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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희] 브랜드의 감성 정의

발행 2021년 11월 01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1700년 이전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왕족과 귀족에게만 이름이 부여되었다. 일반인들은 직업과 거주지가 이름 대신 쓰였다. 예를 들어 언덕 위에 사는 둘째 딸, 강가 옆의 대장간 첫째 아들 하는 식이었고, 어떤 특징에 대한 표현들이 이름을 대신했다.

 

옷 역시 라운드 티셔츠, 공주 소매 옷, 펄럭이는 스커트 같이 이름이 아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브랜드란 이름 없는 제품에 사람처럼 이름을 부여하고 엄마와 딸처럼 2세대 이상이 컨셉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브라보콘, 새우깡 등이 대표적이다. 어떤 맛인지 알고 있으며 대략 가격은 얼마이고 판매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이며 그것은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어왔다는 것이다. 참고로 브라보콘과 새우깡은 각각 1970, 1971년도에 세상에 태어났으며 그들은 아이스크림과 스낵을 넘어 이름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인식을 일으킨다.

 

2018년부터 출시된 곰표의 다양한 콜라보 제품들.

 

브랜드가 힘을 가졌을 때, 얼마나 큰 파생상품을 만드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비슷한 부류에서만 하던 기존 콜라보가 패션, 식품 유통 부분에서 쇼킹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곰표> 밀가루가 주인공이다. 68년 전통의 대표적인 국민 식재료인 <곰표> 밀가루는 겨울 패딩 점퍼, 티셔츠 등의 의류를 넘어서 가방, 신발, 맥주, 막걸리로 탄생되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동안 유통에서 살아남았기에 그것은 브랜드로 인식되어 더 큰 확장성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몬테밀라노를 창업하기 전 유럽 초고가 브랜드 바이어로 일한 적이 있다. 수입 브랜드 바잉은 큰 구조로 봐서는 간단하다. 브랜드는 신상품 준비가 되면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쇼룸을 오픈하고 수입 가격을 적어 놓는다. 그것을 기준으로 수입자는 소비자 가격을 몇 배수 할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국가별 소비자 가격이 국가마다 다르게 된다.

 

특이한 것은 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도 수입 고가 브랜드는 잘 팔린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산다. 같은 장미라도 더 붉은 장미를 사려고 하는 심리를 그대로 제품에 녹여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물질이 아닌 숨을 쉬고 자라나는 생명체이다. 그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성장하는 순간마다 주변과 다툼도 있고 기쁜 일도 있는, 마치 사람의 성장 과정 그대로다.

 

브랜드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면 1살이다. 혼자서는 아무 힘도 없어서 주변에서 극진히 보살펴야 하고, 어느 순간 홀로 서는 존재가 되면 주변에서 같이 사업을 하자는 콜라보 제안을 받게 된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더 큰 회사를 차리는 것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 그렇게 몇 개의 서브 브랜드를 세상에 탄생시킨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숨을 쉬는 생명체로서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란 대중이 막연히 원하는 것을 구체적 형상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마치 이름 모를 들꽃에 안개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리워지고, 기억되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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