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유니클로' 명동점, '자라'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
'유니클로' 명동 복귀, '자라' 강남 확장 이전…핵심 매장의 대형화
마시모두띠, 아르켓 등 중고가 출점 확대…프리미엄 수요까지 공략
높아진 소비자 안목·치열해진 경쟁…한국서 차세대 매장 전략 시험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해외 SPA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과거 점포 수를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면, 최근에는 상징성이 큰 상권에 대형 매장을 구축하고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의 경쟁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한국이 글로벌 SPA의 주요 판매처인 동시에 새로운 상품과 매장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상품의 디자인과 품질, 매장 구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 한국에서 검증된 전략을 다른 국가로 확산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라울 에스트라데라 인디텍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지난 8월 '자라'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글로벌 사업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는 패션뿐 아니라 상품과 공간을 구성하는 세부 요소까지 면밀하게 살핀다. 이러한 높은 기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해법을 다른 시장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거점 매장 경쟁력 강화
'유니클로'는 지난 5월 서울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코로나 등의 여파로 철수했던 대표 상권에 약 5년 만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명동점에는 라이프웨어 전 라인을 구성하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UTme!'와 수선·자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를 도입했다. 브랜드의 상품 철학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었다.
'유니클로'는 점포 수를 일률적으로 늘리기보다 상권별 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유통망을 재편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정리하는 대신 명동과 부산, 전주 등 주요 지역의 매장을 대형화하거나 새롭게 단장해 점포당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국내 점포 수는 2023년 132개, 2024년 131개, 지난해 133개에서 올해 8월 말 129개로 조정됐다. 실적은 큰 폭으로 뛰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2025년 회계연도(2024.9~2025.8)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증가한 1조3,524억 원, 영업이익은 81.6% 늘어난 2,704억 원을 기록했다.
자라·마시모두띠, 브랜드 경험 확장
인디텍스그룹은 '자라'와 '마시모두띠'를 앞세워 핵심 상권의 매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자라'는 지난달 기존 강남점을 신논현역 인근으로 옮겨 3개 층, 약 644평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여성·남성 컬렉션과 슈즈·백·액세서리는 물론 '자라 오리진스', '애슬레틱즈' 등 스페셜 라인을 구성했는데, 한복의 실루엣과 한국 스트리트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강남점 전용 상품도 선보였다.
매장은 한국 전통 건축과 서울의 도시 풍경을 반영한 인테리어를 적용했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했다. 국내 두 번째 '자카페'도 선보였다.
강남점은 앱을 통해 매장 내 재고와 상품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온라인 주문 상품을 2시간 안에 받을 수 있는 픽업 공간도 운영한다. 반품 전용 구역과 기기를 별도로 설치해 결제 고객과 동선을 분리했다.
에스트라데라 CCO는 "'자라'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공간과 쇼핑 경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매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지난해 신규 출점과 이전, 확장, 리뉴얼 등을 포함해 세계에서 400건 이상의 매장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점에는 한국 고객과 문화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디자인과 공간 곳곳에 담았다. 서울뿐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기존점 개선과 선별적인 신규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재용 인디텍스 한국·일본 총괄 사장은 "강남점과 명동 눈스퀘어점은 '자라'가 지향하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구현한 대표 매장"이라며 "변화에 민감하고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은 한국 고객의 기대가 '자라'의 상품과 매장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
| '마시모두띠'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아르켓'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
H&M그룹, 코스·아르켓 주력
'자라'는 현재 29개 국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을 맡은 자라리테일코리아의 2025 회계연도(2025.2~2026.1) 매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4,948억 원이다. 자라 온라인 사업과 마시모두띠, 자라홈을 전개하는 아이티엑스코리아도 같은 기간 10.4% 늘어난 3,1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시모두띠'는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을 확장 이전한 데 이어 7월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판매 공간에 라운지와 예술 작품, 국내 작가·브랜드와의 협업 전시를 더해 한층 높은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 매장은 11개다.
H&M그룹은 H&M과 코스, 아르켓 등으로 가격대와 고객층을 세분화하며 한국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21개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는 지난 3월 서울에서 첫 패션쇼를 열고 26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아시아의 주요 패션 시장으로 성장한 서울을 글로벌 컬렉션 발표 무대로 선택하며 한국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아르켓'은 지난 8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국내 아홉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가격·속도에서 공간·프리미엄 경쟁으로
H&M 한국 법인(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2025년 회계연도(2024.12~2025.11)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 증가한 3,778억 원이다. 그룹은 'H&M'의 대중적인 상품과 '코스', '아르켓'의 높은 패션 감도를 함께 가져가며 취향과 구매력이 세분화된 국내 소비자를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SPA는 진출 초기부터 국내 패션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유니클로'가 2005년 진출한 데 이어 '자라'가 2008년, 'H&M'이 2010년 잇달아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패션 기업은 시즌 수개월 전 상품을 기획·생산해 백화점과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해외 SPA는 기획과 생산, 물류, 직영 판매를 하나로 연결하고 매장별 판매 데이터를 상품 공급에 빠르게 반영했다. 최신 유행을 짧은 주기로 상품화하면서 글로벌 생산망을 활용한 대량 발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유니클로'는 베이직 아이템과 기능성 소재, '자라'는 트렌드를 반영한 다품종 상품, 'H&M'은 폭넓은 디자인과 글로벌 디자이너 협업으로 시장을 넓혔다. 이들의 성장은 국내 기업이 상품 기획 주기를 단축하고 판매 반응에 따라 추가 생산과 점포별 물량 조정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탑텐과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토종 SPA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국내 SPA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 공급 역량이 향상되고 온라인 소비 확대에 맞춰 국내 기업의 대응도 빨라지면서, 해외 SPA의 우위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에 해외 SPA는 주요 매장에 전 라인과 단독 상품을 구성하고, 카페와 전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 고객의 체류 경험을 넓히는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H&M그룹은 '코스'와 '아르켓', 인디텍스는 '마시모두띠'를 앞세워 가격대와 스타일의 선택지를 넓히며 프리미엄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