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재경의 패션법 이야기(1)
전기안전법의 패션 산업 적용은 ‘개악’이다

발행 2017년 05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법 이야기(1)

전기안전법의 패션 산업 적용은 ‘개악’이다 <상>




개정 전기안전법에 의하면, 전기용품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패션의류 등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도 KC 인증마크를 획득해야 하므로, 패션산업 종사자들로서는 과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인증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동시에 제품 출시 자체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슬그머니 국회를 통과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기안전법’)이 커다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전기안전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거치며 불거진 ‘안전 관리’에 대한 요구를 입법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만들어졌다.
기존 유아복과 공산품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KC(Korean Certificate) 인증 마크를 일반 의류와 잡화에 확대 적용한 것이 바로 전기안전법이다.
KC인증이 없을 경우 제조, 수입, 판매, 구매대행, 판매중개 등의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 전기안전법에 의하면, 전기용품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패션의류 등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도 KC 인증마크를 획득해야 하므로, 패션산업 종사자들로서는 과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인증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동시에 제품 출시 자체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영세한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기안전법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패션 제품 KC 인증서 게시 및 보관의무를 1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전기안전법은 임시변통의 유예조치로 해결될 수 없다.
전기안전법에 의한 비용만 살펴봐도, 한 가지 소재에 대한 시험분석 비용이 10만 원이므로 10개 조각짜리 옷의 경우 100만 원이 소요된다.
전기안전법의 폐해는 비용문제를 넘어 신속성의 저해로까지 이어진다.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의 검사에 하염없이 진을 빼면서 열흘을 넘게 소요할 수 밖에 없어 동대문 특유의 스피디한 신선도에 치명타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전기안전법을 비껴가는 유니클로, 자라 같은 외국 패스트패션은 신나게 창공을 날아다닐 것이다.
국내 수입업자 및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역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패션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병행 수입업자와 해외 직구 대행업자들이 수입 통관 과정에서 KC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KC인증으로부터 자유로운 아마존, 라쿠텐 등 글로벌 해외 업체에 ‘안방 시장’을 속수무책으로 내주게 될 것이다.
패션산업 업종별로 전기안전법상 예상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영세 판매업자의 경우 제품 인증에 5~10일이 소요됨에 따라 빠른 공급이 불가능해진다. 기본 인증비용 뿐 아니라, 부자재, 코팅 등이 더해지면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일반 의류보다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판매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병행수입업자 역시 생활용품 공급자적합성이 확인된 증명서류를 소정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 수입업자들은 계약을 하면서 이 서류를 받아 보유하면 되지만 병행수입업자들은 이 서류를 확보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몇 개 되지 않는 수입물량을 위해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비효율적이다.
구매대행업자들은 판매목적이 아닌, 개인사용 목적의 제품을 구매자의 의뢰에 따라 대신 구매해주고 5~10% 가량의 서비스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제품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인증을 받고 싶어도 막상 받을 제품이 없다는 난점이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위원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