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직영점, 외국인 관광 동선 따라 지방으로

발행 2026년 10월 18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더바넷' 제주점

 

온라인서 성장한 신흥 브랜드, 직영점 중심의 오프라인 구축
명동과 성수, 한남, 홍대 등 서울권 이어 부산, 경주, 제주로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패션 직영점 출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경로를 따라 확장 중이다.

 

엔데믹 이후 명동과 성수, 홍대, 한남, 도산 등 서울 주요 상권에 판매 거점을 마련한 브랜드들이 부산과 제주, 경주 등 지방 관광 상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서촌과 북촌으로 입지를 넓히고, 수요가 검증된 상권에는 추가 매장을 열며 관광객 소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탑텐'과 '스파오' 등 SPA는 일찍부터 직영 중심의 유통망을 구축해 왔는데, 백화점과 대리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일반 패션 브랜드들은 주요 상권에 독립 직영점을 여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흐름을 바꾼 것은 온라인에서 성장한 신흥 브랜드들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인지도를 높인 이들은 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브랜드 공간을 경험하려는 고객 수요에 맞춰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엔데믹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으로 합류하면서 직영점의 역할이 커졌다.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공간에 관광객 매출이 더해지며 독립적인 수익 거점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해외 고객을 직접 만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다.

 

'와키윌리' 부산 광복로점

 

 

부산·경주·제주, 지역 문화와 쇼핑 결합

 

업계에 따르면 명동과 성수, 한남, 홍대의 인기 패션 매장 상당수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60~80%에 이른다. 명동에서 MLB,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이미스 등 일부 브랜드 매장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시기에 90%를 웃돌기도 한다. 관광객 수요가 점포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한국의 일상과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으로 넓어지면서 브랜드의 출점 지역도 달라지고 있다. 쇼핑과 식음료,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상권의 가치가 높아지며 제주를 비롯해 부산과 경주가 새로운 판매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광객 증가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343만 4,62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했다. 경주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은 70만 7,197명으로 19.0% 늘었다. 경주시는 지난해 APEC 정상회의 개최 이후 높아진 국제적 인지도가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지방에서 출점 움직임이 활발해진 곳은 부산 광복로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등 주요 관광지가 쇼핑 거리와 연결돼 관광객 유입을 구매로 이어가기 좋은 입지다. 스포츠·아웃도어 중심이던 매장 구성도 영패션과 아이웨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9월 '와키윌리'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최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가 광복로 매장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미쏘'는 오는 11월 초 광복로드점을 오픈한다.

 

'스파오' 경주점

 

관광객 수요 과도한 의존 경계…ROI 고려해야

 

경주에서는 지역 특색을 상품과 공간에 접목하는 매장들이 눈에 띈다. '스파오'는 지난 5월 경주점을 열고 지역 특화 상품과 캐릭터 콘텐츠를 선보였다. '블루엘리펀트'는 7월 황리단길에 한옥의 기와와 서까래를 살린 매장을 오픈했다.

 

출점 판단은 외국인 수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스파오'는 경주점을 2024년부터 준비했는데, 전체 유동 인구와 내국인 수요를 함께 검토했다. '미쏘' 역시 대형 매장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미쏘' 지방 대형 직영점 매출은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관광객 유입이 성장 기회를 넓히더라도 지역 수요를 확보할 상품과 운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에서는 기존 유통망과 신규 직영점이 함께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구제주와 신제주는 지역 상권에 밝은 대형 대리점주와 전문 운영 법인의 역할이 큰 반면, 해안 관광지에서는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출점이 늘고 있다. 올해는 애월에 블루엘리펀트, 베리시, 더바넷, 던스트, 더블러버스, 스탠드오일 등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동복에는 블루엘리펀트와 탄산마그네슘, 행원에는 토지와 코이세이오 등이 들어섰다.

 

서울에서는 서촌과 북촌으로 출점이 확대되고 있다. 명동과 성수의 핵심 입지보다 임차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점포를 찾는 브랜드들이 한국적 공간을 체험하려는 관광객 수요에도 주목하고 있다. 궁궐과 한옥, 골목을 둘러보는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올해 서촌에는 로라로라, 프로스펙스 등이 북촌에는 말본, 코닥어패럴 등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이미 서울 주요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는 이들은 서촌과 북촌의 지역성을 살린 공간과 상품으로 방문 수요를 넓히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경주점

 

서촌과 북촌, 한국적 공간에 대한 선호 증가

 

'말본'은 전통 창살과 목재, 청자에서 착안한 색을 공간에 적용했다. '코닥어패럴'은 한글 현판과 전통 가구, 사진 아카이브를 결합하고 한국적 요소를 담은 전용 상품을 선보였다.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만나고 해당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기획한 공간들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인기 상권의 임대료 상승에 인건비와 인테리어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까지 더해지면, 매출이 높아도 이익과 투자비 회수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상권에서도 관광객의 실제 이동 경로와 점포 노출도, 주변 숙박시설 등에 따라 실적이 달라진다.

 

이 같은 우려는 2년 전 서울 주요 상권에 출점이 집중될 때부터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기존 매장의 실적과 관광객 소비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쌓이면서 출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증가세만 보고 서둘러 진입하기보다 임차 조건과 예상 매출, 투자비 회수 기간을 따져 입지를 선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 확장의 성패는 관광객 유입을 실제 구매와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달려 있다"며 "지역 문화와 어우러지는 공간과 방문객이 선호하는 상품, 내국인 수요까지 확보할 운영 역량이 다음 출점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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