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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성장하는 기업만이 밝은 미래가 열린다
수시 경력직 채용 일관 … 고용 절벽 현실로

발행 2017년 09월 2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사람이 성장하는 기업만이 밝은 미래가 열린다

수시 경력직 채용 일관 … 고용 절벽 현실로
젊은 인력 패션 기업 외면 … 세대 단절 야기
공채·수시채용 병행·공정한 평가제도 갖춰야


 
올해 채용된 위비스의 10기 신입사원들이 지난 14일 본사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올해 선발된 인원은 21명으로, 현장 근무중인 직원들은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이원구 기자 lwgphoto@apparelnews.co.kr
 

사무실 청소 근로자와 사내 카페 직원까지 정규직인 패션 업체가 있다. 바로 어덜트 캐주얼 ‘지센’을 전개하는 위비스(대표 도상현)다.
위비스는 매장 판매직을 제외한 본사 인력 250여명이 모두 정규직이다. 패션 업계 뿐 아니라 재계를 통틀어 드문 일이다. 최근에는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라이프스타일숍 ‘플라잉타이거’의 매장 판매직 26명을 모두 정규직 전환했다. 이 역시 업계 첫 사례다.
도상현 위비스 사장은 “경영자의 첫 번째 임무는 기업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이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물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경영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한 경영의 방식일 뿐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다. 사명감 같은 것으로 해석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젊은이들을 채용하지 못해, 거꾸로 면접을 당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와 더불어 구직과 결혼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활력을 잃은 기업들이 버블 붕괴 이후 고용을 미루고 미루다 커다란 고용 절벽이라는 난관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정부의 각종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으로 최근 1~2년 사이 청년 취업률은 유례없는 수직 상승중이다.
국내 패션 업체들 역시 200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신규 채용을 크게 줄였다. 그나마 신입 사원을 채용하던 대기업 계열 패션 법인들조차 공채가 사라졌고, 세아상역과 한세실업 등 수출 대형사들과 이랜드그룹 등이 매년 규모 있는 공개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패션 전문 업체들 중에서는 위비스와 함께 패션그룹형지 등 중견 기업 일부가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육성해 왔지만 10년째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위비스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고용절벽에 허덕이던 일본, 청년 취업률 급상승

위비스의 경우 2008년 공채 1기로 선발된 직원들이 현재 과장급으로 실무형 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첫 해 뽑은 13명 중 현재까지 재직 중인 직원은 2명 뿐 이지만, 10년간 공채로 선발돼 재직 중인 전체 직원은 50명을 넘어섰다.
올해 역시 21명을 선발, 최근 전원 정규직 채용을 결정했다. 주목되는 점은 디자이너 신입 사원 채용이다. 공채를 시도해 온 많은 패션 업체들이 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티브 파트에서의 신입 사원 선발은 아예 포기한 상태다.
위비스 역시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 6명을 제대로 선발할 수 있었다.
고용이 패션 업체들의 큰 고민거리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문제는 고민에만 머물러서는 ‘세대 단절’의 시대 문제를 돌파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파트와 영업, 기획, 생산 등 전 분야 임원직을 포함 실무급까지 경력직을 채용하는 구조로는 패션 업계로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없고, 기업의 활력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채 늘면 폐쇄성 커져 … ‘매너리즘’ 극복 방안 찾아야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채를 선발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경영적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각 기업은 신입 사원을 뽑아서 육성하는 일이 현재 가진 역량에서 지속가능한 일인지 부터 우선 판단해야 한다. 사람을 뽑아 키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과 자금과 기회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공채로 선발된 직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경우 기업 내부가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거 공채를 통해 사람을 뽑아 현재 경영진을 이루고 있는 많은 회사들에서 보여지는 ‘폐쇄성’이 바로 그것이다. 고인 물은 기업으로 하여금 ‘혁신’과 멀어지게 만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냉철하고 공정한 평가 보상 제도다.
도상현 사장은 “패션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탄력적인 조직 구성이 맞는 것 같다. 들고 남이 잦은 매장 판매사원이나 디자인 파트 등은 공채만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공채 사원은 회사의 로열티와 스토리를 갖춘 인재들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고,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특수한 역량이나 혁신, 도전 활동과 같은 과업은 외부라도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다. 결국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에 승복하고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문화 역시 사람이 성장하는 기업의 우선 조건 중 하나다.




인터뷰 - 도상현 위비스 사장

“사람 육성은 ‘굿 컴퍼니’의 첫 번째 조건이자 수단”


 
 

▲‘플라잉타이거’ 판매사원을 모두 정규직 전환했다. 업계 첫 사례다.
-‘자라’는 2년간 계약직 이후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고,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아주 낮다. ‘플라잉타이거’는 매장 직원들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고 전문성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환 과정이나 후에 문제는 없었나.
-사실 정규직 전환 후 매장 실적이 뚝 떨어졌다. 예상했던 일이다. 실적 대비 인센티브를 받다가 월급을 받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냉철하고 공정한 평가보상 제도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매장이라는 특성상 들고남이 잦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등의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디자이너를 처음 공개 채용했다.
-그동안 시도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조건이 좋은 친구들은 패션 업체 취업을 꺼렸고 선발 이후 이탈률이 너무 높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 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세상을 보는 안목, 애티튜드가 필요하고 그것이 제품에 녹아드는데 쉽지 않았다.
▲패션 업태 특성상 10년간 공채를 꾸준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지면 공채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고용, 특히 신입사원을 뽑아 키우는 것 자체가 나에겐 ‘미션’이다. 우리 회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속가능한 ‘굿 컴퍼니’의 첫 번째 조건이자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을 뽑는 것 보다 키우는 게 더 어려운 일이지 않나.
-공채 선발이든, 판매사원 정규직 전환이든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에 그것을 감당할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선발 자체보다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규모나 형질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비용만 는다. 우리 회사는 사람을 키울 자신감,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공채를 하는 것이다.
▲경영자로서의 사명감인가.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도출한 방법 중 하나다. 업태 자체가 진부해지는 상황에서 ‘굿 컴퍼니’는 어떻게 가능한가. 패션회사로 미래에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방식은 어떤 것인가. 혁신은 어떤 조직에서 가능할까 하는 고민의 결과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뽑아 놓은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잦다.
-필연적 과정이다. 그게 무서워서 사람을 키우지 않겠다는 건 그냥 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월급쟁이 시절이 있었고 나와서 회사를 차렸다. 다만 핵심 인재는 HR 시스템을 잘 관리해 이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소수 경력자에 의존하는 패션 업계의 인력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그것을 문제로만 볼 수 없다. 패션 업종의 특성상 탄력적인 조직 구성이 옳다. 우리는 공채를 하지만 혁신을 이끌 핵심 경영진은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한다. 들고남이 잦은 직군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항상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세대 단절, 고용 절벽을 실감하나.
-사람은 많은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적다. 사명감까지는 아니어도 청년 취업, 세대 단절 같은 문제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물론 좋겠다. 기업들이 조금씩 사람을 키운다면 업계 전체의 인력풀이 커지고, 산업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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