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특별기고 -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4)
시대 遺産, 시대 遺感

발행 2017년 01월 0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4)

시대 遺産, 시대 遺感 <끝>


봉제 기술력, 섬유 개발 기술, 현장과 글로벌 감각을 익힌 디자이너, 유관 직종 잠재인력, 민간 자본력. 2017년 새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이 가진 서로의 가치를 이어 줄 ‘클러스터’다.


이탈리아는 패션 열강 도시에 원단이나 원사, 가공 가죽을 공급하는 하청업으로 출발했다. 2차세계 대전 이후에는 장인들로 가득 찬 공장과 디자이너가 만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중소기업 중심의 패션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각 지방과 협력해 대대적인 홍보 전략을 실행했고, 각종 전시회 상설 개최와 홍보를 통해 패션 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며 해외 바이어의 관심까지 이끌어 냈다.
또 패션을 라이프 스타일과 연계한 전략으로 숙박업, 요식업에 진출하기도 했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효과와 더불어 대중의 보편적 문화 의식에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밀라노에는 1만 2천여개 패션 기업, 850여개 쇼룸, 6천 여개 매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내수경제의 25~30%를 차지한다. 패션 분야 수출액만 525억 유로(전체 수출액의 10%)에 달한다.
전통의 유산을 향유하고, 존중하는 정서는 이 같은 성장의 바탕이자 핵심이 된다. 민간과 정부가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와 맞물려 막강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패션 열강들의 배경에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민간 주도적 투자, 협업의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산업화를 지나오며 대부분 국가들은 제조 방식의 효율화, 자원 절감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상품 경쟁력 증진에 초점을 맞추며 디자인 역할을 강조하는 수순을 밟아 왔다.
정부의 지원은 디자인 경쟁력의 전반적 수준 향상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지원 정책과 디자인 기반 시설 구축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정책적 개입은 적극적이지만, 분명한 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의 개별적 디자인 수준은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데 반해, 국가 디자인 경쟁력은 추락하는 이유는 바로, 디자인 R&D에 대한 투자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 R&D는 디자인 고도화 보다는 제조 프로세스의 샘플링 역할에 그쳐왔다. 특정 제품의 디자인 개발 결과가 관련 산업에 공통으로 미칠 영향이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부의 R&D 지원이 개인의 역량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고, 기업들 역시 디자인 투자에 소홀해지는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패션 기업 중 디자인 부서 보유 기업은 5.6%에 불과하며 88%가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외주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분야별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못하고, 소수인력이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배출되는 디자인 인력은 과잉 공급 상태다. 근무여건은 나빠지고 질적 향상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국내 패션 산업은 저성장 상태로 중국에 의지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인가.
봉제 기술력, 섬유 개발 기술, 현장과 글로벌 감각을 익힌 디자이너, 유관 직종 잠재인력, 민간 자본력. 2017년 새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이 가진 서로의 가치를 이어 줄 ‘클러스터’다.
정부는 이제 디자인 저변 확대를 위한 공감대 확산과 수요 확대 등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톱니바퀴가 함께 돌아 갈 때, 우리는 정체성을 비로소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날의 창의가 이어져 비로소 시대의 유산이 될 것이다.
평창 올림픽 유니폼 TOP 5 국가들 중 네 개의 국가. 이들은 당장 팔릴 것에 대해서만 가치를 매기지 않았다. 그리고 창의를 독려하고, 인내했다. 바로‘그들만의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요소들의 합작의 결과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우러러보는 프라다, 루이비통, 샤넬, 아르마니다.
유감스러운 시대를 뒤로 하고, 서로의 가치에 손 내미는 2017년이 되길 바라며 칼럼을 마친다.

소울팟스튜디오 대표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