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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 파리패션위크서 '8m 인공폭포 패션쇼'를 진행해 논란이 된 '루이비통' |
원가 절감보다 '적중도'…선기획의 '싸게, 많이'로는 대응 한계
근접기획·반응생산으로 민첩 대응…시즌리스 소재로 재고 관리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폭염·한파·폭우의 기후 재앙이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빚어진 이상 기후는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메가 트렌드가 사라진 패션 시장은 취향의 N극화가 일상이 됐다.
여기에 환율·유가 등 대외적 변수가 더해지면서 패션 업계는 공급망 관리의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생산·기획 전략의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코오롱FnC부문, 신원, 형지, SG세계물산, 인동, 송지오 등 주요 패션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근접기획과 반응생산을 확대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존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췄던 대물량·선기획 방식만으로는 점차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응생산은 오더부터 판매까지의 리드타임 45일 이내를 기준으로 한다. 반응생산 비중은 2020년대 들어 점진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전체 생산 금액에서 최소 10%, 최대 4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극한의 날씨…'공급망' 이슈의 부상
메가 트렌드 사라지고 '추구미' N극화
지난 6월 유럽을 강타한 40도 이상의 이례적인 폭염은 기후 리스크를 다시 한번 크게 각인시켰다. 유럽연합(EU) 지구 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서유럽은 올해 6~7월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를 보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7월 하순 폭염, 8월 전반 가뭄, 8월 중하순 호우가 잇따르면서 극한기후에 따른 복합 재난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올여름(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관측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역대 1·2위는 지난해와 재작년으로, 3년 연속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일수는 21.5일로 평년(10.6일)의 약 2배에 달했으며 역대 6위를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 역시 18.2일로 평년(6.5일)의 2.8배에 달해 2024년(20.2일)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업계의 브랜드, 원부자재, 소싱 업체 등 패션 공급망 전반이 기존의 원부자재 조달 방식과 생산 일정, 월별 마케팅 계획까지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방글라데시·베트남 등 주요 의류 생산국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이 많아, 노동 생산성과 생산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취향의 다변화 역시 근접기획과 반응생산을 늘려야 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다. Y2K, 아메리칸 캐주얼, 고프코어, 미니멀리즘 등 다양한 스타일과 브랜드가 동시에 소비되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정보·유통 채널의 다변화, 직장 내 자율복 문화 확산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나의 유행이 시장 전체를 이끄는 메가 트렌드가 사라지면서 예측을 통해 대물량과 선기획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 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유가 등 공급망 리스크도 변수
'적중도 높은 상품, 적정량 생산'으로
지난해까지 잘 팔렸던 상품의 수요가 올해는 급격히 꺾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근접기획과 함께, 시즌의 경계가 없는 소재와 디자인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이 심화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당시 글로벌 락다운을 겪은 업계는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까지 경험했다. 원부자재 조달부터 생산 및 물류에 이르기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선기획의 이점인 원가 절감 효과가 사라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환율 변동성이 중요한 변수다. 업계의 원부자재·생산 대금 결제는 주로 달러화로 이뤄진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7월 2일 1,555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5일(1,568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4일에는 1년 2개월 만에 1,340원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미·중 패권 경쟁 등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는 이어지고 있어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가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9월 초 현재 국제유가는 미-이 전쟁이 수렁 속에 빠짐에 따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브렌트유 선물은 8% 상승한 배럴당 96.2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8센트 오른 9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류비부터 원부자재 등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패션업체의 원가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업계는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들 것인가'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 만들 것인가'로 고민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원가 절감의 마지막 대안 '직소싱'
벤더 거래 대비 15~20% 비용 절감
생산 인프라·전문 인력 뒷받침돼야
해외 원부자재·공임의 상승과 고환율 상황 속에서 효과적인 원가 절감 대응책으로 직소싱이 부상하고 있다.
직소싱은 벤더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 업체가 직접 원부자재·생산 업체와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원부자재부터 생산까지 모두 직소싱 할 경우 기존 비용 대비 15~25%를 줄일 수 있다.
올해 업계의 생산 물량 기준 직소싱 비중은 '지이크' 85%, '지센' 36%, '바쏘옴므' 30%, '마에스트로' 18% 수준으로 브랜드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과거에 비해 뚜렷이 증가했다.
업계는 인건비가 낮은 개발도상국 등으로 생산처를 바꾸며 원가를 절감해 왔지만, 이제는 이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중국은 가파르게 임금이 상승 중이고, 그 외 지역은 공임이 낮더라도 납기가 길어지고 운임비가 늘어나며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직소싱은 내부적으로 강력한 생산 역량이 뒷받침돼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원부자재·생산·물류 업체와의 언어·업무 프로세스 등의 원활한 소통, 품질 관리, 파트너 검증 등이 가능해야 한다.
베트남에서도 45일 반응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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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생산 시설 |
관건은 원부자재 조달 시간
현지 조달 시스템 시험 중
업계의 반응생산 체계 구축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까지 확산되고 있다. 통상 베트남의 리드타임은 주문부터 매장 입고까지 최소 75일에서 최대 120일이 소요된다. 이는 선기획에 적합한 리드타임으로, 반응생산 상품의 판매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업계는 반응생산 리드타임을 45일 내외를 기준으로 한다.
베트남의 리드타임은 현지 원부자재 조달 시간이 길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반응생산을 위해서는 생산 업체와의 조율을 통해 원단을 선확보하거나, 베트남 원단을 사용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LF 한 관계자는 "로로피아나·제냐 등의 고가 원단 사용 비중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반응 생산에 어려움이 따른다. 원단을 비축해 두거나 현지에서 바로 조달 가능한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40여 일 걸리는 편직, 염색 등의 작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생산 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라인을 확보하는 건 기본이다.
현재 베트남 반응 생산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유니클로'가 있다. 베트남 생산 물량의 35~40%를 반응생산으로 운영 중이다. 국내는 '엄브로'의 티셔츠, '지오송지오'의 팬츠 일부 물량이 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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