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선의 'Q&A 일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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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미안한데, 이것만 확인해 주세요."
밤 10시, 직장인의 휴대전화에 업무용 메신저 알림이 울립니다. 상사는 간단한 확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메시지를 받은 직원의 머릿속에서는 다시 업무가 시작됩니다. 자료를 확인하고 답변을 정리하다 보면 10분이 30분이 되고, 때로는 노트북까지 켜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이 대부분 근로 시간으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는 "메시지 하나를 보낸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근로자는 "답하지 않으면 성의 없는 직원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사무실에서는 퇴근했지만 업무에서는 퇴근하지 못한 셈입니다.
최근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근로자가 퇴근 후나 휴일에 전화,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한 업무 연락에 응답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합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고 정부도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예외 기준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상사가 퇴근 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퇴근 후 업무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행법상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퇴근 후 상사의 지시를 받아 자료를 작성하거나 고객에게 연락하고 그 결과를 보고했다면, 실제 업무를 수행한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다음 날 확인해도 되는 공지 사항을 전달했거나 즉시 답변할 필요가 없는 메시지를 보낸 경우라면 곧바로 근로 시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나 형식만이 아니라 업무 지시의 구체성, 즉시 응답할 필요성, 실제 업무 수행 여부, 회사의 지휘·감독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업무 연락 한 건보다 이러한 연락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조직문화입니다. 상사가 밤늦게 메시지를 보내고 부하 직원이 즉시 답변하는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빠른 응답이 당연한 의무처럼 굳어질 수 있습니다. 공식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직원들은 단체대화방의 '읽음' 표시를 의식하고, 휴가 중에도 업무용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행은 근로 시간과 임금에 관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퇴근 후 업무에 대한 임금을 이미 지급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실제 근로 시간이 약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했다면 추가 수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회사가 업무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근로 시간에 관한 입증 분쟁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모든 연락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기관, 시설관리, 정보기술, 언론, 스포츠 행사 운영처럼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업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긴급한 연락과 단순한 편의를 위한 연락을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근무시간 외 연락이 허용되는 긴급한 상황과 연락 대상자를 사전에 정해야 합니다. 즉시 처리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는 메신저나 이메일의 예약발송 기능을 활용하거나 다음 근무일에 지시하는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퇴근 후 업무를 수행했다면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기록하고, 그에 맞는 임금이나 대체 휴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관리자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권을 가진 상사가 밤늦게 메시지를 보내면 부하 직원은 이를 사실상의 업무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보내는 사람에게는 1분이면 작성할 수 있는 메시지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가족과의 식사나 휴식을 중단시키는 호출이 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도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불만을 곧바로 공개적인 갈등으로 만들기보다는 회사의 근로 시간 관리 절차나 고충처리제도를 통해 반복되는 문제를 알리고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핵심은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일해야 하는 시간과 쉬어야 하는 시간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데 있습니다.
퇴근 후 30분의 업무가 매일 반복되면 한 달 동안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됩니다. 그러나 더 큰 손실은 업무시간의 양보다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계속 긴장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충분히 쉬지 못한 직원에게 다음 날 높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요구하는 것도 모순입니다.
좋은 조직은 직원에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연락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이제 기업은 "답장이 왜 늦었습니까?"라고 묻기 전에 "이 연락이 반드시 지금 필요했습니까?"라고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근로자의 퇴근은 단순히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이 아니라, 업무로부터 온전히 벗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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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선 공공노무법인 경인지사 대표 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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