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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봄(春)의 주총장...몸과 마음의 거리는 멀고

발행 2023년 04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사진=게티이미지

 

왠지는 모르지만 ‘봄’이라는 계절에는 3월이 4월보다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더 기대되고, 더 설레는’ 그러한 감정들과 잘 어울리는 달이, 새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나라 학교 제도와도 맞물리면서 그러한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새겨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감정적으로는 늘 3월, 그것도 봄이 완연하게 튀어 오르는 중순 이후를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한다.

 

반면 이번 3월은, 그것도 3월 하순은, 정말로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원래 투자자의 입장에서 3월은 주총시즌이다.

 

작년 1년간 진행되었던 회사의 성과들을 주총 안건이라는 것에 녹여내 검토를 진행하고, 영업 보고 및 사업 계획을 통해 작년에 잘못하고 잘한 점들과 올해의 사업 계획 및 주력하는 점을 정리한다.

 

그 정리된 내용에 대해 창업자와 교감하고 합의된 목표를 설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매번 투자사들의 주총이 몰려있는 3월 하순 및 마지막 주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 버리곤 한다.

 

몸은 하나이고 주총은 대부분 3월 마지막 주에 집중되어 있으니, 참석해야 하는 주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결산된 재무제표를 기업이 수령하는 시기가 빨라야 3월 초중순이기에, 아무리 서둘러도 안건을 정하고 통보하는 기간 2주를 감안하면 3월 20일~31일 사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미리 안건을 전달받고, 재무제표를 받아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계속 해당 기업들과 소통해왔기에, 특별히 새로운 사항이 발견되지 않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로 확인된다면 참석하지 않고, 서면결의나 위임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이다.

 

결국 투자자가 주총에 참석해야 하는 투자사라는 것은, 1) 해당 기업이 상당히 위기 상황이거나, 2) 중요한 쟁점 사항들이 안건에 올라와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3) 작년 한 해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한 성격의 주총도 있을 수 있고, 종종 그러한 주총에 참석해 본 경험도 있지만, 올해에는 압도적으로 심각하고, 진지한 주총들이 많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주총들 하나하나를 쉽게 넘길 수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투자에서도 결국 세세한 관심 하나하나를 살피고 결정하는 것이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3월의 마지막 주를 거치고 있는 지금,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에 맞닥뜨린 투자사들이 많다는 것에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몸과 마음은 정신없이 힘들지만, 이러한 상황들을 거쳐나가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고, 이러한 상황들에서 최선을 다해 방어해나가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창업자와 투자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감정적으로는, 이 봄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해 아쉽다.

 

생동하는 분위기와 깨어나는 싱그러움을 곁에 두고도, 늘 심각한 내용의 통화와 리포트, 그리고 회의들을 연속하면서 오히려 마음속 한편으로는 3월이 제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투정과 불평들을 나 자신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결국 내가 기다리고 바라는 봄은, 계절의 봄보다도, 기업들, 나아가서는 우리 경제의 봄인가 보다.

 

올봄에는 과연 그러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지금 힘들수록 그 봄이 오는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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