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백화점의 명품 모시기

발행 2022년 03월 18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백화점 명품 매장 / 출처=디올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백화점 업계의 명품 모시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팬데믹 이후 백화점은 오로지 명품의 힘으로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조 매출을 달성한 백화점 10개 점포는 모두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입점해 있는 곳들이고, 그 자체의 매출에 집객 효과까지 감안하면 지금의 쏠림 현상은 일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 2년 사이 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30~40%, 면적으로는 50% 가까이로 늘었다. MZ세대들의 명품 소비로 피어오브갓, 사카이, 아미 등 영럭셔리까지 부상하며 날로 팽창 중이다. 그동안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지 못해 고민해 온 백화점 업계가 다시 명품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명품 업계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다. 팬데믹 기간 면세점을 포기해야 했던 업계는 내수에 집중하면서 젊은 층 흡수에 공을 들여왔다. 부티크 매장 총량제(국가당 운영 매장 수)를 유연하게 풀어 남성 등 카테고리별 단독 매장도 확장해 왔다.

 

그 결과 명품의 영토는 역대급으로 커지고 있다. 과거 1개 층이던 명품 전용층이 4개 층(남성, 잡화 등)으로 3~4배가량 늘었다. 일례로 현대 본점의 경우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크리스찬 디올 등 4개 브랜드에 1층과 4층, 2개 층을 내어 줬다.

 

최근에는 명품 업체 출신 인재 모시기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공채 출신으로 임원진을 채워 온 유통사들은 관행을 깨고 경쟁사 출신, 명품 출신 임원들을 경쟁적으로 영입 중이다.

 

‘에루샤’가 모두 입점한 점포가 4곳인 신세계도 백화점 신임 대표에 해외 명품팀장 출신의 손영식 씨를 선임했고, 다급해진 롯데는 신세계와 명품 출신 임원으로 대폭 물갈이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셔널 브랜드 업계는 주눅이 들고, 백화점 점포 간 극단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상위 20개 백화점 점포에서 핸드백, 캐주얼, 제화, 아웃도어 조닝이 아예 사라지거나 크게 축소되고 있다. 조닝 별로 1~3위권 내에 들지 못하는 경우 상당수는 B급, C급 점포로 밀려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스포츠 ‘나이키’는 초대형 매장으로 전환, 백화점 수수료도 10% 아래로 낮아졌다. ‘나이키’의 기존 매장은 ‘아디다스’가 꿰차면서 두 브랜드는 일반 브랜드 20개 매장과 맞먹는 공간을 차지하게 됐다.

 

유통이 아무리 소비자와의 최접점에,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쏠림 현상은 과한 듯하다.

 

팬데믹 기간의 명품 수요 증가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전 세계가 장기간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이 팽창했고, 여행, 레저 등의 소비가 명품으로 쏠렸다. 코로나 이후 20대 명품 구매 증가율이 70%까지 치솟았다고 하지만, 그중 상당 비중이 리셀 목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과열된 명품 소비가 언제까지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국내 백화점 명품 구매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 기간 명품 판매 채널은 이전에 비해 훨씬 다각화됐고, 해외 직구 채널도 크게 진화했다. 다른 대책이 없이 몇 개 층을 명품에 할애한 백화점들은 오래지 않아 정반대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유행을 따르고, 때로는 먼저 제안해야 하는 것이 유통의 숙명인 줄은 알겠으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명품 쟁탈전은 아닌 것 같다. 다양성, 밸런스를 유지하고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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