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은 패션 산업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발행 2020년 01월 03일

오경천기자 , ock@apparelnews.co.kr

콜린 캐퍼닉이 광고한 ‘나이키’의 ‘Just Do It’ 30주년 캠페인
콜린 캐퍼닉이 광고한 ‘나이키’의 ‘Just Do It’ 30주년 캠페인

 

성장에 익숙한 자본주의와의 결별

진정성 갖춘 기업의 역할은 ‘필수 조건’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2016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칸 라이언즈(칸 광고제)를 찾았다.


칸 라이언즈는 세계 최대 광고제로 100여개국의 크리에이티브들이 모이는 축제의 자리다. 반 전 총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UN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을 광고계에 어필하기 위해서다.


반 전 총장은 세계 6대 광고회사(WPP, 옴니콤, 퍼블리시스, 덴츠, 인터퍼블릭, 하버스) 회장들과의 자리에서 SDGs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과 캠페인에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됐다.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의 키워드는 단연 ‘SDGs’가 됐고, 올해는 인류의 지속발전에 기여한 캠페인에게 시상하는 SDGs 어워드가 신설됐다.


광고는 소비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 분야다. 기업들이 어떠한 광고를 내놓느냐에 따라 소비 생태계 또한 변화한다. 때문에 반 전 총장은 광고계의 최대 플랫폼인 칸 라이언즈를 두드렸던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지속가능’이다. 단순히 환경적 문제에서만의 지속가능이 아닌 교육, 질병, 법, 고용 등 인류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지속가능이 이슈가 되고있다. 기업들은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을 위해 행동을 바꿔나가고 있다. 성장에 익숙했던 자본주의적 비즈니스가 아닌 진정성을 갖춘 지속가능경영으로 턴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나이키가 공개했던 ‘Just Do It’ 30주년 캠페인은 큰 이슈가 됐다. 캠페인에 등장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은 인종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 사회에 대해 항의하는 행동으로 큰 논란이 됐던 인물. 그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인종차별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국가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나이키는 “콜린 캐퍼닉은 영향력이 큰 스포츠를 이용해 전 세계가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밝히며 꿋꿋하게 캠페인을 진행했고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이는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2011년 파타고니아가 내걸었던 슬로건은 충격이었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많이 팔아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제품을 사지 말라니. 충격적인 광고 문구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이념과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농약 없이 재배한 유기농 목화를 사용한 소재,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뽑아 낸 원사 등 친환경 소재를 통해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5년까지 제품 공정, 운영시설을 비롯한 생산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 탄소 중립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의 자본주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이념과 가치관을 내걸고 있다. 이것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법이고 지속가능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베트멍이나 구찌, 버버리 등 명품들이 서브 컬쳐를 받아들이고,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방탄소년단(BTS)의 흥행이 세계관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 청소년들에게 미쳤던 영향력도 기억할 것이다. 단순한 음악과 춤을 넘어 그들이 던진 메시지에 청소년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생각과 가치관, 문화를 바꾸게 했다.


BTS 역시 그렇다. 그들이 내세운 세계관은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팬들과의 중요한 소통 요소가 되고 있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 팀장은 “자본이 움직이면 사회가 바뀐다.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가치관과 캠페인을 내걸고 있으며 비즈니스의 방식과 모델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이어지고 있고,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패션, 지구 오염의 주범 ‘지목’

 

소비자들 친환경 인식 빠르게 향상
재활용 소재, 렌탈 산업 급부상

 

패션계에서도 ‘지속가능’을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패션 산업은 인류가 배출하는 총 탄소량의 10%를 차지한다. 물 사용량은 두번째로 큰 소비 산업이다.


의류의 생산과 폐기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친환경 패션으로의 전환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글로벌 패션은 친환경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물론 월마트와 타겟 등 미국의 대형 유통사들까지 리사이클 제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의류수출기업 마이라텍스의 신재명 대표는 “리사이클 소재의 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친환경 패션으로의 인식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패스트패션들도 지속가능 패션으로 돌아섰다. H&M은 2020년 말까지 재생 소재만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유니클로는 헌 옷 수거를 통해 재활용 제품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렌탈 사업도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의류 렌탈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들어 렌탈 사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미국 소비자들의 17%는 ‘의류 렌탈을 경험했다’는 설문이 나왔다. 2018년 22%로 5%포인트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의류 렌탈 사업이 2023년 약 25억 달러, 한화 2조9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온라인 의류 렌탈 서비스는 물론 바나나리퍼블릭, 아메리칸이글, 뉴욕앤컴퍼니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들도 지난해 의류 렌탈 사업에 뛰어 들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