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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D2C와 페이스북, 그 운명적 ‘수어지교(水魚之交)’

발행 2021년 01월 0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석준의 ‘D2C 열전’

 

페이스북의 온라인 쇼핑 서비스 ‘페이스북 숍스’

 

 

“내가 공명을 얻음은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는 책사 공명(제갈량)을 탐탁지 않게 보는 아우들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고사성어 ‘수어지교(水魚之交)’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이 고사는 흔히 사람 간의 친밀함을 표현하지만, 성공, 기회 등의 키워드도 담겨 있다. 우리는 큰 기회가 오면 ‘물 들어온다’고 표현하곤 한다. 유비는 공명이라는 물을 타고 촉한(蜀漢)을 세워 옥좌에 앉았다.


산업계 역시 ‘물’이 어디로 얼마나 들어올지 당연히 촉각을 세운다. 황량한 사막에도 꽃은 피어난다지만 물이 들어오면 초목(草木)이 생긴다. 탈 없이 잘 나가는 산업 분야라 해도 새 기회는 언제나 환영이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소비 유통 시장에는 전자상거래라는 큰 물이 들어왔다. 세계 최대 소셜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이커머스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직접 발표한 ‘페이스북 숍스(Facebook Shops, 이하 숍스)’ 프로젝트다. ‘숍스’는 온라인 쇼핑몰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무료 전시공간을 통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월간 사용자(MAU)는 무려 31억 명에 달한다. 오프라인이라면 맨해튼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쇼윈도가 생기는 셈이다. 굽어 도는 대신 수직 성장할 추월차선의 개통이다.


그렇다면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페이스북의 전략을 들여다보면 ‘자사 쇼핑몰(D2C, Direct to Consumer)’이 명확한 주인공이다. 페이스북과 ‘숍스’로 협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목록이 이를 말해준다. 카페24(Cafe24, 한국), 쇼피파이(Shopify, 캐나다), 빅커머스(BigCommerce, 미국), 우커머스(WooCommerce, 미국), 피도노믹스(Feedonomics, 미국), 채널어드바이저(Channel Advisor, 미국), 세드커머스(CedCommerce, 인도), 티엔다누베(Tienda Nube, 브라질) 등. 


이 목록에는 입점 형태의 마켓이 없다. 서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사업자가 ‘D2C 쇼핑몰’을 만들 때 찾는 플랫폼이 다수다. 이 기업들의 솔루션으로 만들어진 ‘D2C 쇼핑몰’에 올린 콘텐츠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전시공간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이며, 치밀한 기술 연동이 선행된다.


페이스북은 ‘숍스’를 통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고품질 쇼핑 콘텐츠를 대량 선보이려 한다. 쇼윈도에 아무거나 채우지는 않겠다는 의도이자, 단순 판매자가 아닌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다. 쇼핑몰에 갖가지 콘텐츠를 선보이며 브랜딩에 도가 튼 ‘D2C 쇼핑몰’은 최적의 영입대상이었다. 이들은 규격화나 획일화를 거부한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도 관전 포인트다. ‘D2C 쇼핑몰’과 ‘숍스’ 모두 비좁은 국경 안에 갇힌 폐쇄적 모델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진출한 수많은 나라의 사용자들에게 ‘숍스’는 ‘D2C 쇼핑몰’의 상품을 보여준다. 며칠 전 홀로 창업한 소상공인 A씨부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려는 대형 패션기업 B사까지 아우르는 초연결이다.


그라운드는 이미 초대형 규모로 준비되어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수요 급증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보고서가 각국에서 쏟아진다. IBM은 “오프라인에서 전자상거래로의 소비 이동 속도가 5년 앞당겨졌다”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우리나라 통계청 집계만 봐도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지난 8~10월 석 달 연속 14조 원 이상의 신기록을 세웠다.


앵글을 돌려보면 홀로 정체돼 있을 때 오는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신호들이기도 하다. 곳간에 쌓아 둔 역량을 꺼내 놓고 온라인 브랜딩에 나서야 할 때이다. ‘D2C 쇼핑몰’과 ‘숍스’의 ‘수어지교’는 그래서 더 운명적이다.

 

 

박석준 카페24 기업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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