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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협력사와 파트너’, 호칭의 힘

발행 2021년 03월 15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몇 년 전부터 대기업들 사이에 직급이 아닌 평등한(?) 직함을 쓰는 게 유행하고 있다. 책임님, 매니저님, 00씨 같은 호칭이 직함을 대신하고 있다. 아마도 수직적인 호칭이 사고마저 경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의견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때문일 것이다.

 

협력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부터인가 협력사와 납품업체라는 말 대신 파트너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파트너라는 말은 너와 내가 함께 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협력체와 파트너의 차이는 영어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완전히 다른 말이다.

 

그런데 브랜드 업체들은 어떨까. 여전히 프로모션, 하청업체라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유통사들이 자신들을 ‘파트너’로 불러주며 세상 좋아졌다 느끼면서도 자신들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노동법 강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물건값에 큰 영향을 준다. 원가가 높아지니 소비자 가격도 그에 따라 상승한다. 디자인팀장 급들은 대부분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직접 고용을 할 경우 브랜드 업체들은 그 급여만큼 원가가 높아지고 따라서 상품 가격도 올려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세일즈랩이라고 불리는 판매대행 업체를 시작으로 디자인랩이라는 디자인업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직고용 대신 파트너사들이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해주고 브랜드 사들은 마케팅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모든 사업 방식은 편리성과 평등성에 기준을 두고 움직이다 보니 선진국형 방식을 한국 역시 따라가고 있다. 요즘 몇몇 브랜드 사들은 디자인실을 아예 없애고 디자인 파트너사들의 옷을 재정비해서 매장에 입고시킨다.

 

다양한 디자인과 시대의 흐름을 기존 방식의 직원 고용 시스템으로는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그것은 홈쇼핑에서부터 시작됐다. 원단 소싱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디자인 파트너들이 하고 브랜드 사들은 자사 브랜드로 방송만 한다.

 

장당 500원, 1000원 남는 이익금으로 디자인실의 직고용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눈앞에서 채널 돌려버리는 시청자들에게는 맞지 않다. 즉각, 즉석 비교되는 홈쇼핑의 의류업체 방식이 백화점, 대리점 브랜드 사에게도 접목되고 있다.

 

의류 브랜드들은 고객들에게 계속 새로움을 전달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이나 가방 같은 브랜드들은 몇 가지 제품으로 계속 회사가 존속될 수 있지만, 의류 브랜드들은 비슷하게만 나와도 그 옷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늘 새로운 것들을 쏟아내야 하는 의류 브랜드들은 새로운 것들을 찾는 고객을 위해 디자인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그들이 계속 개발할 수 있게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그것의 시작이 나는 호칭의 재정비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프로모션도 아니고 에이전트도 아닌 브랜드 사의 파트너이다.

어떤 획기적인 첨단 기술이 세상을 바꾸어도 사람이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면 시너지는 나게 되어 있다.

 

왜 사람들은 평등이 가치롭다고 믿는 것일까. 왜 기업들은 더 평등해지려고 노력할까. 어쩌면 평등이란 사람들의 자존감을 유지시켜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조직에서 평등의 분위기가 자리 잡으려면, 윗사람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아랫사람이 한둘이 바뀐다면 너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싸움도 있어야 하지만 윗사람이 바뀐다면 더 신속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모든 사업은 글로벌한 사고와 행동 방식을 필요로 한다. 호칭부터 바꿔보자. 그러면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뀔 것이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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