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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
경영과 투자를 병행하며 지내는 요즘, 창업자들과의 미팅이 여전히 많다.
지난 한 달간은 기업 매각 후 재창업을 준비하는 연속 창업자와 현재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공동 창업자였다가, 배분과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의 회사를 다시 차린 창업자 등 조금은 다른 경우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다른 경우라 하는 이유는 순수 창업이라 하기에는 약간의 자산과 투자자 네트워크, 업계 내 인지도 및 경험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창업 동기와 공동 창업자들의 이력, 관계 등을 투자의 중요 포인트로 보지만 이번 미팅은 이미 투자를 여러 번 받아보았고, 특히 사업을 잘 운영해 매각까지 가본 창업자였기에 필자의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아닌 경영자의 입장에서 배우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분명 생물의 생활환(生活環)처럼 창업에서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매각까지 해본 경험을 직접 듣는 것은 큰 경험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미팅한 5명의 창업자들은 재창업이라는 큰 틀에서는 같았지만 창업의 동기는 모두 달랐고, 사업을 성장시킨 후 비싼 가격에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목표는 같았다. 누군가는 첫 창업에서 매각에 미숙해 너무 기업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매각했고, 다른 이는 사업의 기획부터 성장 과정의 메인 역할을 했으나 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약속했던 처우와 배분을 받지 못해 퇴사한 후 경쟁사를 창업했다고 했다. 또 남들이 보기에는 기업 매각으로 충분한 부를 얻었지만 쉬지 못하겠다며 전혀 다른 분야의 재창업을 한 이도 있었다.
그런데 기업을 비싼 가격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하다 보니 창업자들과의 투자 미팅은 금융 전문 용어가 산업 용어들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자리가 되었고, 뭔가 계획된, 어색한 게임에 입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은 창업자들의 열정이 눈빛으로 느껴지고, 무엇인가 변화시켜보겠다는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지곤 하는데, 이 자리는 배울 것도 없고 어색했다. 그들이 완벽하게 기획했다는 창업과 매각이라는 게임에 입장해서 과연 그들의 기획 속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압박이 앞서 있었던 것 같다.
엔젤 투자를 10년 넘게 해 왔지만 투자 수익에 중점을 두기보다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을 우선해 왔던 나로서는, 그들이 말하는 완벽히 기획된 창업의 리스크 요인들만 더 크게 보였다.
내가 느낀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 정도였다. 우선 어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필요할 때 어떤 네트워크를 사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만만함에서 초기 경영자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절실함이 빠져 있었다.
또한 완벽한 기획임을 강조하며, 두세 가지 변수에 대응할 플랜들도 나열했지만, 이 역시 리스크로 느껴졌다. 지금까지 수백 개 기업을 지켜봐 온 경험으로는 경영자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상황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절실함과 유연함으로 대응했던 경영자들이 오래 살아남아 좋은 성과를 냈다.
결론적으로 나는 절실함과 유연함이 빠져 있는 그들의 ‘완벽한 게임’에 입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수해 온 투자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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