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식] 높은 가치가 매겨지는 기업의 조건

발행 2022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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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와비 파커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면 몇 가지 사실에 당황하게 된다. 먼저 예상보다 높은 이자에 당황하게 되고 써야 하는 수많은 서류에 또 한 번 당황하게 된다. 내가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많은 요구에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못하는 약자가 된다. 심지어 불필요한 상품 가입까지 권유받기도 한다. 대출 요청을 할 때 기업 VIP 고객들은 지점장실로 가지만 일반인들은 번호표부터 뽑고 기다려야 한다.

 

반면 상장하자마자 국내 금융주 시총 1위를 차지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편리한 대출을 가능하게 하여 대출 규모만 20조 원을 넘겼으며 단숨에 1,600만 명의 사용자 수를 확보하였다.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되고 보안카드를 일일이 찾아서 누르지 않아도 되며, 몇 번 잘못 누르거나 행여 잃어버려도 은행 영업점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지 않는다. 고객의 보안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오히려 고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제거한 것이다. 결국 은행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편의성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 빈틈을 메우고자 한 노력이 사용자 수를 늘린 1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갈수록 인터넷 전문 은행에게 고객을 뺏기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의 질문>의 저자 진 블리스는 당신은 어머니를 홈파티에 초대한 후 번호표를 주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겠는가?라고 묻는다. 진심으로 고객을 위한다면 어머니에게도 그렇게 할 것인가를 자신에게 먼저 물어본 후 고객 서비스 전략을 짜라고 조언한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후 기준가 대비 36%로 나 급등한 D2C(Direct to Consumer) 기업의 대표 ‘와비 파커’는 미국의 안경 가격이 너무 비싼 것에 불만을 토로하던 와튼스쿨 동창생 4명이 함께 만든 안경 쇼핑몰이다. 몇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웬만한 브랜드의 안경이 대부분 한 곳에서 제조되는 독과점 구조로 인해 안경 가격이 폭등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들은 유통과 생산 라인 우회를 통해 소비자에게 인터넷으로 직접 판매하여 당시 평균 700달러이던 안경 가격을 95달러로 대폭 낮추었다. 또 온라인 판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홈 트라이온(Home Try-On)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안경 5개를 배송받아 최대 5일간 써본 후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하면 2주 뒤에 맞춤 제작된 새 제품이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와비 파커는 고객을 믿는다. 30일 이내 사용자 부주의로 안경이 파손되어도 묻지 않고 바로 교체해준다. 심지어 부서진 안경을 받기도 전에 새 안경을 보내 준다. 대부분 기업들은 블랙 컨슈머를 걱정하며 여러 가지 규정을 만들어 고객이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하지만 와비 파커는 소수의 악성 소비자들로 인해 선량한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더 안타까워한다.

 

기대 이상의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그 중심에 고객의 편의를 위한 끊임없는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기존의 시스템을 고수하기보다 기존의 시스템이 고객에게 어떤 불편을 초래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내 브랜드는 고객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고객의 불편을 초래하는 시스템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고객을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이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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