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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에세이 - 그 산(山)에는 ‘두 개의 세상’이 있다

발행 2020년 06월 25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박선희 편집국장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당일 등반이 가능한 산이 서울 안에만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수락산 등등 많기도 많다. 전 세계 도시 중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산을 품고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고 하니 서울은 ‘산’ 부자다.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매년 봄 한 차례씩 가던 회사 산행이 올해는 코로나로 취소되었고, 주말에 도심을 활보하는 일은 이제 위험한 일이 되었다.

 

6월의 첫 토요일 아침 목적지는 수락산이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산이었고 무엇보다 국립공원이 아니니 사람이 적을 것 같았다.

 

수락산은 해발 500미터로 비교적 수월하다. 나무가 우거져 시원하면서도 암벽과 가파른 언덕, 숲길이 교차하며 아기자기하면서도 거친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런데 웬걸. 등산로 초입을 지나자 사람이 늘기 시작하더니 중반부, 정상에 다다르자 나무 반, 사람 반, 많아도 너무 많았다. 코스가 완만해질 때마다 역시나 직업병이 발동했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등산객들의 연령대였는데, 정확히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50-60대와 20-30대. 중장년만큼이나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은 아마도 영화나 쇼핑, 여행 등 기존의 여가 활동이 코로나로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발견된 것은 그 젊은 등산객들의 옷차림이었다. 그들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등산복을 갖춰 입은 이들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 레깅스와 스포츠 탑을 입거나 그냥 편한 캐주얼에 등산화 정도를 신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아웃도어의 충성고객인 장년층들은 레깅스를 입고 산을 타는 젊은이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는데, 브랜드를 거론하자면, 나이키, 아디다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글로벌 브랜드들이 산까지 차지하고 들어오는가 싶어 잠시 복잡한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동안 기사를 통해 다뤘던 내용들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웃도어 매출은 늘어나는데, 등산 바지 매출은 줄었다거나, 5월 이전까지 의류 매출은 요지부동인데, 등산화 판매만 늘었다는 기사들은 제법 정확한 정보였던 셈이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올 들어 등산객 수는 전년에 비해 2월 25%, 3월 67%, 4월 78%로 급증했다고 한다.

다행히 5월과 6월 아웃도어 매출은 급상승세다. 세상도 시끄럽고 속도 시끄러운데 ‘산’이 가장 만만한 중장년의 산행이 그만큼 늘었고, 재난지원금 효과와 세일 효과가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아웃도어의 전형성을 벗어난 브랜드들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마도 레깅스를 입고 산을 타고, 2만원 짜리 티셔츠를 입고 골프를 치는 젊은이들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취향 존중의 시대, 스포츠 레저 시장의 앞날은 전 세계 공통으로 밝다.

 

한때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네 앞산을 가면서도 에베레스트에 오를 듯이 아웃도어를 챙겨 입었다. 온갖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과 광고가 그러한 소비 욕구를 부추겼다.

 

지금 20대 친구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물론 돈도 없지만, 스타일이 별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젊은 인구가 늘어난다는 골프 시장도 비슷할 것이다. 골프라는 운동 자체의 매커니즘에 비하면 지금 골프웨어는 너무 비싸고 또한 요란하다.

 

젊은이들은 산을 오를 때, 골프를 칠 때 자신에게 가장 편한 옷을 입을 뿐이다. 아마도 나이키가 산에서도 잘 팔리는 이유는 스타일과 편안함을 동시에 주기 때문일 것이고, 등산복이나 골프웨어에 비하면 싸기도 한참 싸다.

 

정상 아래 쉼터에 도착하니 산을 즐기는 모습도 옷차림만큼이나 세대 격차가 여실했다. 숲 사이 비교적 한산한 그늘에 누워 에어팟을 귀에 꽂은 젊은이들이 여럿이었다.

 

아, 그런데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을 어찌하랴. 찬합의 음식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라디오의 음악이 흐른다. 막걸리와 노래 소리까진 그럭저럭, 그런데 삭힌 홍어 냄새는 정말이지, 해도 너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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