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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소희의 트렌드 레터 <43>
‘디테일의 힘’을 읽던 중국 친구

발행 2019년 03월 14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특별기고 - 김소희의 트렌드 레터 <43>

 

‘디테일의 힘’을 읽던 중국 친구

 

디테일의 세계라는 건 사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와의 토론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간극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고마운 경험이다.

 

수 년 전 중국 몇몇 회사와 비즈니스가 있어 한참 중국에 다녔던 적이 있다. 그 경험 덕에 많은 중국인 친구를 얻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 중 몇몇은 한참 발전하는 중국의 성장세에 올라타 돈을 벌기 바빴고, 또 몇몇은 그런 빠른 성장이 가져오는 부작용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염려했다.


그 중 ‘진(jin)’이란 친구는 후자였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염려하며 그가 했던 말은 중국인은 ‘디테일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 그가 푹 빠져 있던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발매되었던 <디테일의 힘>이었다.


그 때만 해도 나는 그런 걱정은 중국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디테일의 힘이란 책은 내게 큰 영감을 주지 못했고, 적어도 한국인인 나는 ‘디테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과연 나는, 우리 사회는 디테일에 얼마나 강한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면서 글로벌한 행보에 비해 한국의 움직임은 어느 날 부터인가 걷잡을 수 없이 느려져, 이제는 따라잡기 어려운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이런 걱정은 나뿐 만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여러 조직과 팀을 만들고 고민한다. 하지만 성과는 너무 작거나 초라하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슬프게도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엔 우린 ‘디테일’을 모르는 것 같다. 디테일을 모르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덕수궁에 갔다 석조전을 바라보며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가난한 대한제국의 왕이 한국의 덕수궁에 지었던, 지나치게 화려한 서양풍의 궁전이 아니던가. 외교 사절에게 위용을 보이기 위해 그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했다. 그것이 과연 나라를 구하는 일이었을까. 디테일을 모르고 마음이 앞설 때, 하드웨어에 돈을 쏟아 붓게 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정부에서 내놓는 여러 사업들을 보면 그 시절 석조전 짓기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커다란 단지를 조성하고, 무언가를 짓고, 각종 단체를 만드는 것들은 과연 당면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 주었던가.


디테일을 모른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터디’이다. 그리고 디테일을 안다면 가장 즐겨야 할 일은 ‘토론’이다.


디테일의 세계라는 건 사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럴 때 누군가와의 토론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간극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고마운 경험이다.


그러나 디테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른 마음으로 그 자리에 나와 앉는다. 그들에겐 싸우는 자리이고 이겨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니 디테일을 모르는 사람과는 토론을 시작하면 안 된다.


왜 우리는 스터디하고 토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하는 걸까. 아마 우리는 그런 시간에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오로지 성과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행하는 건 ‘컨설팅’이다. 내가 직접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대가로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쪽도 대신 책임을 지는 대가로 비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가 가져온 변화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변화의 절벽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컨설턴트가 뛰어내리란다고 뛰어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려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절벽을 다루고 있는지 나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나의 머리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지금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스스로 스터디하려는 사람들로 조직을 꾸려 그 시간을 헛되지 않게 쓸 수 있다.


이 시대를 헤쳐 가는 경험들이 어쩌면 우리사회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서로에게 잘했노라 어깨를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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