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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남자, 100년 만에 유니폼을 벗다

발행 2022년 09월 19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2022 SS,FW 피티워모

 

산업화 시대 화이트칼라의 상징 정장

캐주얼라이징을 넘어 하이브리드 시대로

세계 패션계 남성복은 미래 성장 동력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남자들은 언제부터 유니폼같은 정장을 입었을까.

 

슈트와 셔츠, 타이로 이루어진 정장은 19세기 산업화 시대에 출현한 자본 계급의 자긍심을 표현한다. 권위주의, 획일화에 기반한 산업화 시대, 노동자 계급과 구분되는 화이트칼라의 유니폼이었던 셈이다.

 

사회적 신분과 격식이라는 상징적 기능을 빼고 나면, 사실 정장은 몹시 불편한 옷이다. 슈트는 물빨래를 할 수 없고, 값이 비싸게 나가며, 활동에도 제약이 많다. 셔츠 역시 다림질 등 관리가 까다롭다. 넥타이는 어떤가.

 

그런데도 여성복이 여성 해방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끊임없이 진화해 온 반면, 남성복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디올 맨' 2022 FW 컬렉션, 버켄스탁 협업 신발

 

스포츠, 레저, 워크웨어의 결합

 

지난 1월 열린 2022 추동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디올’ 런웨이에 등장한 ‘버켄스탁’과의 협업 슈즈 ‘토키오 뮬’이다.

 

신발은 그 위에 드리워진 의류 착장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다. 바이어들이 최고 아이템으로 꼽기도 한 이 아이템은 캐주얼라이징을 넘어, 하이브리드 패션으로 나아가는 남성 패션의 혁신을 상징한다.

 

이전까지 진행되어 온 캐주얼라이징이 한층 편안해진 정장의 변형이었다면, 엔데믹 전환 이후 급격하게 부상한 하이브리드 경향은 완전하고 획기적인 변화다.

 

테일러링에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레저웨어, 워크웨어 등이 결합되며 기존 정장의 불편한 요소들이 거의 사라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젠더리스 트렌드까지 가세하면서 더 다원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산업화 이후 100년 만에 남자들이 비로소 유니폼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테일러링 정장으로 오랜 시간 최정상을 지켜 온 ‘제냐’와 ‘휴고보스’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제냐' 2022 겨울 컬렉션

 

‘제냐’는 이지 테일러링과 애슬레져의 결합, 맞춤 제품, 스니커즈 강화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 매출 비중을 50%로 키웠다. ‘휴고보스’는 드레스와 애슬레틱이 결합한 ‘드레-슬레틱’ 라인을 출시, 캐주얼 매출 비중이 기존 25%에서 75%까지 뛰어 오른 상태다.

 

‘카날리’는 올 1~5월 매출이 13% 가량 증가한 가운데, 가볍고 캐주얼한 구조와 소재을 적용한 믹스매치 스타일이 견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다원화, 남성들 소비 주체 부상

 

세계 최고 슈트 브랜드 중 하나인 ‘브리오니’ 역시 팬데믹 이전 35%였던 캐주얼 매출 비중이 65%로 뛰었다.

 

세계 패션계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남성복을 지목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획일적인 유니폼에서 벗어난 남성복의 시장 다원화는 곧 매출원의 탄생을 뜻한다.

 

동시에 독립적인 패션 소비 주체로 변신한 남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복식 산업이 시작된 이래, 남성복은 여성복 시장의 절반 이하 규모에 늘 머물러 왔다.

 

하지만 남자들의 옷은 획일적이며, 엄마와 아내가 구매한다는 100년의 ‘관습’이 이제 깨져 나가고 있다.

 

지금의 3040은 물론, MZ세대 남성이 패션과 뷰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신사스토어는 MZ세대 남성이 패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구매 비중에서 남성이 절대적인 ‘무신사’는 2015년 거래액 1000억 원에서 2021년 2조 원을 돌파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들이 경제 주체가 되는 시대에는 남성 패션이 여성 패션에 버금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글로벌 데이터 기업 스테티스타는 올해 5천억 달러 규모의 세계 남성복 시장이 2026년까지 매년 5.63% 성장해 70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영국 패션 매체 BOF와 보그 비즈니스 역시 남성 시장 성장률이 각각 연평균 5.8%, 9.3%로, 여성의 5.3%, 9.0%보다 빠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독일 바바리에에서 열린 G-7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넥타이의 종말은 오나

 

정장 시대, 남자들의 유일한 액세서리

유틸리티, 하이브리드에서 역할 사라져

 

넥타이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1618~1648년 유럽에서 벌어진 30년 전쟁에서 비롯됐다.

 

크로아티아 군인들이 목을 보호하기 위해 ‘크라바트’라는 수건을 감은 것에서 유래했는데, 프랑스 왕 루이 14세가 패션 아이템으로 매고 다니기 시작해 귀족 패션의 아이템으로 발전해 나갔다.

 

원저공

 

20세기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영국 윈저 공이 즐겨 매며 더욱 인기를 끌었는데, 윈저 공은 ‘윈저 노트’라는 넥타이 매는 법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넥타이는 당시 공적인 자리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남성의 유일한 ‘액세서리’였다.

 

이후 산업화 정장 시대가 시작되면서 컬러와 패턴, 소재 등이 다양해졌고, 단조로운 남성 패션에 변주를 부여하는 액세서리로 내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제 넥타이는 영영 인류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월 이탈리아 ‘피티워모’ 현장에서는 넥타이‧셔츠‧재킷을 화려하게 입고 뽐내는 슈트맨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틸리티가 강한 워크웨어, 스포츠웨어 코드가 섞인 남성복이 주류가 된 탓이다.

 

정장을 벗어 던진 남자들은 이제 다양한 룩과 액세서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유일한 액세서리였지만, ‘유틸리티’라고는 전혀 없는 넥타이가 설 자리는 이제 없어 보인다.

 


 

2021년 구찌 비러브드 캠페인에 백을 매고 등장한 가수 해리 스타일스(좌)

 

“나도 예쁜 가방을 들고 싶다”

 

가방의 성별 파괴

 

작년 열린 파리 패션위크의 지암바티스타 발리 2022 봄 쇼에 참석한 다른 성별의 인플루언서 커플 영 엠퍼러스(Young Emperors)의 이사벨 채풋(Isabelle Chaput)과 넬슨 티베르기엥(Nelson Tiberghien)은 지암바티스타 발리 플로르 백을 같이 들고 참석했다.

 

구찌 비러브드 캠페인에 등장한 유명 가수 해리 스타일스도 배우 시에나 밀러와 같은 스타일의 구찌 백을 들고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킴 존스 디올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와 다니엘리 보테가 베네타 CD 등이 2019년 컬렉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방의 성별 경계를 허물었다고 본다. 2019년 디올은 새들백의 남성 버전을, 보테가 베네타는 작은 크기의 카세타 백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방시는 기존 여성 백보다는 큰 컷-아웃(Cut-Out) 백을 출시, 여성용 섹션에서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성별을 구분 짓는 큐레이션도 모호해지고 있다.

 

(좌측 위에서부터 우측으로) 보테가베네타, 디올, 우영미, 시스템옴므, 르메르, 드로우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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