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우리가 ‘무늬’를 입는 이유

발행 2022년 07월 1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출처=겐조

 

변화무쌍한 패션계에서 언제나 통하는 불변의 아이템이 있다. 바로 꽃무늬다.

 

식물의 풍정과 계절감을 의복에 적용해,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담은 결과의 소산이 꽃무늬다. 환하게 피어나는 꽃과 함께 삶 속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목마름을 표현하고 싶을 때 우리는 꽃무늬 옷을 입는다. 꽃무늬 프린트 드레스가 영원불멸의 클래식이 된 이유일 것이다.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200년에 걸쳐 서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무늬 직물은 인도에서 온 친츠(Chintz)라 불리는 것으로, 다채색의 작은 꽃무늬가 뒤덮인 면직물이었다. 하지만 친츠가 너무 인기를 끄는 통에 친츠 수입이 금지되었고, 18세기 후반에 가서야 영국은 친츠의 제조 비밀과 함께 롤러 프린터를 개발하면서 염직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극소수의 엘리트들이 즐겨 입던 꽃무늬가 대중들에게로 확산되는 계기였다.

 

지난 코로나 시국 동안, 많은 이들이 키보드 위에서 상반신만 드러낸 채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무늬 없는 단색 디자인이 더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소비 심리의 회복과 더불어 다양한 외부 행사가 재개되면서 꽃무늬를 비롯한 다양한 프린트물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2020년 상반기, 유럽 및 미주 시장에서 출시된 프린트와 단색의 비율은 약 40% 대 60%였고, 2021년에는 그 비율이 30% 대 70%로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2022년의 흐름은 매우 다르다. 전년 대비 프린트 물의 부활 및 확대가 눈에 띈다.

 

다가오는 2023년 프린트 관련 트렌드를 보니, 전반적으로 보헤미안 룩의 유행과 수채화 프린트, 사랑스러운 잔가지와 줄기식물을 테마로 한 프린트와 심지어 사이키델릭한 색상과 기하학적 무늬도 등장할 예정이다.

 

꽃과 식물은 땅에 뿌리를 두고 하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새로운 삶과 부활의 의미를 담기에 꽃무늬는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꽃과 식물의 이미지에서 차갑고 때로는 강렬한 기하학적 무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왜 무늬에 끌리는 것일까.

 

2012년 노스웨스턴 대학의 연구는 특정한 의복 품목을 착용하는 것이 착용자의 심리와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것을 흔히 착용자 인지(Enclothed Cognition)라고 부른다. 우리의 인지능력과 반응이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늘에 찔리거나 혹은 신 과일을 먹을 때 얼굴을 찌푸린다. 촉각이나 미각처럼 시각도 동일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는 학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색과 형태, 크기, 각도도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도로 표지로 급격한 커브나 위험표시를 하는 V자 형태의 쉐브론(Chevron)을 생각해보면 쉽다.

 

저명한 예술평론가인 존 버거는 2008년 저서인 에서 “영원함의 반대는 순간이 아닌 망각됨이다. 폴카 도트와 페이즐리, 스트라이프와 같은 무늬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라고 개탄한다.

 

패션산업에서 즐겨 사용하는 무늬들은 하나같이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무늬에서 일종의 감정을 읽어낸다. 작은 꽃무늬에서는 노스탤지어를, 스트라이프에서는 단호함을, 깅엄 체크에서는 신중함을, 폴카 도트에서는 얌전함을, 기하학적 무늬에서는 대담함을 읽는다.

 

특히 반복되는 기하학적 무늬의 경우, 기억을 관장하는 전두엽을 자극해 착용자의 옷이 오랫동안 기억되도록 돕는다.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이 터널의 끝을 향해 가는 지금, 사람들이 강렬한 색채와 표현력 넘치는 패턴에 눈을 돌리는 것은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는 오랜 습성 때문이다. 신경에 와 닿는 충격의 전달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처럼, 인간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무늬와 패턴들이 답답한 일상을 치유하고, 우리의 기분을 상승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리라.

 

무늬가 변치 않는 클래식으로, 인간의 역사에서 사랑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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