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고 밀려나고’...백화점에서 사라지는 내셔널 패션

발행 2021년 12월 06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신세계 대구점 루이비통 매장

 

3 주요 점포, 해외패션·명품 비중 50%

팬데믹 거치며 고가 중심의 양극화 심화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백화점 상위 점포에서 내셔널 패션 브랜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신세계 강남, 롯데 본점, 현대 본점, 무역센터점 등 서울 핵심 점포와 더현대 서울, 현대 판교점 등 신생 점포들은 최근 2년 사이 해외 패션과 명품 비중을 기존 대비 30~50% 가량 늘렸다.

 

대신 내셔널 브랜드 비중이 절대적인 핸드백, 구두 조닝은 이미 축소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아웃도어, 여성복, 남성복의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심지어 강남권 일부 점포의 경우 여성 부티크, 핸드백, 아웃도어 조닝이 사라졌고, 최근 출점한 점포들은 조닝 파괴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로컬 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롯데 본점, 해외 명품 비중 50%

명품 기존 1개 층에서 4개 층 확대

 

현대, 신세계에 비해 수도권, 지방 점포 수가 많아 내셔널 브랜드 비중을 유지해야 했던 롯데도 본점을 시작으로 해외 패션을 늘리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진행되는 리뉴얼을 통해 명품 비중을 종전 30%에서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1개 층을 차지해 온 명품 조닝은 리뉴얼 후 총 4개 층(여성 패션 3개 층, 남성 1개 층)으로 늘어난다. 면적도 기존 1만5,000㎡에서 3배 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남성 명품은 이미 지난 7월 본점 5층에 새로 문을 열었고, 톰포드, 발렌티노, 발렌시아가 등 30여개 브랜드가 구성됐다. 이어 이달 가장 핵심 조닝인 지하 1층(식품, 패션 잡화, 주얼리, 제화 등)과 지상 3층(화장품, 여성패션)에 대한 리뉴얼에 들어갔다. 리뉴얼 후 여성 명품 및 해외 패션은 1층부터 3층까지 면적이 늘어나고, 대신 로컬 여성 패션은 기존 3개 층에서 1.5개 층으로 축소된다. 패션 잡화, 주얼리, 제화도 면적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데, 매장 위치도 지하에서 지상 고층으로 이동한다. 화장품 역시 1층에서 지하로 이동한다. 이와 동시에 본점과 연결된 명품관인 에비뉴엘은 보석, 시계 전문관으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 명품에 할애하는 총 면적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본점에서 밀려나는 브랜드 중 일부는 퇴점을, 일부는 바로 옆 영플라자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 무역점, 본점 일부 내셔널 조닝 퇴출

에루샤유치한 신세계 대구, 단숨에 1

 

현대백화점은 본점, 판교, 무역센터점의 리뉴얼을 거치며 해외 패션 및 명품 백화점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무역센터점은 핸드백, 제화, 여성 패션, 부티크에 이어 이번에는 아웃도어 조닝을 대폭 축소했고, 본점에서 아웃도어, 핸드백(분크), 제화, 부티크 조닝이 사라진 지는 오래다. 지하 2층과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패션 조닝 내 내셔널 브랜드 비중은 현재 20% 미만이다.

 

신세계의 해외 패션 MD 전략은 전국구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명품 강화 전략을 통해 롯데 본점을 제치고 전국 1위 점포로 올라선 강남점이 그 시작으로, 대구, 부산 센텀시티점도 명품 및 해외 패션 비중을 강화했다.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해외 브랜드 풀을 구축,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강남점은 리뉴얼 후 명품 매장 비중이 가장 큰 점포가 됐다. 카테고리별로 명품 매장을 세분화해 면적을 늘렸는데, 구찌,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이 각각 4개에서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층별 메인 공간마다 명품 편집숍을 신설, 로컬 브랜드는 벽면으로 이동시키는 등 내셔널 브랜드 조닝이 30~50% 이상 축소됐다. 최근 1층에 오픈한 편집숍 ‘백 갤러리’는 1천평 공간에 10여 개의 명품 핸드백들로 구성됐다.

 

신규 점포 내셔널 브랜드 비중 절반 이하

새 백화점 수장들 모두 해외 패션 전문가

 

신세계 지방 점포의 해외 명품 유치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대구점은 센텀시티점에 이어 지방 점포 중 두 번째로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모두 입점시키며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신규 점포는 처음부터 해외 패션 중심으로 출발하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는 조닝별로 최정예의 3~5개 브랜드만 입점시키고, 해외 패션이나 명품으로 채워 넣고 있다. 더현대 서울, 롯데 동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등의 내셔널 브랜드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향후 내셔널 패션 브랜드들은 신규 점포는 물론 핵심 점포에서 밀려나 수도권 B, C급이나 지방 점포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화점 3사가 연말 인사를 한 두 달 앞당겨 시행한 가운데, 해외 패션 경력자들로 수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수입, 명품 중심의 MD 전략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표에 선임된 정준호 씨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출신으로 롯데의 해외 패션 브랜드 사업을 주도해온 GFR 대표로 재직해 왔고,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을 영입했다.

 

신세계백화점 대표에 선임된 손영식 씨 역시 백화점 해외명품팀장, 패션본부장을 거쳐 신세계디에프(면세 법인) 대표로 재직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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