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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짝퉁 범죄 도시, 오픈마켓

발행 2023년 04월 0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 법 이야기’

 

 

영화 ‘범죄 도시’에 나오는 무법천지도 아니고, OTT 시리즈 ‘카지노’에 나오는 필리핀 마닐라도 아니고. 짝퉁 범죄가 활개 치는 사각지대가 있으니 바로 ‘오픈마켓’이다. 이른바, 오픈마켓 면책주의 때문에 짝퉁에 무방비로 당하는 K패션은 갈 길도 잃었고, 할 말도 잃었다.

 

짝퉁 제품은 어디서나 독버섯 같은 존재로 건전한 상거래를 파괴한다. 브랜드로 먹고사는 패션 산업에서는 더욱 심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경찰, 법무법인 등과 합동으로 단속에 나서면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귀신같은 제조 공급망과 끊임없는 수요처를 기반으로 다시 기승을 부린다. 잠시 단속의 끈을 늦추면 성장세를 불려 나가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진 요즘 세상에는 짝퉁의 구입이 더 쉬워졌다. 이런 짝퉁 열풍에 일조하는 시스템이 바로 오픈마켓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촘촘히 퍼져있는 스토어들은 커머스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슬그머니 짝퉁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K-디자이너 시장을 이끄는 국내 중소 패션사업체인 듀테로(Deutero), '엠엠엘지(Mmlg)', 그리고 마르디메크르디(Mardi Mercredi)가 당하는 가품 피해 현황은 짝퉁 무법지대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뉴욕(NEW YORK)'을 뒤집은 듀테로의 티셔츠는 디자인을 교묘하게 베낀 짝퉁이, ‘1987’과 'Mmlg' 로고로 유명한 'Mmlg'의 경우, '멘션(mention)' 로고만 감쪽같이 바꾼 가품이 네이버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의 꽃잎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는 이들의 이름, 주소, 연락처에 사업자등록번호까지 올렸지만, 정작 짝퉁 제품에 내려진 제재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네이버뿐만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결국 비슷한 입장이다. 가품이든 정품이든 일단 트래픽이 많아지고 거래량이 많아져야 플랫폼 수수료 장사도 할 수 있다. 플랫폼의 영업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플랫폼은 짝퉁의 피해 상황을 잘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궁여지책 조치를 취하는 척만 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될까.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를 구분하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에게만 가품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K2 사건 등에서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인정되는 판례상 기여 책임은 포털 등의 오픈마켓 사업자가 구체적으로 가품을 인식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필터링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미국의 티파티 판결처럼 일반적, 포괄적인 필터링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므로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기를 쓰고 짝퉁을 색출할 필요가 없다. 정품 판매자나 소비자가 가품을 신고하면 네이버 등 플랫폼은 그제야 비로소 가품 업자에게 통보하고 디자인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며 굳이 사전, 사후적으로 적극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결국, 정품 사업체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품 업자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중국에 근거지를 둔 가품 업체에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고, 패션의 빠른 판매 주기를 감안할 때 1년 이상 걸리는 소송은 타이밍이 안 맞는다. 짝퉁 범죄 도시의 암울한 늪에서, 최근 무신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움직임은 한 줄기 희망과도 같다. 위조품 협의회의 주도하에 온라인 모니터링, 법률 지원, 전문가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펼친다면,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처럼 꾸준한 계몽도 필요하다. 짝퉁이 암세포처럼 우리 상거래의 건강을 해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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