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AI가 데이터 분석, 업무 실행까지'…패션 산업의 AX가 시작됐다

발행 2026년 09월 21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부산역에 설치된 AI 촬영 로봇 '젠시 스튜디오'

 

AI가 활용할 '데이터 축적 및 관리'가 선결 조건

F&F·이랜드·LF, 내부 데이터 AI 연결…업무 재설계

중견·중소기업도 콘텐츠·상품기획·재고관리까지 확대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국내 패션기업들의 AI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는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등을 활용한 자료 검색, 광고 문구와 이미지 제작 등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품기획과 디자인, 수요예측, 재고관리, 영업, 마케팅, 이커머스 등 비즈니스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F&F, 이랜드, LF 등 대형 패션기업들은 생성형 AI 활용을 넘어 회사 내부 데이터를 AI와 연결하고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AX(AI Transformation)에 나서고 있다.

 

중견·중소 기업들도 자체 AI 인프라보다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중심으로 전문 솔루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가 'AI를 사용하는 단계'에서 'AI가 실제 업무에 참여하는 단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두 기업들은 AI 솔루션 자체보다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F&F는 디지털 전환(DT)을 통해 축적한 상품기획·디자인·생산·마케팅·재고 등의 데이터를 AI와 연결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PLM과 ERP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AI Ready Data로 통합해 AI Agent가 직접 접근·분석하고 임직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AI, 데이터 분석해 상품 전략까지 제안

 

상품기획과 디자인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장·트렌드 분석부터 아이디어 발굴과 시안 검토까지 AI를 활용하면서 직원의 역할은 자료를 만들기보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트렌드 분석부터 상품기획, 디자인, 작업지시서 작성, 광고 콘텐츠, 상세 페이지까지 상품 판매 과정의 48개 주요 업무를 AI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스파오' 사업부를 중심으로 적용 중이며 향후 미쏘·후아유·로엠 등 그룹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PLM·PIM·ERP·SCM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AI와 연계하기 위한 데이터 통합·표준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업무를 제안·실행하는 AI 에이전트 중심의 패션 OS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LF 역시 올해 초 사내 AI 업무지원 플랫폼 'ALFI'를 구축하고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임직원이 시장·트렌드 분석부터 판매·재고·영업·소싱 데이터 확인까지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이미지 콘텐츠 제작에서는 제작 기간을 2.5개월 이상 줄이고 생산량은 5~6배 확대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중견·중소 기업도 '실무형 AI' 도입

 

AI 투자는 중견·중소 패션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자사몰 '굿웨어몰'의 상세 페이지 제작에 지난해 8월부터 스튜디오랩의 생성형 AI 솔루션 '젠시(GENCY)'를 도입했다. 연간 3,000개 이상의 상세 페이지를 MD와 디자이너가 수작업으로 제작해 왔지만, 현재는 MD 1명이 디자이너 없이 단기간에 수백 개의 상세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골프웨어 '챌린저'는 ERP와 연동한 솔루션으로 매장 RT와 환불 등 반복적인 영업 업무를 자동화했다. 회사 측은 해당 업무에서 인력 50%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재고회전율도 최대 95%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디자인 품평과 화보·영상 제작에도 AI 비주얼을 활용하고 있다.

 

여성복 '지센'은 상품기획과 수요예측에 AI를 활용한다. 전년도 판매실적과 MD의 경험에 의존하던 초도물량 산정에 글로벌 트렌드와 기후 예측 등을 결합해 불필요한 SKU를 줄이고 핵심 상품에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골프웨어 '페어라이어'는 AI 모델과 화보 이미지 제작을 시작으로 상품기획, 판매·재고 분석, 고객분석, 마케팅 자동화까지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며 PLM 기반의 데이터 통합·표준화도 진행하고 있다.

 

아동복 '아이러브제이' 역시 경쟁사 분석과 컨셉 정리, 디자인 시안, 상세 페이지 카피 등에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반나절 걸렸던 시안 작업이 수십 분으로 단축됐다.

 

위 사례들을 보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AI 투자가 '테스트'에서 실제 업무 적용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콘텐츠 다음은 상품기획·수요예측

 

다만 패션기업들의 AI 활용은 이미지와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품기획과 수요예측, 재고관리 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영역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담당자의 경험과 직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업무를 판매·검색·재고·트렌드 등의 데이터를 AI가 분석하며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른 직원의 역할도 달라진다. AI가 자료 조사와 데이터 분석, 디자인 초안과 콘텐츠 제작을 맡으면서 사람은 결과를 검증하고 브랜드 방향과 상품 전략을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구조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업계가 본격적인 AX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기업별 활용 수준의 격차가 크고, 내부 데이터를 AI와 실제로 연결한 곳도 아직 제한적이다. '아이러브제이'는 엑셀과 외부 플랫폼, 이미지 폴더 등에 정보가 흩어져 있어 AI와 연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AX 전환의 핵심 장애물을 데이터의 양보다 '맥락의 부재'로 보고 있다. 상품·소재·생산·판매 데이터의 관계를 AI가 이해할 수 있어야 실제 상품기획과 수요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DX 시대가 데이터를 '쌓는 것'이었다면 AX 시대에는 그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결국 AX의 경쟁력은 데이터가 아닌, 자사의 업무 가운데 AI가 효과를 낼 영역을 찾고, AI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업무 구조를 얼마나 빨리 바꾸느냐가 핵심이다.

 

국내 패션업계의 AX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그 준비 속도의 차이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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