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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10년 후 사람들의 옷장 속 옷의 30%는 중고품”

발행 2022년 09월 19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디올X나이키

 

소비자가 팔고 소비자가 사며 만들어진 ‘리셀 마켓’

사서 팔고, 다시 사는 젊은 세대의 명품 수요 확장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지난해 11월 ‘오프화이트’의 창립자이자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트 디렉터였던 버질 아블로의 사망 소식이 발표되자, 그가 디자인한 제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발매한 나이키×오프화이트 에어조던1 시카고는 여러 리셀 플랫폼에서 1000만 원대의 가격을 기록했다. 발매가 21만 원의 약 47배다.

 

‘에르메스’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샤넬’과 예물시계의 대명사 ‘롤렉스’는 대표 리셀 브랜드다. 샤테크·롤테크(샤넬·롤렉스 + 재테크)란 단어가 만들어지고, 오픈런을 일으키는 주인공이다.

 

올 춘하 시즌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의 아디다스 슈퍼스타를 오마주한 블레이키 OG 솔 레더 스니커즈는 약 40만 원대에 발매, 이후 2배 이상 뛰어오른 80만 원 이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리셀은 이제 유명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로도 확장중이다. 2018년 ‘우영미’를 시작으로 2020년 유명 래퍼 빈지노가 소속된 ‘아이앱 스튜디오’가 리셀 열풍을 일으킨바 있다. 올해는 ‘폴리테루’, ‘언더마이카’ 등 마니악한 온라인 브랜드의 리셀도 늘었다.

 

원래 중고 판매는 쓰던 물건을 싼 가격에 되파는 행위다. 하지만 패션 리셀은 ‘희소성’이라는 가치에 기반해 가격이 반대로 높아지기도 한다. 더불어 경제력이 넉넉치 않은 MZ와 같은 젊은층들은 명품을 사고, 되팔고, 다시 사들이면서 명품 수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세대가 확장된, 지금의 명품 시장 호황에는 ‘리셀’이 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럭셔리 리셀 시장이 연평균 10~15% 성장, 2030년 650억~1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 채널로 리셀 시장을 짚었다. 주도 채널은 온라인으로, 맥킨지는 리셀 시장의 온라인 비중을 65~75%로 잡았다.

 

로이터·야후 파이낸스·미국 스타트업 정보플랫폼 크런치베이스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거래액 기준 리셀 시장의 플랫폼 점유율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1위(43.6%), 이베이는 2위(32.6%), Etsy(15.7%)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재작년 거래액 기준 신흥 강자 플랫폼으로는 스탁엑스(18억 달러), 포시마크(4억4960만 달러), 더리얼리얼(3억5000만 달러) 등이 꼽힌다.

 

맥킨지에 따르면 리세일 거래 품목은 여성은 주얼리·시계 50%, 핸드백이 35%를, 남성은 주얼리·시계 80%, 신발이 15%를 차지한다. 지역별 비중은 유럽이 50~55%, 미국 25~30%, 중국이 10%를 차지했다.

 


 

 

네이버, 무신사도 뛰어든 ‘리셀 플랫폼’ 전성시대

 

관리형과 P2P형으로 양분

 

리셀 플랫폼은 크게 관리형과 P2P(person-to-person) 2가지로 분류된다. 관리형은 상품 거래에 유통사가 개입한다. 정품 판매, 품질 관리, 사기 방지 등에 유리한 대신 대부분 업체들이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P2P는 단어 뜻 그대로 플랫폼이 판매 공간만 제공하고 판매자끼리 알아서 거래하는 방식이다. 수익 모델은 온라인 광고료다. 이용자들은 개인 역량에 따라 좀 더 싸거나 비싸게도 팔 수 있고, 비인기 희귀 매물도 볼 수 있는 유동성이 장점이다.

 

현재 관리형 플랫폼에는 ‘더리얼리얼’, ‘스탁엑스’, ‘쓰레드업’, ’크림’, ’솔드아웃’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크림’이 올 1~2분기를 합쳐 7200억 원의 거래액으로 전년 실적을 뛰어넘으며 1위다.

 

P2P형은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보나파이드·시크먼트, 페이스북 그룹의 슈겜코 마켓, 다음 카페 디젤매니아, 번개장터, 당근마켓, 포쉬마크, 이베이, 디팝 등이 있다.

 


 

더리얼리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스탁엑스

 

리딩 명품 업체에 리셀 시장은 ‘계륵’

 

성장성 높지만, ‘리셀’은 수요자의 시장

시장 너무 커지면 제 살 깎기 될 수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는 최근 패션 리셀이 향후 의류 및 신발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는, 리셀이 흑자를 내는 주체가 소비자라는 점 때문이다. P2P 업체는 광고료, 관리형 업체는 낮은 수수료가 매출이다.

 

하지만 소수의 리딩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2019년 H&M은 재판매 플랫폼 셀피를 인수했고 버버리는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1년 케어링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2억16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룰루레몬은 자체 리커머스 사이트를 런칭했다. 파페치도 리세일 플랫폼 럭스클루시프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 SSG닷컴이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명품편집숍 브그즈트(BGZT) 컬렉션을 입점시키면서 판매를 시작, 명품 플랫폼 트렌비, 캐치패션도 중고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

 

버나드 아르노 LVMH 회장 / 출처=로이터

 

반면 LVMH, 샤넬, 에르메스 등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나마 LVMH가 리셀 스토어 스타디움 굿즈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버나드 아르노 회장의 투자 계열사 아글래 벤처스 등이 지난해 중고 시계 플랫폼 크로노24에 대한 투자에 참여했다.

 

이들에게 중고 시장은 일종의 ‘계륵’같은 존재다. 명품 수요를 확장시킨 측면이 있지만, 가품 등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직접 하자니, 정품 수요를 뺏는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고, 앞서 밝힌 대로 이익은 거래자들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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