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럴뉴스 정민경, 이종석 기자] 지난해 맥킨지는 생성형 AI 사용만으로 2030년까지 패션 업계의 영업이익이 1,500억~2,75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패션·유통 기업이 AI 도입으로 6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업계 전체 영업이익을 20% 높일 수 있는 수준으로, 예컨대 룰루레몬, 갭, 빅토리아 시크릿, 메이시스 등은 AI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언급됐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LF, 삼성패션, F&F, 코오롱FnC, 세정, 신성, 형지 등 주요 기업들은 전사적으로 구독형 SaaS(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사업부/팀 단위에서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AI는 디자인·기획·마케팅·영업·물류 등 사실상 생산 현장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 패션 업계와 밀접한 AI 솔루션 기업 4곳을 소개한다.
■ 딜리버스
AI 기술로 당일배송의 근본을 바꾸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당일배송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딜리버스(대표 김용재)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배송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딜리버스는 2022년 AI 딥러닝 기반 ‘다이내믹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한 당일 도착 보장 택배 ‘딜리래빗’을 선보이며, 기존 택배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기술로 해결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딜리버스의 핵심 경쟁력은 배송 전 과정에 AI를 접목한 운영 방식이다. 일반 택배사가 3~4단계에 걸쳐 처리하는 분류·이동 과정을 단일 단계로 단축하고, 배송 기사에게 고정 권역을 배정하던 비효율적인 구조를 제거했다. AI가 매일 출발지와 목적지의 위치 정보, 날씨, 건물 유형 등 배송 변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당일 최적의 배송 구역과 동선을 유동적으로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분류된 물량은 전국 무인 거점(캠프)으로 이동되며, 배송 기사는 앱으로 안내받은 최적 동선을 따라 배송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기존 물류센터를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일반 택배와 유사한 비용으로 평균 7시간 이내 당일배송이 가능해졌다.
AI 기반 구조는 스케일업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4년 12월 경기도 이천으로 확장 이전한 1,600평 규모의 물류 허브에는 자동 분류 로봇 200여 대가 투입돼 하루 최대 10만 개 이상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물량 증가 시에도 설비 중단 없이 대응 가능한 자동화 구조를 갖췄다.
딜리버스는 지그재그, 젝시믹스, 말본골프, 코닥어패럴, 딘트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수 고객사를 확보했다. 월간 물동량은 지난달 70만 건에 달했다.
서비스 권역 역시 서울·수도권을 넘어 지난해 충남 천안·아산, 대전까지 확장됐으며, 올해 상반기 내 대구·부산·광주광역시까지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고객사들 니즈를 반영하여, 경기도 안성에 1만 평 규모의 물류창고를 구축하여 3PL(3자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 씨에이플래닛
아날로그 패션 제조의 디지털 혁명, ‘엔지니어링 AI’
패션은 기획부터 패턴, 샘플 제작, 재단에 이르는 핵심 공정이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씨에이플래닛(대표 고태욱)은 이러한 산업 전반의 비효율을 타개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캐드(CAD) 커널 기술에 인공지능(AI)를 결합, 패션 제조의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DX)을 선도하는 기술 기업이다. 단순한 디자인 툴을 넘어, 종이 패턴에서 완제품 생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심리스 워크플로우(Seamless Workflow)’가 이들이 그리는 청사진이다.
씨에이플래닛의 대표 솔루션 ‘우투캐드’는 그간 소수의 숙련된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패턴 캐드의 장벽을 허물어 디자이너, 소규모 브랜드, 학생 등 누구나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특히 개인 사용자와 교육 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료 라이선스 정책은 디자이너의 성장과 디지털 패션교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동 마킹 솔루션 ‘우투네스트’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수많은 패턴 조각을 최적 배치하여 원단 소요량을 줄이고, 자동 재단기와의 연동을 통해 ESG 생산 환경을 지원한다. ‘우투디토’는 전용 보드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 종이 패턴을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왜곡 없이 디지털화하고, 내부선까지 정교하게 추출하는 기술이다.
‘우투미(uttu.me)’는 2,000여 개 스타일의 패턴 및 3D 제조 데이터를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패션 업계의 ‘갓 허브’를 지향하는 개방형 구조로,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씨에이플래닛의 기술적 차별점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 생성을 넘어, 실제 공장에 투입 가능한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데 있다. 핵심 기술인 ‘AI 모델리스트’는 숙련된 패턴사의 제도법과 의복 구성 원리를 학습하여 평면 패턴과 완성 의상 간의 상관관계를 추론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스케치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생산 가능한 패턴 데이터를 자동으로 제도하고, 3D 목업(Mockup)까지 즉시 구현하는 워크플로우를 실현한다. 또한 디자인 정보를 분석해 봉제 사양, 시접, 자재 소요량(BOM) 등을 포함한 작업지시서를 AI가 자동으로 작성함으로써, 반복 문서 작업 시간을 단축시킨다.
씨에이플래닛은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프로세스에 고도화된 AI 기능을 본격 탑재할 계획이다. 디자인과 제조의 경계를 허무는 완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 모플
물류·영업 자동화, 품절과 과잉 재고 문제 해소
지난 2018년 설립된 모플(대표 성시현)은 AI 시계열 기술 기반 수요 예측과 재고 정보 SaaS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AI 시계열 예측이란 시간에 흐름에 따라 기록된 과거 자료와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해 미래를 예측 및 분석하는 방식이다.
모플의 핵심 기술은 매장별 수요 예측부터 재고 관리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상품의 판매 기간, 매장별 판매율 등의 데이터를 조합해, 매장에 적합한 물량을 배분한다. 이를 통해 재고 손실을 줄이고 브랜드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솔루션 사용 이전 대비 상품 적중률은 최소 20% 이상 높다는 게 성시현 모플 대표의 설명이다. 성 대표는 품절과 과잉 재고 문제를 해소해 브랜드 매출을 5~20%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입증해 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중견 A사, 해외 B, C사 등이 모플의 솔루션을 도입하며, 성과를 개선해 왔다.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A사의 경우 AI 기반 수요 예측과 업무 자동화를 통해 재고 관련 업무 처리 시간은 96% 단축, 품절률(주문 상품이 재고 부족으로 인해 판매·제공되지 못한 비율)은 56%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 대표는 “이 결과는 AI 기반 자동화가 실제 재무 성과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플’의 솔루션은 다점포 유통 환경에서도 운영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실질적인 매출과 비용 절감으로 연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향후 모플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에도 한층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달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도 참여하는 등 전 세계 바이어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 디자이노블
데이터 기반 브랜드 설계, 객단가·고객수 향상
디자이노블(대표 신기영, 송우상)은 기획 단계부터 판매까지의 브랜드 전략을 AI를 통해 분석·설계하는 AI 솔루션(SaaS)을 내세우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디자이노블은 패션·유통 업계에서는 이랜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롯데온 등과 협업한 바 있다. 2022년은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스타드업 어워드 수상 및 아기유니콘 200, 2023년은 맥킨지 선정 글로벌 우수 패션 생성 AI 기업으로 선정됐다.
핵심 솔루션은 ARaaS(Analysis and Reporting as a Service, 분석형 리포팅 서비스)와 GEO(Generative Engine Operations, 생성형 AI 엔진 운영)가 있다.
ARaaS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와 AI 검색 트렌드를 결합해 매출 전략을 설계하는 솔루션이다.
대표적으로 온오프라인 영수증 구매 데이터 및 유입 경로 분석이 있다. 이를 통해 쿠폰, 할인, 포인트, 구좌 노출, 온오프라인 상품 배치 등을 한층 더 효율화하고, 우수 고객 및 재구매 가능 고객을 예측한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브랜드는 신규 투자 없이도 평균 2.3배 매출 성장, 객단가 최대 3.2배 증가 효과, 인건비 90% 절감 등을 거뒀다. 대표적으로 재작년 기준 매출이 10배 성장한(60억) 여성복 ‘달리호텔(Dali Hotel)’이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성공 사례를 확보했다는 게 디자이노블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주력 서비스 GEO는 AI 검색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브랜드 노출과 구매 전환을 높이는 솔루션이다.
솔루션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진단 단계에서 브랜드 가시성을 정밀 분석한다. 검색 시 브랜드 언급 빈도, 경쟁사 대비 노출 점유율, 브랜드 정보 정확도 등을 분석한다. 그다음 최적화 단계에서 브랜드 정보의 일관성 개선, 제품별 연관성 강화, 부정적 이슈 최소화 전략을 도출한다. 이후 컨텐츠가 자동 생성 및 배포, 업로드된다.
마지막 단계인 모니터링은 사후 추적 시스템이다. 주요 플랫폼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경쟁사 대비 순위 변화를 실시간 추적한다. 이후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더 나은 컨텐츠 제공을 위한 데이터로 쓰인다. 디자이노블 측은 이를 도입한 회사는 브랜드 스토어 구매 전환율 2배, 브랜드 매출액 2.3배 성장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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