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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을 외치다

발행 2022년 03월 2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출처=게티이미지

 

지난 21일부터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면서 국내 항공 및 여행 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작년 11월 발표된 ‘단계적 일상회복’과는 다른 기대감이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해외 방문 시 자가격리 의무가 없어지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미 모든 여행 업계가 4월 1일을 기점으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전해져 온다.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다. ‘플라이그캄(Flygskam)’이라고도 하는 이 말은 ‘항공기가 발생시키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반(反)비행 사회 운동’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부끄러운 비행’으로 번역되는 플라이트 셰임은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때에 비행기를 타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과 수치스러움을 이르는 말이다. 


2018년 스웨덴어인 ‘플라이그캄’에서 시작된 이 말은 ‘We Stay on the Ground’ 운동의 계기가 되었고, 2019년 영어권 사용자들 사이에서 영어로 언급되며 주류가 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비행기가 기후 변화의 최대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가 비행기에서 나온다.


비행기는 시간당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높은 고도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는 비행구름의 원인이 돼 지구온난화현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유럽환경청(EEA)의 발표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하는 동안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85g으로 버스(68g)의 4배, 기차(14g)의 20배에 이른다. 


지난 2021년 5월 프랑스 하원은 정부가 발의한 프랑스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기후와 복원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상원과의 의견 차이로 인해 헌법 개정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하원에서 통과된 것은 ‘기차로 4시간 이내’ 금지 보다 더 강화된 ‘2시간 30분’이었다. 실제 오스트리아는 빈과 짤츠브루크 사이를 오가는 열차를 증편하는 대신 같은 구간을 오가는 오스트리안 에어라인의 운항노선을 폐기하기도 했다.  


최근 영국 BBC는 한 사람이 런던에서 모스크바까지 항공편(약 4시간 소요)을 이용할 경우, 2030년까지 치명적인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 가능한 탄소의 양을 가리키는 ‘탄소 예산’의 5분의 1을 소비한다고 전했다.


스웨덴에서는 여행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스웨덴 철도청에 따르면 2019년 스웨덴에서는 항공기 승객수가 5% 감소하고, 철도 이용객은 8% 증가했다고 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스웨덴 국민의 23%가 기후 변화 우려로 지난해 항공 여행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Flight Free 2020’ 캠페인을 시작했고,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지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대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첫째는 비행기 노선을 줄이거나 연료 효율성이 좋은 기재로 기체를 변경한다는 것, 둘째는 현재 비행기가 사용하는 항공연료를 SAF라고 불리는 지속가능 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로 대체하는 것이다. SAF는 식물성 혹은 동물성 기름과 기타 친환경 대체 연료를 포함한 항공 대체유로 알려져 있으나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로서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 합의했다. 문제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늘어나고 코로나 이후 억눌려왔던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지구 한편에서는 유희(hedonic)만을 위해 비행기 이용을 자제하고, 지역에서 살고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으며, 지역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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