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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원조(元祖)의 힘

발행 2022년 08월 0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출처=Ralph Lauren

 

처가가 있는 양평군 옥천면에는 유명한 ‘옥천냉면’이 있다. 원주민들은 누구나 ‘40년 전통의 원조 옥천냉면’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41년 전통의 원조’라는 간판과 함께 새로운 옥천냉면이 신규 오픈(?)하며, 원조 집을 위협했다. 동네 주민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진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히 확인된 된 것은 아니지만, 신규 오픈 냉면집 사장님은 ‘본인 집에서 41년 동안 냉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요식업에서만 원조가 중요할까? 직업이 직업인지라 패션에서의 원조의 가치는 어떨까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는 ‘폴로티’의 원조 폴로다. 최근 무서운 매출 신장세로 캐주얼 시장을 휩쓸고 있다. 폴로티는 사실 PK셔츠라고 불려지는 것이 맞고, 그 원조는 ‘브룩스 브라더스’ 혹은 ‘라코스테’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폴로티’라고 불리며, 41년 전통의 옥천냉면처럼 폴로가 원조로 인식된다. 하지만 진짜 원조가 무슨 상관 있을까? 고객의 인식에서 원조면 그뿐이다.

 

한때 폴로가 고객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PK셔츠, 폴로티 하면 바로 생각나는 특유의 로고와 스타일이 아닌 폴로 빅 로고나 럭비와 같은 신상품으로 외도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조식당이 사랑받는 이유는 맛있고 멋진 신 매뉴를 개발해서가 아니라, 원조 매뉴의 일관된 맛 때문이다.

 

마린 스트라이프의 원조 ‘세인트 제임스’의 사정도 폴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나는 이 브랜드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부피감이나 착용감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마린 스트라이프의 옷은 꼭 이 브랜드를 사게 된다.

 

온라인에서 자주 검색되는 오드리 햅번과 파블로 피카소가 입고 있는 마린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세인트 제임스’라는 확신은 없지만, 나의 인식에는 오드리 햅번과 파블로 피카소가 주로 입던 마린 스트라이프는 세인트 제임스다. 누가 뭐라고 하던 나에게 원조집은 세인트 제임스인 것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패턴이지만, 여전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역시 고객이 ‘원조’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에는 수많은 원조가 발견된다. 고객들이 이런 것까지 알아보고 구매하지는 않지만, 특히 명품은 부지불식간에 구매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샤넬은 숄더백의 원조로 현대 여성의 두 손에 자유를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디올은 여성미를 우아하게 드러내는 A라인과 H라인의 원조이다. 다이아몬드가 가장 빛나게 보이도록 컷팅한 라운드 브릴리언트컷에 6개의 플롱(발)으로 세팅한 웨딩 밴드는 누구나 티파니 세팅이라고 인지한다. 반클리프 앤 아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비저블세팅(다이아몬드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는 형태로 프롱이 보이지 않게 하는 세팅)의 원조는 사실 까르띠에다.

 

진짜 원조건 아니건 고객들이 원조로 인식하는 브랜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원조 매뉴의 일관성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롤렉스이다. 오이스터 디자인을 고집하는 원조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전통과 역사가 중요한 명품에 있어 원조의 힘은 더욱 강력하게 발휘된다.

 

원조에 대해서 말하다 보니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마복림할머니 떡볶이를 먹으러 신당동에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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