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신년기획] 디자인 평준화 시대… ‘소재’ 싸움이 시작됐다

발행 2021년 01월 0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씬다운
씬다운

 

 

협업, 독자 개발… ‘소재 브랜딩’으로 차별화 

원료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오염 ‘제로’ 도전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패션 디자인 평준화 시대, 소재 차별화가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소재 업체와 브랜드 간 협업 혹은 독자 개발한 소재 라벨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디자인’과 맞먹는 핵심 역량의 대열에 오르고 있다. 


‘파타고니아’, ‘올버즈’ 등 친환경 소재를 사명으로 내건 브랜드들이 각광받고, 나이키’와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국내 대표 패션 업체인 한섬의 ‘더한섬닷컴’에서도 소재 정보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친환경 소재는 패션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여정의 끝이자 완성이다. 이미 만들어진 소재나 완제품을 재활용하거나,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방식을 넘어 원재료의 생산 단계부터 완제품이 폐기된 후까지 환경오염 ‘제로’에 도전하는 패션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저탄소 정책을 기조로 하는 국제 질서는 패션 상품의 수출입 조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상품이 수출 시장에서 판로가 막힐 날도 이제 머지않았다. 


공동체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개인 의식의 향상까지 더해지며 소재는 이제 패션 산업의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다.  

 

 

씬다운 적용한 ‘씬에어 다운’
'씬다운'을 적용하고 빅로고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K2’

 

 

“외형 지상주의와 지속가능성 공존할 수 없어” 

 

지난해 연말, 모두가 완판을 꿈꾸며 할인 경쟁에 뛰어든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올버즈’와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판매량을 줄였다. “외형이 크다는 것은 곧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볼륨’과 ‘가치’를 분리하고 나선 것이다. 


‘자라’, ‘마시모두띠’의 인디텍스는 2023년 지속가능 제품을 8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코로나 이후 속도를 앞당겨 2022년 80%, 2023년 100% 달성을 목표로 수정했다. 


아디다스, H&M 역시 2030년까지 제품의 절반 또는 전체를 재활용 소재나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밖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들 역시 전체의 80~90% 이상을 지속가능 제품으로 전환해 나갈 전망이다. 


해외 유명 리테일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유럽 최대 패션 이커머스인 잘란도는 2023년까지, 셀프리지 백화점은 2025년까지 지속가능 소재를 적용한 제품만 입점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셀프리지는 이와 함께 렌탈과 리셀을 확장하고 수선 서비스를 강화한다. 


지난해부터 국내 업계도 지속 가능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소재와의 협업, 소재 마케팅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스턴트펑크' 리버시블 신슐레이트 보머 재킷
'인스턴트펑크' 리버시블 신슐레이트 보머 재킷

 


‘케이투’는 이탈리아 충전재 ‘씬다운(RDS 구스 다운을 압축한 ‘다운 패브릭)’과 손잡고 ‘씬에어 다운’을 런칭,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의 인공 충전재 활용이 크게 늘었고, 마케팅 포인트로도 부상했다.

 

일례로 3M의 인공 충전재 ‘신슐레이트’는 인스턴트펑크, 앤더슨벨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지지를 받으며 거래선이 증가하고 있다.

 

스트리트, 요가복 등 친환경 소재 도입 증가

 

수출 기업들은 지속 가능 소재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태평양물산은 최근 국내 소재 기업들과 코워크해 ‘리온(RE:ON)’ 컬렉션을 런칭했다. 또 WWF(세계자연기금)와 협업, ‘리텍스타일(Re:Textile)’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재활용 친환경 섬유 ‘에이스포라-에코(ACEPORA®-ECO)’를 2019년 런칭, 자라, 망고 등 글로벌 SPA들이 도입을 시작했다.

 

효성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원사 ‘리젠’에 주력, 처음으로 지속가능 소재의 브랜딩을 전개하고 있다. 2년 전 신생 브랜드 ‘플리츠마마’를 통해 홍보를 시작해, 최근 안다르, 무신사스탠다드, 스타벅스 등 협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오스프리, H&M, 자라, 유니클로, 아디다스로부터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플리츠마마’
‘플리츠마마’

 


효성은 수입 원료가 아닌 국내서 발생한 폐페트병을 활용해 ‘리젠’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젝시믹스, 안다르, 뮬라웨어 등 요가복들도 지속가능 소재 적용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지속가능 소재에 컬렉션 명을 붙이고,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 자체를 컨셉으로 한 브랜드들이 늘기 시작했다. 국내 유통되는 브랜드 수는 50여 개로, 연 매출 100억 원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전문 브랜드의 증가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패션 산업이 지속가능성 이슈에 제대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패션 브랜드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간 생산량이 인류 전체가 100년을 입을 수 있는 양이다”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인증 소비자 신뢰 선행돼야
 
소재 업체들은 친환경 비중을 늘려 가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크지 않다. 스포츠, 아웃도어 업계의 대응은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남성복, 여성복 등은 여전히 인식이 떨어져 친환경 소재 적용 비중이 상당히 낮다. 

 

 

효성 친환경 섬유로 만든 스타벅스 폴더블 크로스백
효성 친환경 섬유로 만든 스타벅스 폴더블 크로스백

 


지속가능 소재는 크게 리사이클(폴리, 나일론 소재), 천연 소재(오가닉 코튼), 생분해성이란 카테고리로 구분되는데, 국내는 리사이클이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등 편중도 심하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쓰레기 발생 제로의 생분해성 소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종이를 녹여서 만드는 모달, 텐셀 등 셀루로오스 계열의 소재가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패션 기업들은 훼손한 나무를 그만큼 다시 심는 FSC 인증까지 받고 있다. 


지속가능 인증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글로벌 스포츠와 거래하는 일부 원부자재 업체들을 중심으로 GRS, 오코텍스, 블루사인 등 인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우븐 분야이며 편직 부문은 거의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 가능 인증에 대한 내수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패션 브랜드들이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증 제도의 정착과 홍보는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