려서는’ 안 된답니다. 마땅한 것을 마땅한 자리에, 마땅한 지불을 마땅한 이에게 치르는 자세만이 비로소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 버렸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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