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K-브랜드 강국을 이끄는 소비재 수출 3대장
식품 · 뷰티 · 패션

발행 2026년 09월 13일

정민경기자 , jmk@apparelnews.co.kr

 

AI 생성 이미지

 

B2B에서 B2C, 제조 강국에서 '브랜드' 강국으로

과거 대기업 중심 수출, 중소·중견기업 저변 확장

1~8월 푸드·뷰티·패션 수출 199억 달러…18% 증가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올들어 대한민국은 연일 수출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AI 시대 전환에 따른 반도체가 있지만, 그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한 축이 '소비재' 수출의 성장이다.

 

소비재 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다. 그런데 그동안 수출을 떠받혀 온 분야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등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이자, B2B 업종이었다. 소비재 수출이 커진다는 것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B2C의 경쟁력이 커진다는 뜻이자, 한류로 집적되어 온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소비재 수출로 이어지면서 실제 경제적 가치로 전환됨을 뜻한다.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수출이 일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중견 기업으로 확장된다는 뜻으로, 이는 곧 내수 브랜드의 시장이 드넓은 해외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혹자는 이것을 '제조 강국'에서 '브랜드 강국'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소비재 3대장이 바로 식품, 뷰티, 패션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6년 1~8월 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 수출액은 총 198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18% 증가했다. 화장품이 96억4,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농수산식품 86억4,000만 달러, 패션의류 16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K콘텐츠에서 소비재 구매까지

'라이크 코리아'의 선순환 구조

 

물론 이러한 변화를 촉발한 힘은 K콘텐츠다. K콘텐츠→한국에 대한 관심→K브랜드→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재 산업의 부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구조를 가진 나라는 미국이 거의 유일했다. 80~90년대 세계인들은 홍콩 영화에 매료됐지만, 홍콩의 패션과 화장품을 사지는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가 여부다. 제조 역량을 갖춘 브랜드 업체와 유통, 그리고 SNS라는 채널의 장이 현재 K소비재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한 결과인 것이다.

 

K뷰티는 세 분야 중 가장 빠르게 수출 규모를 키웠다. 올해 1~8월 화장품 수출액은 9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31% 증가했다. 8월에는 13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보다 52.1% 늘었다. 역대 8월 최고 실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수출 시장은 중국 중심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 중동 등으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 품목도 기초화장품에서 선케어와 색조, 헤어·두피 관리 등으로 다양해졌다. 대기업 중심이던 시장에는 빠른 제품 기획과 온라인 마케팅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가 대거 합류했다.

 

중국 의존 줄인 K뷰티, 미주 등 세계로

'이국적인 한식' 넘어 '일상'이 된 K푸드

 

K뷰티의 경쟁력은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빠른 기획과 생산, 다양한 제형과 성분, 합리적인 가격,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세계 시장에서 포착한 유행을 짧은 시간 안에 제품으로 구현하는 속도가 K뷰티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1~8월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8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7% 증가했다. 8월 수출액은 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 늘며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월간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출 품목은 김치와 인삼 같은 전통 식품에서 라면과 과자, 소스, 냉동식품,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넓어졌다. 영상과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접하고 간편하게 조리해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한식이 특별한 날 찾는 이국적인 음식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담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구매가 반복 소비로 이어지면서 한식당에서 가정의 냉장고와 식탁으로 이동했다.

 

패션의류는 절대적인 규모보다 반등 흐름이 눈에 띈다. 올해 1~8월 수출액은 16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10.5% 증가했다. 원단과 직물 등을 포함한 전체 섬유 수출과 별개로 의류, 신발, 가방 등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품목이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패션은 아직 산업을 대표할 글로벌 메가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성수와 한남에서 성장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으로 진출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과 해외 직구, 현지 팝업이 연결되면서 작은 브랜드도 대규모 유통망 없이 세계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됐다.

 


 

잘 팔린다는 K패션, 공식 수출액은 왜 작아 보일까

 

AI 생성 이미지

 

해외 생산지판매국 직납에 따른 '통계 소외'

수출 신고가와 최종 소비자가의 차이도 원인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활발한데 공식 수출액은 왜 좀처럼 늘지 않을까.

 

국내 패션 브랜드가 진출한 국가도 늘었고 주요 브랜드의 해외 매출도 성장하고 있는데, 업계 체감과 통관 통계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생산과 제3국 직납에 있다. 공식 수출 통계는 기본적으로 한국 국경을 통과해 수출 신고된 상품의 금액을 집계한다. 그러나 패션 기업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일본, 미국, 유럽 등 판매 국가의 물류센터나 거래처로 바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국 브랜드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의류를 미국 현지 물류창고로 곧바로 보내 판매하면 해당 매출은 한국 기업의 해외 실적으로 잡히지만 한국의 통관 수출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현지 법인이나 라이선스 사업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해외 매출이 증가해도 상품이 한국 국경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국내 수출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 다른 요인은 수출 신고가격과 최종 소비자 판매가격의 차이에 있다. 제품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더라도 통관 수출액이 실제 해외 매출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브랜드 규모가 크지 않을 때는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할 때마다 한국에서 상품을 개별 발송하는 역직구를 주로 이용한다. 이 경우 소비자가 결제한 소매 가격을 기준으로 수출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 판매액과 통관 수출액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해외 판매가 늘고 브랜드 규모가 커지면 제품을 컨테이너 단위로 현지 물류창고에 미리 보내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현지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때 수출 신고액에는 최종 소비자가격이 아니라 현지 법인이나 유통업체에 넘기는 공급가격이 반영된다. 미국에서 30달러에 판매되는 티셔츠라도 수출 통계에는 이보다 낮은 공급가격만 잡히는 식이다.

 

중소 브랜드와 역직구 셀러가 주로 이용해 온 간편 신고 방식도 통계의 간극을 키운 요인이다. 정식 수출 신고를 하려면 상품 종류와 금액, 수량, 구매자 정보 등 여러 항목을 기재해야 한다. 신고가 완료돼 수출신고필증이 발급된 거래는 관세청의 공식 수출 실적으로 집계된다.

 

반면 목록 신고는 소액 전자상거래 물품을 간편하게 반출할 수 있도록 기재 항목을 대폭 줄인 방식이다. 절차가 간단해 과거 역직구 업체와 물류기업이 널리 활용했다.

 

목록 신고 역시 합법적인 통관 절차지만, 과거에는 거래금액과 품목 정보가 정식 수출 신고만큼 상세하게 집계되지 않아 공식 수출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관세청은 2020년 10월 판매·배송 내역 등 목록 통관 자료를 정식 수출 신고로 연계·전환하는 '전자상거래 수출 목록 변환시스템'을 개통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후속 조치를 확대하며 전자상거래 수출 실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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