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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저가에 흔들리는 패스트 패션, 지속가능성 압력 ‘임계점’

발행 2023년 01월 11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H&M 매장

 

‘쉬인’ 지난해 매출 H&M 추월, ‘테무’ 5년 내 300억 달러 목표

EU 지속가능성 전략, 패스트 패션 수입 제한 등 강력 제재 예고

 

앞으로 패스트 패션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단이 쉽지 않다. 럭비공처럼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줄기를 짚어보면 우선 리세일 전문의 쓰레드업이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지적하고 있는 패스트 시장의 정체와 10년 후 점유율이 현재의 8%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근래 들어 자라나 H&M의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혜성처럼 나타난 중국의 쉬인(Shein), 또 이를 따라잡겠다 선언하고 나선 의핀뚜어뚜어 테무(Temu)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따르면 쉬인의 지난해 매출은 230억 달러(전년 160억 달러)로 200억 달러 선의 H&M을 추월해 올해는 300억 달러 선의 인디텍스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쉬인에 도전장을 내고,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올해 매출 목표가 30억 달러다. 몇 년 전 돌풍 일으켰던 영국의 온라인 패션 부후 그룹 매출이 20억 달러 미만인 것과 비교된다. 테무는 쉬인이 10년 이상 걸린 것을 3~5년 내에 달성하겠다는 의욕으로 5년 내 매출을 300억 달러로 책정했다. 곧 캐나다와 스페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라의 본고장인 스페인 진출은 이를 교두보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테무의 계획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쉬인의 등장으로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글로벌 패스트 패션 시장의 판도가 한층 요동칠것이라는 점이다. 쓰레드업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확인된다.

 

우선 쉬인의 등장으로 H&M과 부후그룹이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부후는 1년 전 까지만도 쉬인의 급성장에 대해 ‘그런 회사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테무

 

가격 도살자라 불리는 테무

미국 진출하며 쉬인에 도전장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쉬인의 등장으로 미국 의류 업체들 가운데 아메리칸 이글, 아베크롬비 앤 피치, 어번 아웃피터스, 빅토리아 시크릿, 갭 등을 비롯 백화점들과 오프프라이스 체인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초저가 전략을 들고 나온 테무가 가세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초저가 전략을 들고 미국 시장에 도전한 테무는 홀리데이 시즌 중 ‘테무는 하루하루가 블랙 플라이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파격 세일에 나서 ‘가격 도살자(price butcher)’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마존에서 16.90달러 하는 아이폰 케이스가 테무에서는 1.88달러. 의류, 신발, 액세서리뿐 아니라 스포츠 용품, 악기 등 25개 카테고리에 걸친 세일로 아마존보다 10~20%, 쉬인보다는 25~30% 저렴하다는 평을 얻었다. 여기에 더해 친구 등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30%를 추가 할인해 주고, 배송이 제때에 안되면 5달러를 보상하는 등 손해보는 장사를 서슴지 않았다. 주문 건당 30%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테무는 3,000여 개의 서플라이 공장을 가지고 있는 쉬인과 달리 오랫동안 거래해 온 1만 여 개 제조업체의 제3자 입점 형태로 소싱을 하고 있다. 70억 위안을 투입해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여기에는 100개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테무로부터 저돌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쉬인의 공식적인 방응은 없다. 그러나 틱톡 등을 이용해 저명인사 등을 등장시키며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쉬인

 

지속가능성은 쉬인의 아킬레스건

리세일 플랫폼 런칭했지만 냉랭

 

최근에는 브라질에 5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일본 도쿄에 2층짜리 오프라인 매장도 개장했다. 판매는 않지만 전시와 각종 이벤트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쉬인은 지난 4월 인디아나주 화이트 스톤에 대형 물류 창고를 마련한 데 이어 캘리포니아 동부에 2개의 물류 창고를 추가해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상품 딜리버리 기간이 현재의 10~15일에서 3~4일로 단축돼 테무에 큰 경쟁력을 갖데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에서 직접 소액 소표 딜리버리로 누려왔던 면제 혜택이 없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쉬인은 최근 세 개의 대형 폭탄을 얻어맞았다. 하나는 영국 TV 채널 중 한 곳이 ‘쉬인’의 중국 서플라이 공장들이 현지 노동법을 위반해 하루 112.5~13.5시간, 때로는 18시간까지 일하고 한 달에 하루밖에 쉬지 못한다고 폭로한 것이다. 임금은 제품 한 개 제작에 3펜스, 원화 약 44원을 받는다며 노동력 착취를 지적했다. 쉬인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1,5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개선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다.

 

두 번째는 블룸버그가 쉬인이 미국이 강제 노동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산 면을 사용하고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고, 세 번째는 환경 보호 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가 쉬인 제품들에서 유해 화학 물질이 검출됐다며 이를 단속하기 위한 법규 정비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린 피스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47개 쉬인 제품을 제3기관에 의뢰해 테스트한 결과 7개 제품이 EU 규정을 위반했고, 이 가운데 5개 제품은 100% 위반, 15개 제품에서는 우려 수준의 유해 화학 물질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업계 자율은 실패

EU, 패스트 패션 퇴출 논의 중

 

이같은 일련의 사건은 쉬인의 아킬레스건이다. 패스트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촉구해 온 감시자들을 더욱 긴장시킨다.

 

그린피스는 쉬인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된 것을 계기로 EU 집행위원회에 패스트 패션의 퇴출을 촉구했다. EU 집행위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다듬어온 ‘지속 가능성 전략’도 한층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류 제품의 수명 연장, 친환경 소재 보장, 의류 서플라이어 노동 환경 개선 등과 함께 최근 패스트 패션 수입 제한 방안까지 대두됐다.

 

에스토니아의 EU 집행위 수석 대표인 비비안 루넬라(Vivian Loonela) 여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패션 컬렉션 축소와 패스트 패션의 수입 제한이 논의되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상정된 뉴욕 주의 패션 법안(The Fashion Law)도 심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패스트 패션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자, 쉬인은 최근 리세일 플랫폼 ‘쉬인 익스체인지(Shein Exchange)’를 런칭했다. 하지만 대체적 반응은 냉소적이다. 리세일을 할만한 상품이 아니라는 힐난이다.

 

프랑스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우리는 쉬인과 같은 패스트 패션 제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테무의 등장은 패스트 패션 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패스트 패션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한층 강하게 노출시킬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루에 3,000여 벌의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는 것이 특징인 패스트 패션 비즈니스 모델은 근본적으로 오랜 수명을 추구하는 패션의 지속가능성과 상충된다. 그로 인한 임계점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사물은 임계점에 달하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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