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선의 'Q&A 일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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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반차를 사용하는 직장인에게 회사가 "30분간 휴게한 뒤 퇴근하라"고 안내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일을 더 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에 30분을 더 머물러야 하니 근로자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것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원칙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 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근로 도중에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휴게 시간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장시간 계속되는 노동으로 인한 피로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하루 근로 시간이 정확히 4시간인 근로자에게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4시간을 근무했다면 오후 1시에 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중간에 30분을 쉬어야 했다. 회사가 근로자의 편의를 생각해 곧바로 퇴근시켜도 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특히 오후 반차 사용자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에게 이러한 규정은 휴식의 보장이라기보다 퇴근을 늦추는 제도로 받아들여졌다. 30분을 자유롭게 쉴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업무를 모두 마친 근로자에게 회사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진정한 휴식이 되기 어렵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휴게 시간 제도가 바뀐다. 2026년 12월 10일부터 하루 근로 시간이 정확히 4시간인 근로자는 본인이 신청하면 30분의 휴게 시간 없이 4시간 근무를 마친 후 바로 퇴근할 수 있다. 휴게 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반차를 사용한다면 기존에는 30분의 휴게 시간을 포함해 오후 1시 30분에 퇴근하도록 운영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정 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가 휴게 시간 면제를 신청해 오후 1시에 바로 퇴근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휴게 시간이 모든 사업장에서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 근로 시간이 4시간인 근로자가 면제를 신청한 경우에 적용된다. 회사가 업무 효율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휴게 시간 포기를 강요하거나 일괄적으로 휴게 시간을 없애서는 안 된다.
둘째, 4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근로 도중에 3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4시간 근무를 예정했지만 실제로 추가 업무를 지시했다면 연장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별개로 휴게 시간 위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휴게 시간 면제는 반드시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회사가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놓고 일괄 서명을 받거나, 신청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운영한다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기업도 시행일 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취업규칙과 근태관리 기준을 점검하고, 반차 및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사용자의 퇴근 시간을 정비해야 한다. 휴게 시간 면제 신청 절차와 기록 방식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신청일, 근무시간, 근로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간단한 전자 신청이나 서면 양식을 활용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개정은 겉으로 보면 '30분'에 관한 작은 변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획일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신의 근무와 휴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이다.
좋은 노동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실제 일하는 사람의 생활과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30분이지만,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야 하는 부모에게는 하루의 일정을 좌우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인사노무 관리도 "법에 정해져 있으니 그대로 한다"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제도의 목적을 이해하고 근로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법 준수를 넘어 좋은 일터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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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선 공공노무법인 경인지사 대표 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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