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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메타버스, 어디로 가시나이까!

발행 2022년 03월 14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디센트럴랜드 내에 위치한 '소더비' 외관

 

기업들은 소비자와 제품, 브랜드 체험을 하나로 융합하는 최적의 좌표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메타버스 초기, 실험적으로 시도되던 가상 쇼룸, 메타버스 패션쇼, 드레싱 룸은 이미 대중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선 오는 3월 24일부터 가상현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에서 세계 첫 메타버스 패션위크가 열릴 예정이다. 엘리 사브, 에트로, 돌체앤가바나, 타미힐피거, 파코 라반 등 참여업체들도 눈부시다.

 

밀라노와 파리, 뉴욕과 같은 문화적 패권을 가진 도시에서 열리던 전통적인 패션위크를 제치고 가상공간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주목하는 이유는 가상 코인으로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제품을 구매하고, 가상 모델에게 옷을 입혀보며 제2의 자아를 창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얼마나 흡인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 경매회사인 소더비도 최근 디센트럴랜드(Decentralland) 내에 자체적으로 가상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메타버스 갤러리를 만들었다. 각 미술 작품마다 대체불가능 토큰(NFTs)를 부착해 판매한다.

 

럭셔리 산업의 경영전략을 항상 눈여겨보는 필자에게 소더비의 행보는 명품산업의 미래를 타진하는데 좋은 출발점이다. 미술시장은 역사적으로 최상층의 소비자들, 문화적 엘리트를 표적으로 삼는다. ‘세상에 한 점밖에 없는 그림’ 만큼 인간의 희소한 자원을 욕망하고 독점하고 싶은 마음을 강렬하게 이끄는 물품도 없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아우라를 만드는 것도 바로 ‘희소성’, ‘독점성’, ‘가격’이다.

 

지금껏 메타버스를 확장된 판매 채널 정도로 생각해온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메타버스를 독립적인 시장으로 보기 시작한 데는 가상 디지털 환경에서도 명품의 희소성과 독점성, 가격이란 세 요소를 더욱 확실하게 지키고 확립시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다.

 

위·변조가 용이한 디지털 세계에 NFT라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개런티 카드’가 도입되면서 진품을 판별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프라다는 아디다스와 함께 NF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이키는 기성 브랜드로 메타버스 스펙트럼의 가장 공격적인 측면을 이끌고 있다. 가상 재화와 제품 판매를 위한 가상 소매환경을 구축할 기회를 얻기 위해 특허권 신청도 마쳤고, 가상 스니커즈를 만드는 RTFKT라는 회사도 인수했다.

 

스니커즈 수집가들의 욕망은 이미 가상세계 속으로 진입했다. 이 모든 것이 위조와 변조로부터 안전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메타버스의 실감 환경은 제품 판매나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통해 미래의 외과 의사를 교육시키거나 백화점의 종업원에게 새로 출시될 제품을 시연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기업의 선두인 엔비디아는 메타버스로 제조 과정 및 물류 흐름을 시뮬레이션해봄으로써 낭비를 줄이는 방향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메타버스의 구현기술로 밀고 있다. 즉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개발을 위한 가상 협업 환경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메타버스는 원료의 조달에서 상품 기획 및 개발, 유통, 판매 후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 도입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전 산업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하게 될 와해성 혁신이 되리라는 데는 의문이 없다.

 

다만 현재 광폭의 행보를 읽어내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1세기경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기독교의 투쟁을 다룬 <쿠오바디스>란 소설이 있다. 그 뜻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라틴어다. 메타버스는 어떻게 기존의 산업을 와해하며 앞으로 나아갈까. “메타버스, 쿠오바디스!” 라고 외치고 싶은 요즘이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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