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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고가 패딩 사계절 매장, 수입업자는 속이 탄다

발행 2022년 04월 1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캐나다구스' 롯데 애비뉴엘 월드타워점 외부 / 사진=어패럴뉴스

 

백화점의 고가 패딩 브랜드 매장이 사계절 정규 매장으로 속속 교체되고 있다. 롯데 잠실 에비뉴엘,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점, 갤러리아 웨스트 등 A급 점포부터 중위권 점포까지 정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겉보기엔,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저 비싼 점퍼들이 잘도 팔려나가나 보다 싶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딴 판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결별한 ‘캐나다구스’는 롯데지에프알과 손을 잡았다. 기존 삼성물산이 온라인 위주로만 전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이 롯데로 갈아탄 이유다. 고가 패딩 브랜드를 운영해 온 또 다른 디스트리뷰터는 본사가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정규 매장 확보, 봄가을 상품 바잉을 요구해 결국 계약을 종료했다. 이 회사는 자금 부담을 우려해 전개권을 포기했는데, 유독 고가 패딩의 국내 전개사들이 자주 교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화점과 본사로부터 정규 매장 오픈이나 전 시즌 바잉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 패딩 브랜드는 애초 겨울 패딩이 중심이다. 구색으로 니트, 후디 티셔츠 정도만 판매해 왔다. 하지만 ‘몽클레르’가 사계절 상품으로 성공을 거두자 경쟁사들도 토틀화에 착수했고, 유통사들은 MZ세대 유치, 명품 이미지 구축을 위해 정규 매장 확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벤더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겨울 한 시즌을 위해 9개월 동안 적자 매장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 인천터미널, 부산 본점 3개 점의 겨울과 그 외 시즌을 비교해보면, M 브랜드는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총매출이 3억 원을 기록했지만,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동안 매출은 3,3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P와 N 브랜드도 시즌 총매출이 1억 대에 달하지만 비시즌에는 2,200만 원이 채 안 된다.

 

그나마도 이들은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 축에 속한다. 나머지는 비시즌에 월 500~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매출이 거의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국내 수입 업체는 비시즌 상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바잉 비용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본사도 상품 다각화의 한계를 분명 인지하고 있다. 캐나다 등 추운 지역 출신 브랜드가 대부분으로 상품 개발 역량이 아직은 부족해 점퍼 이외 아이템의 판매는 미미하다. ‘몽클레르’도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토탈 브랜드로 성공했다.

 

운영비도 부담이다. 현재 고가 패딩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 수수료는 20평 기준 약 26~28%이며, 판매 직원도 직영체제다. 판매 사원 연봉 4,000만 원, 2.5명의 직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 1억 원의 인건비가 지출된다. 연 매출이 3억인 경우 인건비와 수수료 합산 약 2억 원, 여기에 바잉 비용을 더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상위권 3~4개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은 이 같은 상태다.

 

더욱이 고가 패딩이 잘 팔리는 점포는 국내 3~4곳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백화점들은 메인 매장을 내주며 옵션 매장을 요구한다. 고가 수입 브랜드 유치 경쟁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가 패딩 매장을 굳이 정규 매장으로 낼 필요가 있을까. 유통사가 직접 전개하거나 해외 본사가 토탈 패션으로 전환해 마케팅에 투자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듀베티카’처럼 아예 글로벌 판권을 국내 기업이 인수해 상품 개발이 자유로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해외 본사와 국내 유통사들은 일시적인 성과를 위해 국내 수입사에 부담을 떠안기는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 역량을 갖춘 후 정규 매장을 운영해도 늦지 않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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