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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자식처럼 키운 브랜드, 하루아침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발행 2021년 08월 27일

어패럴뉴스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경의 ‘패션 법(法) 이야기’ 

 

출처=바버(Barbour)

 

패션 업계에서 브랜드는 부모가 애지중지 키우는 자식만큼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국내 전개사가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의 경우, 부모와 자식 관계는 끝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 이별의 끝이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브랜드 판매 사업의 유지를 둘러싼 공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다.

 

국내 시장에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 브랜드 ‘바버’의 오랜 판매회사였던 국내 패션기업 엔에이치인터내셔날이 겪고 있는 애달픈 양육권 다툼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엔에이치는 대기업 LF를 상대로 '바버'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엔에이치가 11년째 유지해 온 판매계약이 올 4월 말 재계약의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엔에이치의 주장에 따르면, 작년부터 영국 바버 본사는 160억 원의 쏠쏠한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엔에이치 측에 한국 내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해 왔고, 엔에이치는 국내 27개 매장을 리뉴얼하는 등 적잖은 금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합작회사 계획은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판매계약 만료 이틀 전에 바버 본사의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엔에치는 10년 동안 정성스레 키운 자식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신세가 되었다. 바버 본사는 LF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바버 브랜드 판매 전개사의 교체를 도모하고 있었다. 본사와 엔에치는 그저 동상이몽 상태였던 것이다.

 

장사의 세계는 냉혹하다. 바버 본사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자마자 5월 초 LF에 바버 판매권을 부여했다. 바버에게는 계약체결의 자유가 있다. 사업적 판단으로 기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설 수 있다.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법적, 윤리적 비판은 비지니스에서 통하지 않는다. 엔에이치가 11년간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육성한 브랜드와 그 매출액은 그저 과거의 영광,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와 함께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대기업 LF를 더 적합한 파트너로 낙점한 바버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LF 입장에서도 바버의 기존 계약 종료 여부를 확인하여 체결한 계약이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이 당황스럽다.

 

패션 업계에서 수입 브랜드가 비교적 단기간의 판매 계약을 체결하여 브랜드를 키우다,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더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파트너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기존 파트너와 새로운 파트너 사이에 직접적인 분쟁이 발생할 상황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이 그 영향력을 부당하게 휘둘러서 중소기업의 사업권을 빼앗는 시나리오가 등장하게 되면, ‘제3자의 채권침해’ 또는 ‘업무상 배임(교사)’과 같은 복잡한 법률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사업권을 빼앗긴 입장에서는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쟁점까지 들고나올 것이다.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심정과 같다.

 

상도덕과 법률의 경계는 애매하다. 결국 각 당사자들은 각 계약에서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외국 본사 측에 경쟁금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파트너는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 종료 최소 6개월 또는 1년 이전 계약 종료 의사를 명시하지 아니하면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필요하다. 새 파트너와 협의되는 계약 조건을 사전에 제시받는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새 파트너의 경우, 기존 파트너를 포함한 제 3자의 각종 클레임에 대한 사전 면책조항을 통해 새로운 계약의 이행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클레임이 걸렸을 경우의 계약해지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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